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또르따의 예수 이야기-28]베들레헴으로의 여행

강명준 변호사 | 기사입력 2018/04/08 [06:30]

[발또르따의 예수 이야기-28]베들레헴으로의 여행

강명준 변호사 | 입력 : 2018/04/08 [06:30]

 

▲ 이미지 = 픽사베이

 

 

[번역 강명준 변호사   편집 추광규 기자]

 

1944. 6. 5.

 

나는 혼잡한 간선도로를 본다. 물건을 싣거나 사람을 태우고 가는 나귀들이 있고, 돌아오는 나귀들도 있다. 날씨가 춥기 때문에 나귀 탄 사람들은 나귀에 박차를 가하고, 걸어가는 사람들은 발걸음을 재촉한다.


공기는 맑고 건조하며, 하늘은 청명하다. 모든 것이 한겨울임을 말해 준다. 헐벗은 들판은 더 넓어 보인다. 목장의 풀은 겨울바람에 시들어 키가 짧아졌다. 목장의 양떼는 먹을 것을 찾으며, 천천히 뜨고 있는 해를 기다리는 듯하다. 그놈들은 춥기 때문에 서로 몸을 바싹 붙이고 입을 쳐들어 해더러 '빨리 나오너라, 추워 죽겠다!'고 말하는 것처럼 운다.

 

지면의 굴곡이 나타나고 점점 더 분명해진다. 진짜 구릉들로 이루어진 풍경이다. 풀이 무성한 움푹 파인 곳들과 작은 계곡을 이룬 비탈과 산등성이들이 있다. 길은 그 가운데로 나 있는데 동남쪽을 향하고 있다.
 
마리아는 두꺼운 겉옷에 폭 싸여 회색 나귀를 타고 간다. 안장 앞쪽에는 헤브론 쪽으로 여행할 때에 이미 본 적이 있는 장치가 있고, 그 위에는 필수품들을 담은 궤가 놓여 있다.

 

요셉은 고삐를 잡고 나귀를 탄 마리아 옆에서 걸어간다.


“피곤하오?”

 

그가 가끔 묻는다. 마리아는 미소를 띠고 그를 보며 말한다.


“아니오.”
 
세 번째에 가서는 마리아가 덧붙인다.


“오히려 걸어가는 당신이 피곤하실 거예요.”

 

“오! 나는 아무렇지도 않소. 나귀 한 마리를 더 구했더라면 당신이 더 편히, 더 빨리 갈 수 있었을 텐데, 나귀를 구하지 못했구려. 지금은 모두에게 나귀가 필요하니까. 하지만 힘을 내요. 머지않아 베들레헴에 도착할 거요. 이 산만 넘으면 에프라타요.”

 

그런 다음 둘 다 말이 없다. 동정녀는 말하지 않을 때면 마음을 가다듬고 마음속으로 기도드리는 것 같다. 그녀는 생각하다가 조용히 미소 지으며, 군중을 바라보면서도 남자인지 여자인지 노인인지 목동인지 부자인지 가난한 사람인지 보지 못하는 것 같다. 마리아가 보는 것은 그녀에게만 보이는 것이다.

 

“춥소?”


요셉이 묻는다. 바람이 일기 때문이다.

 

“아니예요.”

 

그러나 요셉은 안심이 되지 않아 나귀 옆구리로 내려뜨린 마리아의 두 발을 만져 본다. 그녀의 긴 옷 밖으로 나와 있는 샌들을 신은 발이다. 요셉이 머리를 흔드는 것을 보니 발이 차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는 자기가 어깨에서부터 겨드랑이 밑으로 메고 있던 담요를 벗어 마리아의 다리 위에 펴서 덮어 주고, 가슴까지 올려 손이 담요와 겉옷 밑에서 따뜻하게 해 준다.

 

그들은 양떼를 몰고 길을 가로지르는 목자를 만난다. 요셉이 몸을 숙여 그에게 무언가를 말한다. 목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요셉은 나귀를 붙잡고 양떼의 뒤를 따라 풀밭으로 들어간다. 목자가 배낭에서 그릇을 꺼내 젖이 퉁퉁 분 뚱뚱한 양의 젖을 짜서 요셉에게 건네주자 요셉이 그것을 마리아에게 준다.
 
“하느님께서 두 분 모두를 축복하시기 바랍니다.”


마리아가 말한다.

 

“당신은 사랑 때문에, 또 당신은 친절 때문에 두 분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멀리서 오시는 겁니까?”

“나자렛에서 옵니다.”


요셉이 대답한다.

 

“그래, 어디로 가시오?”

“베들레헴에요.”

 

“저런 상태의 여자에게는 먼 여행이군요. 당신의 아내요?”

“그렇소, 내 아내요.”

 

“어디 갈 데가 있소?”

“아니오.”

 

“저런. 베들레헴에는 거기에서 등록하거나 다른 데로 가서 등록하기 위해 사방에서 모여든 사람들로 꽉 들어찼어요. 당신들이 숙소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르겠소. 그곳을 아시오?”

“잘은 모르오.”

 

“그렇다면, 저 여자 분을 위해 가르쳐 드리지요. 여관을 찾으시오. 여관은 만원일 거요. 하지만 길을 가르쳐 주기 위해서 그 여관을 일러 주는 거요. 여관은 제일 큰 광장 옆에 있는데, 제일 큰 거리로 가면 길을 잘못들 수 없어요. 여관 앞에는 샘이 하나 있고, 여관에는 크고 낮은 현관이 있지요. 여관은 꽉 찼을 거요. 여관과 여관 옆집에서 방을 구하지 못하거든 여관 뒤로 해서 들판 쪽으로 가시오.

 

산에는 여관에 자리가 없을 때 예루살렘으로 가는 상인들이 가끔 그들의 짐승을 두는 데 쓰이는 마구간들이 있소. 산에 있는 마구간들이오, 알겠소? 습하고, 춥고, 문도 없소. 하지만 여자가 길에 있을 수는 없으니 그래도 의지할 만한 곳이 될 거요. 어쩌면 당신들의 잠자리로 쓰고 나귀에게 줄 건초도 있는 자리를 구할 수 있을 거요. 그럼 하느님께서 당신들과 함께 계시기를 바라오.”

 

“하느님께서 당신께 기쁨을 주시기 바랍니다.”


마리아가 대답한다.

 

“평화가 당신과 함께 있기를”


요셉도 말한다. 그들은 다시 길을 떠난다. 가파른 언덕을 넘자 아주 넓고 낮은 땅이 나타난다. 그 움푹 들어간 곳에는 집들이 줄지어 빙 둘러싸고 있다. 베들레헴이다.

 

“마리아, 다윗의 고장에 다 왔으니 당신이 쉴 수 있게 되었소. 대단히 피곤해 보이는구려.”

“아니에요, 저는 때가 된 것 같아요. 정말…”


마리아는 요셉의 손을 잡고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한다.


“정말 때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아! 이거 어떻게 하지요?”

 

“걱정 마세요. 요셉, 당황하지 마세요. 제가 얼마나 침착한지 보세요.”

“하지만 대단히 아플 텐데?”

 

“아! 아니요. 저는 기쁨이 넘쳐요. 어찌나 강렬하고 아름답고 억제할 수 없는 기쁨인지 제 심장이 마구 뛰며 ‘아기가 태어나요! 아기가 태어나요!’ 하고 말하고 싶을 지경이에요. 심장이 뛸 때마다 그렇게 말해요. 그것은 제 마음의 문을 두드리면서 ‘엄마, 하느님의 입맞춤을 엄마에게 주려고 내가 왔어요’ 하고 말하는 내 아들이에요. 아아! 얼마나 기뻐요, 요셉!”

 

그러나 요셉은 기쁘지 않다. 그는 급히 숙소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발걸음을 재촉한다. 이 문 저 문을 두드리며 머물 곳을 청한다. 그러나 마땅한 곳이 없다. 모든 장소에 사람이 가득 차 있다. 여관에 도착하지만 안마당 주위에 있는 회랑 밑에까지 야숙하는 사람들로 꽉 차 있다.

 

요셉은 나귀를 탄 마리아를 안마당에 남겨두고 다른 집을 찾아보려고 나갔다가 낙담해서 돌아온다. 아무 데도 없는 것이다. 겨울의 이른 황혼이 어둠의 장막을 드리우기 시작한다. 요셉은 여관 주인에게 애원해 보고, 손님들에게도 애원해 본다. 그들은 건강한 남자들이고, 이쪽은 만삭이 된 여자다. 동정해 달라고 애원해 보지만 아무 소용없다.

 

한 부유한 바리사이가 있는데, 눈에 띄게 요셉을 멸시하는 시선으로 바라보고, 마리아가 가까이 가자 문둥병자라도 되는 듯이 옆으로 비켜선다. 요셉이 그를 바라보는데, 그 사람의 얼굴이 멸시를 나타내며 새빨개진다. 마리아는 그를 진정시키기 위해 요셉의 손목에 손을 얹고 말한다.

 

“고집부리지 마세요. 갑시다, 하느님께서 마련해 주실 거예요”

 

그들은 나가서 여관의 담을 끼고 여관과 초라한 집들 사이에 나 있는 골목길로 돌아간다. 여관을 끼고 돌며 목자가 가르쳐 준 곳을 찾는다. 그 곳에는 매우 낮고 축축해서 마구간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동굴이나 지하창고 같은 것들이 있다. 그중 좋아 보이는 것들에는 이미 사람들이 들어 있다. 요셉은 막막하다.

 

“여보시오, 갈릴래아 사람!”


뒤에서 늙은 사람이 소리친다.

 

“저 안쪽 그 무너져 내린 더미 밑에 굴이 하나 있소. 어쩌면 아직 비어 있을지도 모르겠소.”

 

그들은 그 ‘동굴’ 가까이로 간다. 무너진 건물의 더미 가운데 은신처가 하나 있고 거기에 동굴이 하나 있는데, 동굴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산에 뚫린 구멍이다. 옛날에 있었던 건축물의 기초 같은데, 거기에 거친 나무둥치로 지탱해 놓은 돌들이 지붕 역할을 한다.

 

빛이 거의 없기 때문에 좀 더 잘 보기 위해 요셉은 부싯깃과 부싯돌을 꺼내서, 어깨에서 겨드랑이로 맨 배낭에서 꺼낸 작은 등에 불을 켜고 안으로 들어간다. 소의 울음소리가 그를 맞이한다.

 

“마리아, 들어와요. 굴이 비어 있소. 소 한 마리밖에 없소.”

 

요셉이 미소 짓는다.

 

“아무것도 없는 것보다는 낫소!”

 

마리아가 나귀에서 내려 들어간다.

 

요셉은 기둥 구실을 하는 나무줄기에 박혀 있는 못에 작은 등을 걸어 놓는다. 거미줄이 뒤덮인 천장과, 흙을 다져서 만들었지만 구멍이 나 있는 벽과 돌멩이, 쓰레기, 짐승들의 배설물이 너저분하게 흩어져 있고 짚이 덮여 있는 바닥이 보인다. 저 안쪽에서 입에 건초가 매달려 있는 커다란 눈의 소 한 마리가 돌아서며 이쪽을 쳐다본다.

 

투박한 걸상이 하나 있고, 한구석 틈이 있는 곳에 돌 두 개가 있다. 이 가장 구석진 곳이 까매진 것으로 보아 불을 피우는 곳임을 알 수 있다.

 

마리아가 소에게 다가간다. 마리아는 추워서 따뜻한 기운을 느끼기 위해 소의 목에 두 손을 얹는다. 소가 알아듣는 것 같다. 요셉이 꼴 시렁에서 짚을 많이 꺼내다가 마리아의 침대를 만들어 주려고 소를 한쪽으로 밀 때에도 역시 알아듣는 것 같다. 꼴 시렁이 이중으로 되어 있는데, 소가 먹는 곳인 구유와 그 위에 있는 건초를 저장해 두는 일종의 선반이다. 이 선반에서 요셉이 건초를 꺼내는데, 소는 요셉이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둔다.

 

요셉이 나귀에게 먹을 것을 주자, 피곤하고 배가 고픈 나귀는 즉시 먹기 시작한다. 요셉은 엉망으로 찌그러진 채 엎어져 있는 양동이를 발견하고, 밖으로 나가서 개천에서 나귀에게 먹일 물을 떠 가지고 돌아온다. 그런 다음 한구석에 놓여 있던 나뭇가지로 만들어진 다발을 집어서 바닥을 쓸고는 건초더미 중에 가장 보송보송한 것으로 가장 아늑한 모퉁이 소 곁에 건초로 침대를 만들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 보잘것없는 건초가 축축한 것을 알고는 한숨을 쉬다가 불을 피운다. 마치 성 브루노 회 수도자와 같은 인내심을 가지고 건초를 한 줌씩 쥐고 불에 말린다.

 

피로를 느낀 마리아는 등이 없는 걸상에 앉아 그 모습을 바라보며 미소 짓는다. 이제 다 되었다. 마리아는 폭신한 건초 위에 그럭저럭 자리 잡고 나무줄기에 어깨를 기댄다. 요셉은 텐트 역할을 하는 자기의 겉옷을 출입구로 쓰이는 구멍에 펼치는 것으로 실내장식을 마친다. 매우 불완전한 은신처다. 그런 다음 빵과 치즈와 수통의 마실 물도 동정녀에게 준다. 식사가 끝나자 요셉이 말한다.
 
“이제는 자도록 하시오. 나는 불이 꺼지지 않도록 깨어 있겠소. 다행히 나무가 있소. 불이 오래도록 잘 타기를 바라오. 등잔의 기름을 절약할 수 있겠소.”

 

마리아가 눕는다. 요셉이 곧 마리아의 겉옷과 처음에 발을 덮었던 담요를 덮어 준다.

 

“하지만 당신은… 추우실 텐데요.”

“아니오, 마리아. 나는 불 곁에 있소. 좀 쉬도록 해요. 내일은 좀 더 나을 거요.”

 

마리아는 사양하지 않고 눈을 감는다. 요셉은 구석에 잔가지들을 곁에 놓고 걸상에 앉아 있지만, 잔가지가 별로 없다. 오래 가지 못할 것 같다.

 

그들의 자리는 나무줄기와 잠자리로 만든 짚에 앉은 소가 반쯤 가리고 있는 문 쪽으로 어깨를 돌리고 오른편에 있다. 요셉은 왼쪽에 있는 문 쪽을 향하여 돌아앉아 있어 얼굴은 불을 향하고 어깨는 마리아 쪽을 향하여 대각선으로 앉아 있다. 요셉이 마리아를 가끔 보기 위해 얼굴을 돌린 채 자는 것처럼 조용하게 누워 있는 마리아를 쳐다본다. 그는 나뭇가지들을 하나씩 불에 던져 불이 꺼지지 않게 하고 얼마 안 되는 나무를 오래 가게 한다. 등잔의 기름은 다하여 이제는 바람에 흔들리는 약한 불의 미광 밖에는 없어서 희미한 빛 속에 소와 요셉의 얼굴과 손의 흰빛만이 부각되고, 나머지 모든 것은 희미한 어둠 속에 묻혀 버리는 윤곽에 지나지 않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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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께서 말씀하신다.

 

“불러 줄 말이 없다. 환상 자체가 스스로 말하고 있다. 거기에서 흘러나오는 사랑과 겸손과 순결의 교훈을 얻어내는 것은 너희가 할 일이다. 쉬어라. 내가 예수를 기다리면서 깨어 있었던 것처럼 너도 깨어 있으면서 쉬어라. 예수가 너에게 그의 평화를 가져다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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