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벅찬 기대감으로 맞이하는 시간들

수산스님 6.15경기본부 홍보위원 | 기사입력 2018/04/26 [17:09]

가슴 벅찬 기대감으로 맞이하는 시간들

수산스님 6.15경기본부 홍보위원 | 입력 : 2018/04/26 [17:09]

불교에는 인간의 마음작용을 밝히고자 하는 ‘유식(唯識)’이라는 분야가 있다. 이 학설에 따르면 우리가 경험하는 세상은 원래의 모습이 아니라 나의 마음이 투영된 모습이라고 한다. 경험을 비롯한 모든 정보들이 저장된 나의 마음으로 그려낸 모습이 바로 세상의 모습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간과해서 안 될 중요한 점은 내게 그렇게 보이는 바깥세상이 다른 사람들에게 똑같이 보이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통찰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오랜 세월 꿈꾸었던 뉴스가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 정권에서는 상상도 못했을 남북대화와 남북정상의 만남. 북미정상회담. 그리고 기대되는 반세기를 훨씬 넘긴 세월동안 유지되어 온 전쟁의 휴전상태를 끝내고 맞이하는 평화공존의 시대.


그러나 우리가 이렇게 기대를 갖고 바라보는 현실을 참으로 독특하게도 냉소적이고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바라보는 언론과 정치인들이 있다. 그럴 수도 있다는 것이 바로 불교의 가르침임에도 불구하고 납득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보수라는 거짓 이름으로 포장한 이 땅 극우 정치집단의 행태는 이해도 안 되고 용서도 안 된다.


일부 언론과 정치집단은 오랜 세월동안 자신들의 이익과 기득권을 놓지 않기 위해 ‘반공’이니 ‘종북좌파 빨갱이’니 하는 이데올로기 사상으로 국민을 세뇌시켜 왔다. 그러나 이익과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그들이 저질렀던 가슴 아픈 사건들을 우리는 잊을 수가 없다. 그리고 그것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그리 많이 배웠고 누구보다 똑똑하다고 자처하는 자들이기에 모른다고 믿기 어렵지만, 자신들의 죄과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스스로의 우월성에 빠져있는 모습을 보면 그들은 진짜로 그렇게 믿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끔찍함에 섬뜩하다. 지난 정부 9년여의 세월동안 많은 국민들은 전쟁의 공포로 가슴 졸여왔음을 기억하고 있다. 그것이 최선이 아니었음이 명확해 졌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예전 레퍼토리를 버리지 못하고 곡학아세(曲學阿世)와 혹세무민(惑世誣民)으로 국민을 기만하는 몰염치와 뻔뻔함은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불교에서는 욕망보다 더 무서운 것이 ‘무지(無知)’라고 본다. 흔히 고해(苦海)라고 표현하는 사바세계의 고통은 욕망에서 오고, 욕망은 무지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미혹함으로 말미암아 우리가 행위를 일으키고 그것으로 인하여 고통을 받게 된다는 것이 불교의 가르침이다. 우리는 저들의 무지와 어리석은 행동으로 말미암아 지금까지 많은 국민이 감내해 야만 했던 고통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는 많은 사람들의 부정적 우려를 불식시켰다. 무엇보다 남북이 화해의 물꼬를 트게 된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상호 대표단의 교차 방문을 보면서 막연하게 기대했던 소식이 실제로 성사됨에 온 국민과 전 세계가 깜짝 놀랐다.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예측 불가능하다는 인물들로 알려졌기에 놀라움이 훨씬 큰 뉴스였다. 앞으로의 며칠 그리고 몇 달의 시간이 대한민국의 역사에 큰 획을 긋는 사건으로 기억되길 진정 바란다. 그렇게 될 때 우리는 역사적 사건의 동시대인이었음이 참으로 자랑스러울 것이다.


물론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다. 그리고 그 결과가 실망과 아쉬움을 줄 수도 있다. 그럼에도 그렇게 시작해야만 한다. 이 땅의 누구도 전쟁의 두려움으로 가슴 졸여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열차타고 유럽가고, 개성으로 수학여행 가며, 백두산과 개마고원으로 신혼여행 가는 꿈같은 기대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바람으로 이번 주를 맞이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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