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 “4.3, 이념 넘어 정의·공정으로" ...천안함은?

김진홍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8/04/04 [03:08]

문대통령 “4.3, 이념 넘어 정의·공정으로" ...천안함은?

김진홍 칼럼니스트 | 입력 : 2018/04/04 [03:08]

[신문고뉴스] 김진홍 칼럼니스트 = 남북 분단 70, 우리의 현대사는 이념 때문에 서로 죽고 죽이는 현장에서 살아왔다. 현재 이 순간까지도 그 누구하나 이를 벗어나 살아본 적이 없고, 슬프게도 진행형이다. 그 과정에서 그나마 김대중 노무현 정권 당시 남북정상회담이 이루어졌지만 이념통합의 한줄기 희망이었던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사업도 정권이 바뀌는 순간 도로 아미타불 되어버렸다.

 

이념이 가져온 죽음들...지구촌은 20세기 한국전쟁과 베트남 전쟁을 통해 이념전쟁으로 죽어간 숫자는 헤아릴 수 없다는 역사를 남기고 있다. 그리고 우리 현대사도 마찬가지다.

 

201843일, 이에 제주 4.3항쟁 70주년 기념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4.3의 진상규명은 지역을 넘어 불행한 과거를 반성하고 인류의 보편 가치를 되찾는 일"이라며 "4.3의 명예회복은 화해와 상생, 평화와 인권으로 나가는 우리의 미래"라고 말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4.3의 완전한 해결을 약속했다. 이미지, MBC뉴스데스크 회면 갈무리    


제주 4·3 항쟁, 해방이후 한반도에서 벌어진 가장 잔혹한 참사다. 이념전쟁, 우리 현대사는 이런 이념전쟁을 전국 곳곳에 남겼다. 그럼에도 제주의 4.3은 그 진상이 드러날수록 끔직하다.

 

194843, 5.10 국회의원 총선거를 거부하는 남로당 제주도당이 봉기하여 경찰서 등을 습격하며 시작된 이 사태는 결국 이들 남로당 불순분자를 제거한다는 명분으로 제주도민 30만의 1/10이라는 약 30,000명의 무고한 양민들을 무자비하게 학살시킨 참사로 남았다.

 

이 참사를 통해 국가폭력이 양민들에게 얼마나 무서운 폭력인지 느끼게 한다. 이제 늦었지만 대통령이 제주도를 방문하고 기념식에 참석하면서, 역사청산의 의지를 밝힌 것은 정말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나는 다른 한편의 이념에 의한 정의와 공정이 무너진 채 방치되고 있는 사건을 생각하면 답답하고 참담하다. 2010326일 서해 백령도 해상에서 훈련 중이던 우리 해군의 1,200톤급 초계함인 천안함이 반쪽으로 갈라져 두동강이가 난 채 침몰했다. 이후 우리 국방부는 이 초계함은 북한의 잠수정이 몰래 침투 발사한 어뢰에 의해 피격되었다면서 그 근거로 '1번어뢰'의 잔해를 공개했다.

 

하지만 국방부와 합조단의 이 발표가 진실과 다르다며 반기를 든 합조단원이 있었다.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 민주당 추천 민간조사위원이었던 신상철씨다 이후 신씨는 이 반론제기로 인해 8년을 법정싸움으로 견디며 몸에 암을 얻는 등 고군분투 중이지만 이 법정싸움은 현재도 진행되고 있다. .

 

그래도 신씨는 2010년이나 지금이나 천안함은 북의 어뢰공격으로 폭파 침몰된 것이 아니다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이에 대한민국을 대표한 검찰이 34가지의 항목을 유죄의 근거로 신상철씨를 기소했지만 1심 법원은 이중 2개만 유죄로 인정했다.

 

이런 상황에서 며칠 전 KBS는 천안함 진실규명이 필요하다는 방송을 내 보냈다. 이 후 반응은 뜨겁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나 바른미래당 유승민 대표 등 보수진영 정치인들은 이미 북의 폭침이 확실한 사건인데 왜 공영방송 KBS가 다시 들추느냐고 의혹에 대합 답을 요구하지도 못하게 막으려 한다.

 

▲ 이미지출처 : KBS    

 

나도 솔직히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국가를 대표하는 국방부의 발표를 믿고 싶다. 특히 미국 스웨덴 등의 외국 인사들까지 합세한 합동조사단의 결론을 믿고 싶다. 그러나 상식은 전혀 믿기지 않는다.

 

그렇다고 신상철씨의 주장도 백퍼센트 믿을 수는 없다. 단지 그가 품는 의구심에는 어느 정도 상식에 부합하다는 느낌이 강하다는 것만 부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정부 발표가 맞고 제발 신상철씨가 틀렸다는 것을 확인받고 싶다. 사실 그래야 한다. 그래야 지난 8년 전의 정부가 국민을 기만하지 않았다는 것이 확인된다. 국민으로서 정부가 국민을 기만했다는 것을 확인했을 때의 허탈감은 정말로 느끼고 싶지 않다.

 

그래서다. 나는 이제 정말로 천안함의 신실을 알고 싶다. 70년 전 제주도의 참상에 관한 진실이 조금씩 조금씩 밝혀지면서 오늘에 이르러 이제 대통령이 이념을 넘어 정의와 공정으로진실을 찾겠다고 공언하므로 진실찾기에 다가가듯 천암함도 그랬으면 좋겠다.

 

지난 8, 권력과 그 권력에 동조한 사람들은 천안함 폭침설에 동의하지 못한 이들에게 '빨갱이라는 딱지를 붙이며 종북몰이 대상자로 삼았다. 심지어 청문회마다 진보성향 인사들이 나오면 첫 질문이 "천안함 폭침을 믿느냐" 였다. 4.3피해자들과 그 후손들에게 70년 동안 붙인 '빨갱이라는 딱지를 천안함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에게도 동일하게 붙었다. 하지만 북한은 일관성 있게 천안함 폭침을 부정한다.

 

이번 우리측 문화예술단이 평양공연을 성황리에 마친 날인 3일에도 북한 노동신문은 천안함 사건을 “남조선의 조작극”이라고 주장했다. 김영철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이 전날 평양을 방문 중인 남측 기자단에 “남측에서 천안함 폭침 주범이라는 사람이 저 김영철”이라고 한 다음 날이다.

 

이날 노동신문은 “남조선 보수패당이 조작해낸 치졸한 모략극인 천안호(함) 침몰사건의 진상은 이미 만천하에 폭로됐다”며 “천안호 침몰사건을 구실로 동족에 대한 적대감과 대결의식을 고취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KBS의 의혹제기 이후에도 우리 국방부는 북한어뢰설 외에 다른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 정부도 북한이 조작극이라고 하지만 북의 의한 폭침설을 신뢰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면서도 또 이 정부는 북과 화해를 모색한다. 평시에 우리측 해역에 침투한 뒤, 어뢰로 우리 군함을 공격하여 반쪽내고, 우리 해군 46용사를 수장시킨 적에게 어떤 책임추궁도 없이 말이다.

 

이는 이중성이다. 평화는 구걸로 이뤄지지 않는다. 폭침이 맞다면 지금 홍준표나 유승민의 대응이 맞다. 천안함 폭침이 사실이라면 문재인 정부는 그 상대와 이대로 평화협정을 맺어서는 안 된다.

 

책임인정 후 재발방지책과 사과, 그에 대한 보상도 받아 낸 뒤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그 이후여야 탄탄한 신뢰가 구축되고 이 탄탄한 신뢰의 바탕에서 다른 협상을 진행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3일, 4.3행사에 참석하여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제 우리는 아픈 역사를 직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불행한 역사를 직시하는 것은 나라와 나라 사이에서만 필요한 일이 아닙니다. 우리 스스로도 4.3을 직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낡은 이념의 틀에 생각을 가두는 것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이제 대한민국은 정의로운 보수와 정의로운 진보가 '정의'로 경쟁해야 하는 나라가 되어야 합니다. 공정한 보수와 공정한 진보가 '공정'으로 평가받는 시대여야 합니다. 정의롭지 않고 공정하지 않다면, 보수든 진보든, 어떤 깃발이든 국민을 위한 것이 될 수 없을 것입니다. 삶의 모든 곳에서 이념이 드리웠던 적대의 그늘을 걷어내고 인간의 존엄함을 꽃피울 수 있도록 모두 함께 노력해 나갑시다. 그것이 오늘 제주의 오름들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이러한 문재인 대통령의 철학이라면, 천안함 사건에 대해서도 같은 시각과 철학을 가져야 한다. 상황에 따라, 정치적 입장에 따라 역사적 사건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진 다면 4.3에 대한 선언적 의미도 다 부질없는 짓이 되고 만다. 진정한 남북화해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다면 먼저 천안함 사건을 결말내야 한다. 지금 문재인 정권이 가장 시급히 해야 할 일이다. 정부의 전향적 자세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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