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공영형 사립대학’을 말하는가?

권종현 교육희망네트워크 운영위원 | 기사입력 2018/04/02 [06:44]

왜 ‘공영형 사립대학’을 말하는가?

권종현 교육희망네트워크 운영위원 | 입력 : 2018/04/02 [06:44]

‘공영형 사립대학’ 육성은 국·공립을 제외한 일부 대학의 문제가 아니다. 중등 교원인 내가 대학 문제까지 관심을 갖는 이유는 공영형 사립대학 성공 여부가 우리나라 대학 체제의 개편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전체 대학의 80% 이상을 사립이 차지하는 구조는 아주 비정상적인다. 정부수립 초기 국가가 고등교육(대학) 책임을 방기하고 민간에 의존한 역사가 누적되어 지금까지 이어진 결과다. 사립대학을 중심으로 대학서열화와 학벌사회를 형성했고, 초·중등교육을 입시 경쟁교육으로 왜곡했다. 초·중등교육의 모든 개혁과 혁신은 입시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교육학적으로 최선의 수업과 평가 및 입시 정책도 학벌사회 바탕위에 굳건하게 서열화된 대학 체제 앞에서는 무기력하다. 절대평가, 고교학점제, 학생부종합전형... 기존의 왜곡된 교육목표 – 교육과정 – 수업 - 평가를 혁신할 수 있는 진일보한 정책임에 틀림없다. 지금의 학교 시스템과 수능은 개발 산업화시대에는 효과를 발휘했을지 몰라도 알파고와 4차 산업혁명 이후 시대를 살아갈 인간을 교육하는 데는 맞지 않다. 그런데 지금의 대학 체제가 모든 변화를 가로막고 있고, 그 중심에 낙후된 사립학교 구조가 있다.
 
대학교육은 헌법상의 국민 교육권으로 국가가 책임지고 공공성을 확보하여 국민에게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러지 못했다. 사학법인은 대학을 이익 창출의 사유물로 여기기 일쑤였고, 법원도 사립학교를 민법상의 재산권 개념으로 간주하는 판결을 내려왔다. 결국 사립학교는 비민주적 전횡과 부정부패의 대명사로 전락하고 말았다.
 
김영삼 정부 때 시행된 ‘대학설립준칙주의’는 무분별한 대학 설립으로 이어졌다. 다가올 학령인구 감소를 예상하지 못한 졸속 정책이었다. 10년이 지나지 않아 부실대학 양산으로 이어졌다.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내세운 대책은 지원금을 무기 삼아 대학구조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대학 ‘줄세우기’를 강요하는 방식이었다. 차별지원으로 경쟁을 유도하고 대학 시장에서 부실대학을 퇴출시키는 방식이다.
 
이런 방식의 대학구조개혁은 결국 모든 대학의 자율과 창의적 지성을 말살하였으며, 대학의 기능을 획일화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고 서열화는 갈수록 견고해졌다. 생존 논리 앞에서 학내 민주주의는 후퇴하였고 대학 구성원들은 위기에 내몰렸다. 강화된 서열화는 초·중등교육의 왜곡을 더욱 강제했다. 학생들은 과중한 학습에 시달리고, 학부모는 과도한 등록금과 사교육비로 고통받았다. 학생 학부모 교사 교육기관 승자도 패자도 누구도 행복하지 않은 세계 최악의 지표들이 신문지면에 날마다 나타났다.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임성을 강화하고 대학의 서열화 체제를 어떻게 완화할 것인가? 대학서열화 극복을 모색하던 학계와 교육단체들은 오랜 연구와 토론을 통해 점차적 대학통합네트워크 구축을 대안으로 내세웠다. 이는 2012년 제18대 대통령 선거 문재인 후보 공약에 등장했으나 낙선하면서 현실화될 수 없었다. 그러나 지난해 19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문재인은 ‘거점 국립대’ 집중 육성과 ‘공영형 사립대’ 전환 및 육성을 통한 중·장기적으로 대학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
 
공영형 사립대학이란 OECD의 대학분류체계 중 하나인 정부의존형 사립대학(Government-dependent private higher education institutions)을 우리나라 교육 상황에 적합하게 개념화 한 것이다. 운영 경비의 50% 이상을 정부가 지원하는 대신 사립대학 지배구조를 ‘공영화’함으로써 사립대학의 공적 역할을 강화하는 방안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대학서열구도를 완화하고, 대학체제를 네트워크(연합대학)로 개편하고, 중등교육 정상화 등 공적 과제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관건은 고등교육 재정의 확보다. 시행 단계 및 규모와 방식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2조원 정도의 추가 예산 확보는 필수다. 한 달 전(3월 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이에 대한 토론회가 있었다. 공영형사립대추진협의회 정책위원장을 맡은 상지대 김명연 교수가 운영방안과 쟁점에 대한 발제를 하였고 다양한 전문가들이 토론이 이어졌다. 건너야 할 강(江)은 넓고 깊으며, 넘어야할 산은 높고 험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교육의 총체적 정상화를 향해 나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가야할 길이라는 것을 확인했던 토론이었음을 자료집으로 확인한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지 거의 11개월이 된다. 외교와 통일 분야를 비롯하여 여러 분야에서 현 정부가 참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교육 분야는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


특히 사립학교 개혁은 빵점에 가깝다고 본다. 김상곤 장관은 교수시절 사학개혁 운동을 이끌기도 했던 분인데 왜 손놓고 있는 걸까 답답함과 아쉬움을 넘어 화가 치밀 때도 많다.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는 이명박-박근혜 시절 수많은 비리사학재단에 날개를 달아준 대표적 적폐기구인데 이런 것을 어찌하겠다는 소식조차 들리는 것이 없다. 교육부 ‘사학혁신위’가 무엇을 한다고는 하는데 무엇을 어찌하고 있는지는 전혀 아는 바가 없다. 사학개혁국본에서 활동하는 많은 교사와 교수들도 부글부글하는 모양새다.
 
2018년~2020년에 국립대네트워크와 공영형사립대가 출범하고, 2021년~2023년에 연합대학통합네트워크체제를 준비하여 2024년 쯤에는 대학통합네트워크체제로 발전하는 것은 한낮 꿈에 불과한 것일까? 이에 바탕한 수능절대평가 – 대입자격고사제 - 초중등교육의 정상화로 이어지는 것이 이 정부에서 가능할까? 가능하게 하려면 뭘 해야 하나? 만우절 하루가 이런 저런 상상으로 저물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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