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에서 길잃은 정치적 미아에 대한 소감

[김형 칼럼] 맹인할마(盲人瞎馬) 정치인 안철수에게 마지막으로 쓰는 글

김형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8/02/02 [12:29]

어둠 속에서 길잃은 정치적 미아에 대한 소감

[김형 칼럼] 맹인할마(盲人瞎馬) 정치인 안철수에게 마지막으로 쓰는 글

김형 칼럼니스트 | 입력 : 2018/02/02 [12:29]

[신문고뉴스] 김형 칼럼니스트 = 안철수, 그에 대하여 더 이상 글을 쓰지 않으려 했다. 아무런 의미도, 미련도, 아쉬움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맹인할마(盲人瞎馬 : 장님이 외눈박이 말을 탄다는 뜻으로, 매우 위험한 짓을 하는 것)가 현대정치사에 새로운 오점을 더하는 정도를 넘어 당 대표는 유권자와 당원을 무시하고,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폐풍악습을 만들고 있고, 각자위정(各自爲政 : 저마다 스스로 정치를 한다는 뜻)의 분당이 눈앞에 있다.

 

   

▲ 밀양 화재현장을 방문했던 안철수 대표     © 인터넷언론인연대


또 내가 낸 혈세가 정당보조금과 선거비용 보전으로 쓰일 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 정치에 대한 염증을 불러일으키는 구미속초(狗尾續貂 : 개꼬리로 담비꼬리를 잇는다는 뜻으로 쓸모없는 사람에게 관직을 함부로 주는 것)나 시위소찬(尸位素餐 : 시동의 공짜밥이란 뜻으로 하는 일 없이 국가의 녹을 축내는 정치인을 비유한 말)에게 속지는 말자는 의미에서 마지막으로 글을 쓴다.

    

자숙과 반성의 시간을 갖겠다는 말이 귀에서 사라지기도 전에 당 대표 출마를 선언했을 때 서산낙일(西山落日)이라 정의했었고, 바른정당과 통합이나 선거연대는 절대 안 하겠다더니 넉 달 만에 통합을 선언했을 때 스스로 어둠에 들어가고 있다고 규정했었다.

    

이제 어둠 속에서 길을 잃은 ‘정치적 미아’라 못을 박는다. 평형수를 제대로 채우지 못한 배가 성급하게 정치라는 바다로 나가 무리하게 속도를 올리고 조타기를 돌려 좌충우돌하다가 키마저 부러뜨려 표류할 운명에 처했기 때문이다.

    

일찍이 공자는 “예로부터 사람은 다 죽음을 피할 수 없지만, 백성의 믿음이 없이는 나라가 서지 못한다(自古皆有死 民無信不立)”며 정치를 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이라 했다. 그는 양당정치의 폐해를 극복하겠다며 새 정치와 제3당의 명분과 기치로 유권자의 지지를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없이 말을 바꾸며 국민과 지지자의 신뢰를 헌신짝 버리듯 했다. 유권자의 신뢰와 지지가 존립 근거가 되는 정당과 정치인에게 신뢰마저 없다면 ‘볼 장 다 봤다’ 할 것이다.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이를 실행할 수 있는 과정과 연관된 절차적인 원리 또한 중요하다. 민주국가에서는 다양한 의견들을 존중해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의견들을 조정하여 합의에 이르게 하는 절차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를 절차적 민주주의라 한다. 그러한 절차의 규범으로는 토론절차, 관용정신, 다수결 원리, 비판 및 타협을 들 수 있다.

    

그러나 그는 통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독선과 아집으로 정상적이고 합리적인 절차의 규범을 따르지 않았다. 당내에서 합리적인 토론절차나, 통합 반대파에 대한 포용, 설득과 타협 따위는 없었다. 그저 자파로 구성된 최고위와 당무위에서 결정하고 임의로 당헌당규를 바꾸는 등 아전인수(我田引水)와 견강부회(牽强附會), 반계곡경(盤溪曲徑 : 계곡의 꾸불꾸불한 지름길. 正道를 밟지 않고 그른 방법으로 일을 함)으로써 절차적 정당성을 상실해버린 것이다.

    

우리가 정족수 미달의 사사오입개헌이나, 초헌법적인 국가긴급권을 발동하여 국회를 해산하고 정치활동을 금하는 동시에 전국적인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뒤, 10일 이내에 헌법개정안을 작성하여 국민투표로써 확정한 유신헌법과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대통령으로 뽑힌 박정희나, 무력으로 권력을 장악한 뒤 통일주체국민회의의 간선으로 대통령에 선출된 전두환에게 권력의 정당성을 부여하지는 않는다.

    

안철수, 그도 불문가지(不問可知)다. 통합 찬반에 대한 전당원투표가 대표 재신임으로 변질되었고, 법적으로 1/3 즉 33%의 법정요건을 갖추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23% 투표율을 합법화시켰기 때문이다. 또 당헌을 바꿔 전당대회 방식을 바꾸더니 다시 당헌 개정을 통해 전당원 투표로 통합을 추진키로 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역대 독재자들에게는 국가권력이라도 있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계파와 맹목적 지지자 외에는 없다.

    

그는 지나친 권력욕과 조급성으로 매사 정치공학적으로 접근한다. 그가 총선에서 원내 제3당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많은 유권자가 진보와 보수를 대표하는 양당에 실망하여 새 정치와 제3의 길을 기대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에서 떨어져 나온 세력과 무리하게 통합하려 한다. 그저 진영을 바꿔 다시 대권에 도전하려는 목적뿐이다. 그러나 이는 철저히 민의를 배반하는 것으로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보수로 간다한들 ‘개밥에 도토리’ 신세를 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당은 상품을 만들어내는 기업이나 다름없고, 정치인과 정당의 이념, 정책, 정체성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상품과 같다. 그런데 전혀 다른 상품을 파는 소기업과 합병하려다 최대 판매지역의 판매망을 스스로 없애버리려 하고, 반대하는 직원들을 강제적으로 징계하는 기업과 악덕기업주의 불량상품을 사줄 소비자는 없다. 그리고 그런 기업과 기업주는 반드시 망하게 되어있다.

    

책인즉명서기즉혼(責人則明恕己則昏 : 제 허물은 덮어놓고 남의 잘못을 밝혀 책망하는 데는 밝으나, 자기의 잘못을 나무라기에는 어두움)의 유아독존(唯我獨尊)에게 공자의 교훈, 과이불개시위과의(過而不改是謂過矣 :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 것은 잘못이라는 뜻)나, 과즉물탄개(過則勿憚改 : 허물이 있으면 고치기를 꺼리지 말라는 뜻)는 헛된 공염불이겠지만, 다른 정치인이나 유권자에게는 반면교사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