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2021 수능’ 국어영역 출제 범위 논란 이어져

추광규 기자 | 기사입력 2018/02/19 [17:28]

교육부 ‘2021 수능’ 국어영역 출제 범위 논란 이어져

추광규 기자 | 입력 : 2018/02/19 [17:28]

교육부가 2021학년도 수능 출제 범위 공청회를 통해 국어영역 출제범위로 ‘독서, 언어와 매체, 화법과 작문, 문학’등 4과목을 제시하면서 논란은 수그러들지만 당초 약속과는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는 지난해 7월 수능 개편 유예 및 2021학년도 수능은 현행 유지 한다는 방침을 밝힌바 있음에도 ‘언어(문법)’에 ‘매체’가 포함해 제시하면서 문법을 제외하겠다는 당초 방침에서는 물러서지만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언어(문법)’ ‘매체’ 넣는 이유에 대해 “교육청의 의견, 설문조사 결과 등을 고려, 교육 과정상 한 과목 내에서 출제를 분리한다는 것은 부적절 하다고 생각한다”면서 그 이유를 들었다.

 

 

▲ 19일 열린 공청회     ©추광규

 

 

교육부 “다수 교육청 교수 교사 학부모 언어와 매체 전부 출제 원해”

 

교육부는 2021학년도 수능 출제 범위 공청회를 19일 오후 서울교대 에듀웰센터 컨벤션홀에서 개최했다.

 

교육부는 정진갑 계명대 교수가 발표한 발제문을 통해 국어영역 수학영역 과학탐구영역 영어 사회탐구 직업탐구 영역에 대해 의견을 제시했다.

 

교육부는 발제문에서 연구배경으로 “수능출제 범위에 따라 고1~2학기부터 교육과정 조정 교사배치 교과서 주문 등이 이루어지므로 고교 현장의 혼란 방지를 위해 2월말까지 확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국어영역 개편 1안으로 독서, 언어와 매체, 화법과 작문, 문학을 제시했다. 2안으로는 독서, 화법과 작문, 문학을 제시했다.

 

교육부는 이어 1안을 더욱 세분화해 1-1안으로 언어와 매체를 출제했을 경우 기대효과로 ▲2015교육과정과 부합을, 우려 점으로는 ▲일반선택과목의 필수화로 과목선택권 축소 ▲매체 추가로 현행 수능보다 출제범위가 확대 된다는 점을 들었다.

 

이어 1-2안으로 언어와 매체중 언어만 출제했을 경우 기대효과로 ▲현행 수능 출제 범위 동일을 즉 학업부담도 동일을, 우려 점으로는 ▲한 과목 내에서 일부만 출제되는 상황을 들었다.

 

2안에 대해서는 기대효과로 ▲출제범위 최소화 ▲학생의 교육과정 과목 선택권 확대를 들었다. 우려 점으로는 ▲국어교육에 기본이 되는 문법 맞춤법 교육 배제로 국어교육계 반발 초래를 들었다.

 

교육부는 이 같은 제안의 근거로 국어영역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들었다.

 

교육부는 1안 즉 독서, 언어와 매체, 화법과 작문, 문학을 출제하는 것에 대해 56%(817명)가 찬성했다고 밝혔다.

 

세부적으로는 1-1안으로 언어와 매체를 출제하는 것에 대해서는 대학교수 교육전문직 고교교사는 26%(382명) 학부모 시민단체 등은 41%(538명)이라고 밝혔다. 1-2안으로 언어만 출제하는 것에 대해서는 대학교수 교육전문직 고교교사는 30%(435명) 학부모 시민단체 등은 42%(543명)이라고 밝혔다.

 

2안인 독서, 화법과 작문, 문학을 출제하는 것에 대해서는 42%(617명)가 찬성했다고 밝혔다. 응답자 별로 살펴보면 대학교수 교육전문직 고교교사는 42%(617명) 학부모 시민단체 등은 13%(168명)이라고 밝혔다.

 

서울대 구본관 “화법과 작문, 독서, 문학, 언어(문법) 출제가 가장 적합”
 
구본관 서울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2021학년도 수능 출제범위 공청회 토론문을 통해 “2021 대수능 국어과목의 경우 수능 시험의 범위는 '시도 교육청 의견', '설문조사’ 결과와 동일하게 1안인 〈화법과 작문〉, 〈독서〉, 〈문학〉, 〈언어와 매체〉로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렇게 하는 것이 교육부가 2017년 9월에 발표한 것과 같이 2021년 수능은 기존의 수능과 동일한 체제를 유지할 것에 부합하는 안(案)”이라고 설명했다.

 

구 교수는 계속해서 “다만 〈언어와 매체〉의 ‘매체'영역의 경우 기존의 대수능 국어 과목에서 출제 된 적이 없어 교육부의 발표와 다르고, 출제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도 실제, ’매체'영역 출제 경험이 축적되지 않았으며, ‘매체’영역의 성격상 5지 선다형 출제가 쉽지 않을 것이므로 일단 2021년 대수능 국어 과목의 출제에서는 유보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강조했다.

 

구 교수는 이어 “4과목의 선택이 학생들의 선택권이 제한되어 문제라면, 궁극적으로 학생들의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향후 2022 대수능 국어과 시험 과목의 경우 선택과목을 제외하고 '공통 국어'로 한정하는 방안도 가능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구 교수는 “'공통 국어'에는 국어과의 모든 영역이 고루 분포되어 있다”면서 “심화가 필요한 학생이 선택을 들으면 될 것이다. 이는 2015 개정 교육과정 개발과정에서 암묵적으로 고려한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공통 국어’ 선택하면 학생들의 선택권을 자유롭게 하고, 새 정부가 추진하려는 교교 학점제에도 어느 정도 부합한다”면서 “다만 이 안은 기존의 수능과 너무 다른 안이어서 2021년 수능에서는 적용할 수 없는 안이다. 2022년 수능 과목 논의에서 더 연구해서 적용 여부를 결정할 일“이라고 말했다.

 

구 교수는 이 같이 말한 후 “결론적으로 2021 대수능 국어 과목의 경우 1-2 안, 즉 〈화법과 작문〉, 〈독서〉, <문학〉, 〈언어와 매체〉(언어만 출제)이 교육부의 2017년 9월의 발표와도 일치한다”면서 “현실적으로 출제 기관에서 질 높은 출제가 가능하다는 점 등에서 가장 적합한 안이라 생각된다”고 밝혔다.

 

구 교수는 언어(문법)이 배제 되었을 경우의 문제점으로 “국어과에서는 〈화법>, 〈작문>, 〈독서>, 〈언어 (문법)>, 〈문학>이 전통적인 하위 과목 내지 영역으로 나누어져 왔다”면서 “그런데 객관적인 연구나 근거 없이 한 영역이나 과목을 갑자기 수능에서 제외하여 사실상 고등학교 교육에서 배제하는 것은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사와 함께 국어는 나라와 민족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과목”이라면서 “국어과의 모든 영역이 그러하지만 특히 언어(문법)는 말의 근본으로 우리말의 근본을 가르치는 분야인데, 이것을 학생들에게 전혀 가르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구 교수는 “‘언어(문법)’과목 내지 영역은 국어과의 다른 영역의 주요 기반이 된다”면서 “언어(문법)이 빠지게 되면 국어 교육을 통해 도달해야 할 목표를 이루기 어렵다. 국어 교육에서 매우 중요한 한글 맞춤법, 한국어 언어 예절, 청소년의 바른 언어 교육 등이 모두 정상적으로 교육되지 못하게 된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어 “한글은 세계적인 언어학자나 문자 학자들이 극찬하는 세계 문화의 보물이고 우리의 문화의 기반”이라면서 “우리 민족의 자랑인 한글의 창제 등에 대한 교육이 불가능하게 된다. 남한과 북한의 언어 이질화가 심화되어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이나 태도를 가르칠 수 없어 언어 통일의 기반이 무너진다”고 강조했다.

 

구 교수는 마지막으로 “지금 전 세계에서는 매년 20만 명 이상이 한국어능력시험을 보는 등 한국어를 배우려는 외국인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면서 “고등학교에서 한글과 한국어 교육이 배제되면 제대로 된 한국어 교사를 양성하기 어려워 한류의 지속을 위한 기초가 되는 외국인에 대한 한글과 한국어 교육이 부실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 19일 열린 공청회     ©편집부

 

 

고려대 이관규 교수 "문법 과목에 초점을 맞춰야"

 

참석자 발언 순서에서 고려대 이관규 교수는 "평창 올림픽에서 남북한이 하나 되는 모습에 감동을 느낀다"면서 "현 정부는 우리 민족이 통일되는 방향으로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이번 교육부에서 제시한 것은 우리말 우리글 교육을 약화하고자 의도가 엿보인다"면서 "이전에는 문법이 5문항이었는데 이번에는 2.5문항으로 축소하려는 의도가 보인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계속해서 "한글, 우리말은 남북한이 하나라는 징표"라면서 "이런 의미에서 문법 교육은 강조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교육부는 작년 8월에 발표한 대로 화작, 문법, 독서, 문학을 그대로 국어과 출제과목으로 해야 한다"면서 "기본적으로 정책의 일관성이 유지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계속해서 "이번 파동의 핵심은 문법을 출제하느냐 마느냐였다"면서 "그런데 이번 교육부 안을 보니, 독서, 언어와 매체가 논란인 것으로 나와 있다. 이것은 사실을 왜곡한 것이다. 문법 과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 같이 지적한 후 "교육부 안처럼, '언어와 매체'가 들어가면, 이후 8월에 발표될 교육부 2022 수능 과목에서 다시 문법 과목 시비 문제가 있을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앞서 교육부가 수능시험에서 국어 문법을 제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국어 단체와 학계 여기에 시민단체들까지 더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와 관련 한글학회 국어국문학회 국어학회 한국어학회 등 대표적인 우리말 연구기관은 물론 고려대 경희대 한국외대 언어교육원 등의 학계 여기에 한글문화연대 등 다수의 시민단체들까지 나서 교육부를 향해 '지금이 일제 강점기인가'따져 묻고 나선 것.

 

실제 이들은 지난달 31일 서울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성명서를 발표하고 교육부의 방침에 강하게 반발했다. 대한민국에서 교육부가 나서서 우리말과 우리글을 교육하지 못하게 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면서 교육부는 과연 어느 나라 교육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교육부를 질타했다.

 

한편 교육부는 지난해 7월 수능 개편 유예 및 2021학년도 수능은 현행 유지 한다는 방침을 밝힌바 있다. 2021학년도 수능출제 범위에 대해서는 현행 수능 출제 범위와 동일하게 하되 교육과정 개정으로 조정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학습부담 완화를 위해 수능출제 범위 최소화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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