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단체들 “고 장자연 사건 성역 없이 수사하라!”

정수동 기자 | 기사입력 2018/04/08 [07:34]

여성단체들 “고 장자연 사건 성역 없이 수사하라!”

정수동 기자 | 입력 : 2018/04/08 [07:34]

여성단체들이 ‘미투가 바꿀 세상 우리가 만들자’면서 “성차별·성폭력을 끝장내자"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고 장자연 사건 성역 없이 수사하라!”는 목소리는 물론 “기간제교사의 구조적 차별을 이용한 성희롱·성폭력이 만연한 현실을 바꾸자”는 등 다양한 주장도 나왔다.

 

시민단체 연대체인 '미투운동과 함께 하는 시민행동'이 7일 저녁 마포구 연남동 경의선 숲길에서 개최한 <성차별·성폭력 끝장집회>에서는 미투 운동에 대한 지지와 연대를 표명하면서 이 같은 주장을 제기한 것.

 

▲  사진= 미투운동과 함께 하는 시민행동 페이스북

 

 

◆경의선 숲길에 모인 1천여명....성차별·성폭력을 끝장내기 위해

 

이날 집회는 개개인이 경험하는 성차별과 성폭력의 증언인 #미투의 흐름을 성평등한 사회로 나아가는 변화의 힘으로 이끌어내는데 더 많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할 수 있도록 장을 마련한 것이다.

 

#미투로 터져 나온 성폭력 사건이 제대로 진상규명되고, 성폭력 피해자와 반성폭력 운동에 대한 백래쉬를 멈추라는 메시지를 우리 사회에 전했다. #미투와 #위드유를 외친 이번 집회에는 꽃샘추위에도 불구하고 경의선 숲길과 홍대입구를 찾은 시민들도 함께 참여하여 미투의 전사회적인 공감도를 증명했다.

 

이날 <성차별·성폭력끝장집회>는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공동대표의 사회로 진행됐다.

 

신희주 여성문화예술연합 활동가는 “문화예술계 내 성폭력 발생, 피해자들이 안전하게 신고하고 지원받을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면서 “현재 창작자들은 300만원의 창작준비금, 불공정행위를 신고할 수는 있으나, 영화 촬영현장에서 성폭력 발생 시 신고기관이 없다”며 현실을 지적했다.

 

이어 “여성들 스스로 정책을 공부하고 국가에 정책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여러 여성단체에서 비동의 간음죄 도입, 임신중단권 등 여러 아젠다들을 만들고 요구하고 있다. 미투를 시작으로 더 많이 요구해야 하고 실제로 변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지안 페미당당 활동가는 “익명의 가해자들, 그들은 괴물이 아니다”면서 “평범한 가해자에 의한 피해도 함께 이야기 되어야 한다.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이야기. 그것이 미투”라고 말했다.

 

이어 자신의 데이트폭력 사례를 말한 후 “피해자가 일상으로 돌아오는 길은, 당신이 누구인지라서가 아니다”면서 “우리는 서로의 용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나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박혜성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기간제교사노동조합 위원장은 “기간제교사의 구조적 차별을 이용한 성희롱·성폭력이 만연한 현실을 바꾸자”면서 “기간제교사들의 성희롱 성폭력 실태조사에서 응답자의 40퍼센트가 성희롱을 경험한 적이 있고 또 14%는 성폭력을 당했다는 충격적인 조사결과가 나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간제교사들이 학교 현장에서 당하고 있는 이 같은 문제의 실태를 전한 후 “기간제교사들이 조직되지 않으면, 이런 부당한 일을 당하고도 그냥 참고 넘기는 상황을 개선하기는 더 어려울 것이기에 성희롱, 성폭력 문제는 노동조합이 적극 나서 싸워야 할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안희정 이윤택 성폭력사건 공대위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위력에 의한 성폭력 인정해야 한다”면서 “가해자들은 이윤택과 안희정 뿐만이 아니다. 가부장이 만들어 놓은 규칙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주는 정당한 벌이라고 말하며 자신의 가정폭력 성폭력을 가족 내에서 정당화하는 권력자들도 많고, 교수에 의한 코치와 감독에 의한 성폭력도 그렇다. 피해자들은 가해자들이 지어놓은 세계에서 벗어나 자신의 경험을 성폭력으로, 범죄로 인정되는 것을 절실한 목표로 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학내 미투운동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신혜슬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학 학생회 공동대표는 “학내 미투운동에 많은 연대의 힘이 용기가 되고 있다. 우리는 서로의 용기”라고 말했다.

 

그는 “어제 한 대학의 조형예술대 공동대표의 메시지가 왔다”면서 “오히려 가해지목인 교수는 가만히 놔두고, 피해호소인에 대한 2차 가해가 지속되고 있다고 한다. 유명인사들의 미투에 대해서는 해결이 빨리 되는데 비해, 주목받지 못한 미투에 대해 혼자 싸우고 있는 분들이 많다. 아직 드러나지 못한 미투에 대해 지지와 연대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현장발언에 나선 송화선(대학생)씨는 “화가 나서 참여하게 되었다”면서 “지겹다, 법으로 해결해라, 미투 그만 들먹여라. 그런 말들이 많지만, 나는 눈을 돌리려고 하는 당신들이 지겨워 나왔다. 성차별 성폭력이 얼마나 많이 쌓였으면 파도파도 끝이 없다. 어떻게 지겹다 말할 수 있나? 법적으로 처리하라니, 법적으로 해결 안되니까 나온 것 아닌가”리고 목소리를 높였다.

 

단호(헬로조선 프로젝트)는 “남성들의 성욕에 대한 수많은 말이 존재한다”면서 “지금껏 이 사회는 약자의 언어에 무지해왔다. 더 이상 강자의 언어에 복종하지 않을 것이다. 성폭력을 용인하는 사회에 여성들의 목소리를 심겠다”고 강조했다.

 

▲ 사진= 미투운동과 함께 하는 시민행동 페이스북    

 

 

◆채용성차별 시정하라, 여성도 꿈꾼 대로 일하고 살고 싶다

 

발언을 마친 후 집회에 참가한 1000여명의 참여자들은 모두 함께 노래를 부르며 성차별·성폭력을 끝장내기위해 홍대거리로 행진했다.

 

연남동 경의선 숲길(홍대입구 3번 출구)에서 시작한 행진은 홍대의 걷고 싶은 거리를 지나 KT상상마당을 거쳐 홍대입구 일대를 걸으며 “성폭력 정치인 안뽑는다”, “성폭력 미디어 안본다”, “성폭력 게임 안한다”, “여성차별 기업 내 지갑은 안 열린다”, “노동권 침해말고 성평등 조직문화 만들어라 ”여성도 국민이다 성평등 개헌 실현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홍대를 가득 메운 시민들이 함께 구호를 외치기도 하고, 집회 행렬에 환호를 해주기도 하며 #미투에 대한 열렬한 호응을 보였다.

 

행진을 마치고 연남동 경의선 숲길로 돌아온 참가자들은 대학생과 고등학생 등 집회 참가자들의 즉석발언을 이어갔고, 노래에 맞추어 핸드폰 플래시를 켜고 퍼포먼스를 하며 평화롭고 흥겹게 마무리하였다.

 

#미투시민행동에서 주최하는 다음 집회는 전국 동시다발 집회로 4월 21일 토요일 오후 3시로 예정되어 있다. 구체적인 장소와 순서는 일일브리핑, SNS와 블로그를 통해 추후 공지할 예정이다.

 

#미투시민행동은 앞서 2018년 3월 22일부터 23일까지 양일간 청계광장에서 <2018분 동안의 이어말하기>와 <성차별·성폭력 끝장문화제>을 진행한 바 있다. <2018분 동안의 이어말하기>는 3월 22일 (목) 오전 9시 22분 시작되어 3월 23일 오후 7시까지 1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193명의 발언자들이 여성들의 일상 곳곳에서의 차별과 폭력의 경험을 2018분(33시간 38분) 동안 증언했다.

 

<성차별·성폭력 끝장문화제>는 천여 명의 참가자가 청계광장을 시작으로 광화문과 인사동, 종로 인근을 행진하며, #미투 운동에 대한 전 국민적 참여를 촉구하여 한국 사회에 만연한 성차별, 성폭력을 근절하는 변화를 도모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미투 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은 2018년 한국사회에 들불처럼 일어나고 있는 #미투 운동이 더 다양한 영역으로 확산되어 우리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성차별과 폭력을 근절하고 성평등 민주주의 세상을 이루기 위해 340여 개의 여성·노동·시민단체와 미투운동을 지지하는 400여명의 개인이 모여 2018년 3월 15일 출범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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