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낡은 조직 문화의 병폐.

서지현 검사의 용기도 대단하지만, 이는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강문 영남본부장 | 기사입력 2018/02/02 [04:30]

검찰의 낡은 조직 문화의 병폐.

서지현 검사의 용기도 대단하지만, 이는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강문 영남본부장 | 입력 : 2018/02/02 [04:30]
▲양파방송.양파뉴스 이강문 총괄사장.     ©이강문 영남본부장

현직 여검사가 검찰 고위 간부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사건이 일파만파로 온 언론에서 대서특필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사건, 특히 검찰과 관계가 있는 사건은 며칠이 지나면 언제 그런 사건이 있었냐하고 덮어버리거나 언론에 보도 자제를 권해 무마되기 일쑤다.


그러나 이번은 아닌 것 같다. 이는 현직 창원지검 통영지청의 서지현 검사가 실명을 밝히고 검찰 내부 망에 글을 올리고 Jtbc 뉴스룸에 직접 출현해 밝힌 사건이다. 서지현 검사의 용기도 대단하지만, 그는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다.


그동안 검찰 내부의 낡은 문화가 빚어낸 권위로 똘똘 뭉친 권력의 상위에서 성추행이 비일비재했음을 의미한다. 검찰은 범죄조직과 동일시하고 조폭사회를 연상케 하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졌기에 국민의 편에서 일을 한 게 아니고 자신의 상사, 또는 더 높은 곳에 비위를 맞추는 상명하복의 철저한 조직으로 그렇게 해야 승진도 하고 자리보전도 되는 것이다.


한 여검사가 자신의 얼굴을 전 국민이 보는 언론에 나와 사건 전말을 폭로함으로써 검찰의 낡은 문화를 개선해 보고자 큰 결심을 한 것이다. 검찰 내 성추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8월 서울서부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후배 여성검사를 성추행한 혐의로 면직 처분됐고, 2015년 서울북부지검에서도 부장검사가 회식자리에서 후배 여검사를 껴안았다가 징계를 받았다.


2014년에는 목포지청 검사가 동료 여검사에게 입을 맞추는 등의 성추행으로, 2011년에는 현장 실무교육 중이던 여성 사법연수생을 성추행한 검사들이 대거 징계를 받았다. 검찰에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은 폐쇄적이고 위계질서가 엄격한 조직 문화가 무관치 않다. 검사 신분이 곧 권력이라는 그릇된 인식에다 과거 접대관행에서 비롯된 술자리 문화가 관례처럼 내려와 접대에는 술과 여자가 등장할 수밖에 없는 검찰 문화에서 기인된 것이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검찰은 적격심사와 감찰을 강화하겠다고 했고, 해당자를 엄중 처벌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면 흐지부지하고 사안이 중대하면 옷을 벗고 변호사를 하면 그만이다. 이런 권력을 준 것이 검찰 권력이란 것이다. 그러나 달라진 것은 전혀 없다. 검찰개혁을 요구하며 검찰 내부 비판을 계속해 온 임은정 검사는 “괴물을 잡겠다고 검사가 됐는데, 우리(검찰)가 괴물이더라.”고 말한 바 있다.


지난해 말, 성폭력 피해자의 연대를 뜻하는 ‘미투(Me Too)' 캠페인이 전 세계로 번져갔다. 강력한 남성중심의 권력구조 탓에 숨죽여왔던 여인들이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잇따라 나선 것은 성폭력 문제를 공론화해야만 해결 할 수 있다는 인식이 커져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서지현 검사는 검사라는 직업을 가졌음에도 성추행 피해를 당하고 8년을 참으면서 침묵을 지켜야 했다.


젊은 여검사는 뱃속의 아이까지 유산하는 괴로움을 겪으면서 거기에다 부당한 지방발령까지 받으면서 참고 참아왔지만 “우리 스스로 더 이상 침묵하지 않고, 내부로부터의 개혁을 이룰 수 있는 아주 작은 발걸음이라도 된다면 하는 소망으로 글을 쓴다.”고 했다. 그의 용기에 찬사와 응원이 쏟아지고 있다.


그가 근무하는 통영지청에는 꽃바구니가 줄을 잇고 있으며, 그를 격려하는 글이 페이스 북에도 연일 폭주하고 있다. 서지현 검사는 검사이기 이전에 한 여인으로써 그동안 참고 견뎠던 마음고생을 많은 여성들이 당하지 않도록 자신을 던져 실현한 한국 초유의 여성 검사일 뿐 아니라 성폭력을 막으려는 한 여인이며 아이 엄마의 몸부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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