독립유공자 후손과 함께 국치길을 걷다

김승호 수도권 취재본부 본부장 | 기사입력 2017/08/22 [14:44]

독립유공자 후손과 함께 국치길을 걷다

김승호 수도권 취재본부 본부장 | 입력 : 2017/08/22 [14:44]

[신문고뉴스] 김승호 기자 = 일제는 조선의 얼굴에 해당하는 남산에 가장 격이 높은 조선신궁을 세우고 메이지 천황을 제신으로 숭배하게 했다. 조선 통치의 중추인 통감부를 세우고, 일본인 집단 거주지를 조성한 곳도 남산이었다. 남산은 나라를 잃고 국토, 주권을 내 주어야 했던 치욕의 장소이며 해방 이후에는 중앙정보부가 설치되어 100년 간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장소였다.
    
서울시는 100년 넘게 우리 민족과 격리된 채 역사적 흉터처럼 가려져 온 남산 예상자락 속 현장 1.7Km를 ‘18년 8월까지 역사탐방길로 잇는다.
    
쓰라린 국권상실의 역사 현장을 시민이 직접 걸으며 치욕의 순간을 기억하고 상처를 치유하자는 의미로 ‘국치길’이라 이름 붙였다.
 
국치길 1.7Km는 ‘ㄱ’자 모양의 로고를 따라 이어진다. 코스는 병탄조약이 체결된 ‘한국통감관저터’를 시작으로 김익상 의사가 폭탄을 던진 ‘조선총독부’, 청일전쟁의 승전기념으로 일제가 세운 ‘갑오역기념비’, 일제가 조선에 들여온 종교 시설 ‘신사’와 ‘조선신궁’까지로, 발걸음을 옮기는 자체로 시대의 감정을 체험할 수 있도록 재구성했다.

특히, 오랜 기간 감춰지고 잊혀져 온 이 공간의 특성을 고려해 국치길의 각 기점에 표지석을 세운다. 한국통감부이자 조선총독부가 위치했던 서울애니메이션 부지에 우선 설치할 계획. 재료는 역사의 파편을 재활용한다. 국세청 별관 자리의 건물을 허물며 나온 일제 조선총독부 산하 체신사업회관 건물지의 폐콘크리트 기둥을 가져와서 쓸 계획이다. 
    
조성 이후에는 역사문화해설사가 탐방로를 동행하며 남산의 역사, 문화, 인물에 대해 설명하고 현장을 직접 탐방하는 방식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107년 전 병탄조약이 체결된 국치의 날이기도 한 22일(화) 이 같은 내용의 역사탐방로 ‘국치길’ 조성계획을 발표하고, 오후 3시부터 독립유공자들과 국치의 현장을 함께 걷는 역사탐방 행사도 개최한다고 밝혔다.
    
행사에는 김구, 이회영, 윤봉길, 백정기, 장준하 등 독립유공자 후손 약 30여명이 함께 한다.
 
국치길의 기획자이자 역사탐방을 인솔하고 안내하는 서울시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 서해성 감독은 “국치 현장을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걷는다는 것은 이 치욕의 대지를 새롭게 태어나게 하는 일이다. 오늘 그 길은 음악으로 시작한다.

 

트럼펫으로 느리게 연주하게 될 ‘애국가’에 이어 인간 목소리에 가장 가까운 현악기인 비올라가 ‘파가니니를 위한 오마쥬’를 연주한다. 이제 우리가 그 길을 따라 걷겠다(오마쥬)는 뜻이다. 국치의 아픔과 인권유린의 고통이 자행되었던 이곳에서 이 대지를 위무하는 첫 공연인 셈이다. 길은 걷는 자의 몫이다. 오늘 걸어서 새로 100년을 걷기 위해 길을 출발한다”고 말했다. 
 
진희선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장은 “남산은 해방 이후에도 중앙정보부가 위치해 시민이 관심을 갖고 찾아볼 수 없는 곳이었다. 그러다보니 과거 이곳에서 우리가 나라를 잃었고 우리나라를 식민지로 지배하기 위해 일본이 남산을 허물고 관련시설을 설치했던 장소였음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며 “내년 8월 완성될 국치길이 역사의 아픈 상처를 시민들이 직접 느끼고 기억하며 더 나은 미래를 개척하는 첫 걸음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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