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또르따의 예수 이야기-11] 마리아는 하느님 주실 정배에 서원 위임할 것

강명준 변호사 | 기사입력 2018/02/04 [09:21]

[발또르따의 예수 이야기-11] 마리아는 하느님 주실 정배에 서원 위임할 것

강명준 변호사 | 입력 : 2018/02/04 [09:21]

 [번역 강명준 변호사 편집 추광규 기자]

 

1944. 9. 3.

 

얼마나 지옥 같은 밤이었는가! 마귀들이 이 세상을 공격하는 것 같았다. 대포소리, 천둥, 번개, 위험, 공포, 내 침대가 아닌 침대에 있기 때문에 느끼는 고통. 이 모든 것 가운데, 마치 불과 고통 가운데 한 송이 기분 좋은 흰 꽃처럼 마리아가 있다.

 

그녀는 흰 옷을 입고 금발을 땋아 내린 머리카락을  어깨 위에 내려뜨린 채 온화하고 조용한 미소를 짓고 있는데, 어제 본 환상에서보다 약간 나이가 더 들어 보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나이 어린 소녀다. 그녀의 미소는 온화하고 수줍다. 마음속에 있는 영광스러운 신비를 향한 친근한 미소다. 나는 그분의 부드러운 모습을 이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잔인성과 비교하고, 사람들의 맹렬한 증오와 대조되는 살아 있는 사랑의 노래인 어제 아침의 그분의 말씀을 묵상하며 밤을 지새웠다.

 

 

 

 

 

오늘 아침에는 내 방의 고요 속으로 돌아와 이어지는 장면을 보았다.

 

마리아는 여전히 성전에 있다. 지금 마리아는 다른 동정녀들과 함께 성전의 보다 깊은 곳으로부터 나온다. 아름다운 황혼의 붉은 석양의 공기에 향 냄새가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어떤 의식이 거행되었던 모양이다. 약간 애조를 띤 하늘이 마치 청명한 10월처럼 예루살렘의 정원들에 내리 덮이고, 그 정원들에는 머지않아 떨어지려는 나뭇잎들의 황갈색이 올리브나무들의 은빛 도는 초록색에 노랗고 빨간 반점을 찍어 놓고 있는 것을 보니 틀림없이 10월 말이다.

 

흰옷 입은 동정녀들의 무리는 뒤에 있는 작은 마당을 가로지르고 계단을 올라간 다음 작은 문을 지나 조금 덜 화려한 네모 반듯한 다른 마당으로 들어가는데, 동정녀들이 방금 들어간 출입구 외에 다른 출입구는 없다. 그것은 성전에서 쓰는 동정녀들의 작은 거처로 들어가게 되어 있는 마당인 모양이다. 동정녀들이 마치 비둘기가 제 둥지를 찾아가듯 자기 독방으로 가기 때문이다. 그들은 마치 모였다가 헤어지는 비둘기 떼와도 같다. 동정녀들이 흩어지기 전에, 작은 목소리지만 기쁘게 말을 주고받는다. 마리아는 말은 하지 않고 헤어지기 전에 다정하게 인사하고, 오른쪽 한 구석에 있는 자기의 작은 방으로 향한다.

 

나이든 여선생이 마리아를 찾아온다. 그 여선생은 프누엘의 딸 한나처럼 늙지는 않았지만 나이가 많아 보인다.

 

“마리아야, 대사제님이 오라고 하신다.”

 

마리아는 약간 놀란 듯 여선생을 쳐다보며 질문은 하지 않고 바로 대답한다.

 

“곧 가겠습니다.”

 

마리아가 들어가는 큰 방이 사제의 집에 딸린 것인지, 성전에 고용된 여자들의 숙소의 일부인지 모르겠다. 그 방은 넓고 매우 환하게 불이 밝혀져 있고, 아주 잘 정돈되어 있다. 즈카르야와 프누엘의 딸 한나가 화려한 옷을 입은 대사제와 함께 거기 있다.

 

마리아는 문지방에 이르러서 허리를 깊이 굽혀 인사한다.

 

“마리아야, 앞으로 나오너라. 두려워하지 마라.”

 

대사제가 말하자 비로소 앞으로 나아간다. 마리아는 천천히 앞으로 간다. 민첩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본능적인 엄숙함이 그녀를 더 여인답게 보이게 한다. 한나는 용기를 북돋아 주려고 마리아에게 미소를 보내고, 즈카르야는 인사를 한다.

 

“사촌 여동생, 너에게 평화가 있기를.”

 

대사제는 주의 깊게 마리아를 살펴보더니 즈카르야에게 말한다.

 

“이 처녀는 다윗과 아론의 혈통이 분명하군요.”

 

대사제가 다시 마리아에게 말한다.

 

“딸아, 나는 네 품성과 착함을 안다. 네가 날마다 하느님과 사람들의 눈에 지식과 은총으로 자랐다는 것도 안다. 나는 하느님의 목소리가 네 마음에 가장 다정한 말씀을 속삭이신다는 것과, 네가 하느님 성전의 꽃이고, 네가 성전에 온 후부터 증거 궤 앞에 셋째 케루빔 천사가 있다는 것을 안다. 나는 네 생활의 향기가 날마다 향과 더불어 계속 올라가기를 원한다.

 

하지만 율법은 다르게 말한다. 이제 너는 어린 소녀가 아니라 한 여인이다. 이스라엘의 모든 여인은 아들을 주께 바치기 위하여 아내가 되어야 한다. 너도 율법의 계명을 따르거라. 두려워하지 말고, 얼굴을 붉히지 마라. 나는 네가 왕가의 후예임을 잊지 않고 있다. 각 남자에게는 같은 혈통의 여인이 주어져야 한다고 규정하는 율법이 너를 보호해 줄 것이다. 이 규칙이 없더라도 나는 네 혈통의 고귀함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서 그렇게 할 것이다. 마리아야, 너는 네 가문에서 네 남편이 될 만한 남자를 아무도 모르느냐?”

 

마리아는 수줍음으로 새빨개진 얼굴을 든다. 그의 속눈썹에는 첫 번째 금강석이 반짝이고, 마리아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한다.

 

“저는 아무도 모릅니다.”

“이 애는 아주 어려서 여기 들어왔기 때문에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또한 다윗 가문은 심하게 박해를 받아 뿔뿔이 흩어져서 다양한 가지들이 왕 종려나무 주위의 잎처럼 모이게 할 수 없습니다.”

 

즈카르야가 말한다.

 

“그럼 선택을 하느님께 맡겨 드립시다.”

 

그때까지 참았던 눈물이 솟구쳐서 떨리는 입으로 흘러내리고, 마리아는 여선생에게 애원하는 시선을 던진다.

 

“마리아는 주님의 영광과 이스라엘의 구원을 위해 자기를 주님께 바치기로 약속했습니다. 겨우 읽고 쓰기를 배우는 어린이에 불과했지만 이미 서원했습니다.”

 

한나가 마리아를 돕기 위해 말한다.

 

“네 눈물은 그것 때문이었느냐? 율법을 거역하려고 그런 것이 아니고?”

“그 때문이지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주님의 사제님, 저는 사제님께 순종합니다.”

 

“이것으로 내가 들은 모든 말이 확인되었다. 너는 언제 동정서원을 했느냐?”

“처음부터라고 믿습니다. 제가 성전에 들어오기 전, 이미 저를 주님께 바쳤습니다.”

 

“하지만 너는 지금부터 12년 전에 나에게 와서 들어오기를 청한 소녀가 아니냐?”

“맞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때 이미 네가 하느님께 속해 있었다고 말할 수 있느냐?”

 

“지난날들을 돌이켜 보면 저는 하느님께 바쳐진 저 자신을 확인하곤 합니다. 제가 태어난 순간은 생각나지 않고, 어떻게 어머니를 사랑하기 시작하고 아버지께 ‘아버지 저는 아버지 딸이에요’ 하고 말씀드리기 시작했는지 저는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언제 시작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제 마음을 하느님께 바쳤다는 것은 기억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것은 저의 첫 번째 입맞춤과 함께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고, 제가 말한 첫마디 말, 제가 내디딘 첫걸음과 더불어 시작되었는지도 모릅니다.

 

예, 맞습니다. 제 첫 번째 사랑의 기억을 저는 제 자신 있는 첫걸음에서 찾아낸다고 믿습니다. 저희 집에는 꽃이 가득 찬 정원이 있고 과수원과 밭이 있었습니다. 또한 저 안쪽 조그마한 산 밑에 샘이 하나 있었는데 그 샘의 물은 파여 동굴을 이룬 바위틈에서 솟아 나왔고, 바위에는 길고 가는 풀이 잔뜩 나서 사방으로 작은 초록색 폭포처럼 떨어져서 우는 것 같았습니다. 사실 작고 가벼운 풀잎들, 자수처럼 보이는 잎들에는 모두 작은 물방울들이 매달려 있어 그것들이 떨어지면서 아주 조그마한 종소리를 들려 주었습니다. 그리고 샘물도 노래를 불렀습니다. 샘 위쪽 비탈에 있는 올리브나무와 사과나무들에는 새들이 있었고, 흰 비둘기들이 와서 거울같이 맑은 샘물에 몸을 씻곤 했습니다.

 

저는 제 마음을 온전히 하느님께 바쳤고, 또 살아계실 때에나 돌아가신 후에 사랑한 아버지, 어머니 이외에는 제 마음이 이 세상의 어떤 물건에도 애착을 가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대사제님은 저에게 생각하게 하십니다. 저는 언제 저 자신을 하느님께 바쳤는지 알아내야 하는데, 아주 어린 시절의 기억들이 되살아납니다.

 

저는 그 동굴을 좋아했습니다. 그것은 물과 새들의 노래보다 더 기분 좋은 목소리가 저에게 ‘내 사랑하는 딸아, 오너라’ 하고 말하는 것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거기서 제 주님의 표를 보기 때문에 소리 나는 금강석 같은 그 물방울들을 사랑했습니다. 저는 저 자신에게 말하곤 했습니다. ‘내 영혼아, 네 하느님이 얼마나 위대하신지 알겠느냐? 북쪽에는 레바논의 향백나무를 만드신 그분이 네 눈을 기쁘게 하시려고 작은 파리의 무게에도 휘는 저 작은 잎들을 만드셨고, 네 작은 발을 위해 융단 같은 풀밭을 만드셨다.’

 

저는 깨끗한 물건들의 그 고요함을 좋아했습니다. 가벼운 바람, 은빛 물, 비둘기들의 순결함 같은 것들을요. 저는 그 작은 동굴 위에 감도는 평화를 사랑했습니다. 그 평화가 때로는 꽃이 되어, 또 때로는 귀한 열매를 지니고 사과나무와 올리브나무들에서 떨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왠지 모르지만 그 목소리가 저에게 ‘너 탐스러운 올리브야 오너라. 너 단 사과야 오너라. 너 봉인한 샘물아 오너라. 너 내 비둘기야 오너라’ 하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제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랑은 다정했습니다. 저를 부르는 그분들의 목소리는 다정했습니다. 그러나 그분의 목소리는! 그 목소리는! 아아! 지상낙원에서 죄지은 여자도 그 목소리를 들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어떻게 그 여자가 이 사랑의 목소리보다 뱀의 쉿쉿 소리를 더 낫게 여길 수 있었는지, 어떻게 그 남자가 하느님이 아닌 지식을 탐낼 수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직 어머니의 젖밖에 알지 못하던 제 입술로, 그러나 전 그때 천상의 꿀로 취한 제 마음으로 말했습니다. ‘제가 여기 있습니다. 지금 갑니다. 저는 주님의 것입니다. 그리고 제 영혼이 다른 사랑을 가지지 않는 것처럼 주님이신 당신 이외에는 누구도 제 육체를 탐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렇게  말할 때에 저는 이미 말한 것을 다시 말하는 것 같았고, 이미 행한 의식을 다시 행하는 것 같았습니다. 제가 선택한 정배가 저에게 낯선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이미 그분 사랑의 열렬함을 알았었고, 제 눈이 그분의 빛에 훈련되어 있었고, 제 사랑하는 능력이 그분의 품 안에서 발달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언제 그랬을까요? 그것은 모르겠습니다. 삶을 넘어서(beyond life)라고 말씀드릴 수도 있겠습니다. 그것은 제가 항상 주님을 모시고 있었고, 주님은 저를 항상 소유하고 계셨다는 느낌을 가지고 있었고, 또 제가 있는 것은 주님 자신께서 당신의 성령의 기쁨과 제 기쁨을 위하여 저를 원하셨기 때문이라는 느낌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오, 대사제님, 저는 순종하겠습니다. 그러나 제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저에게는 이제 아버지도 어머니도 계시지 않으니, 대사제님께서 저를 인도해 주십시오.”

 

“하느님께서 너에게 남편을 주실 터인데, 네가 자신을 하느님께 바쳤으니 거룩한 남편을 주실 것이다. 남편에게 네 서원한 것을 말해라.”

 

“그가 동의할까요?”

 

“그러기를 바란다. 딸아, 그가 네 마음을 이해할 수 있도록 기도해라. 이제 가거라. 하느님께서 항상 너와 함께 계시기 바란다.”

 

마리아는 한나와 함께 물러가고, 즈카르야는 대사제와 함께 남아 있다. 환상은 이렇게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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