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 보유 선언, 그리고 그에 이은 미국의 북한 핵시설 폭격 위협과 그로 인한 한반도에서의 전쟁 위기 고조라는 위기 국면이 지속되었던 지난날들을 뒤로 하고 바로 며칠 전 역사적인 남북정상 회담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과거의 유사한 합의들과는 달리, 한 번의 쇼로 끝나지 않고 회담에서 합의한 대로 하나하나 약속이 이행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으며, 실제로 몇몇 일들은 벌써 시행이 되었다. 아직 원칙론적 수준이거나 예전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평가도 있으나, 전체적인 분위기로 보아 분명 한반도 평화와 번영, 나아가 통일로의 길이 될 수도 있는 희망찬 첫 발걸음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이 미국과 북한을 전향적으로 움직이게 한 원동력인지는 명확하지 않기에, 이 모든 것이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것은 두 말 할 나위도 없다. 더욱이, 미국과 한국, 중국과 일본, 러시아 등 주변 국가들, 그리고 심지어 북한 내부에서도 이러한 분위기가 자신의 이익과는 맞지 않는 집단들이 존재하기에 과도한 낭만은 분명 금물이다. 아마도 남북 간 협력 사업들이 구체화되기 시작하면 안보 등의 문제를 내세운 국내외 여론들의 반격도 만만치 않을 것이며, 오랜 기간 안보 문제에 특히 민감한 감각을 갖게 된 많은 국민들도 이러한 여론에 휘둘릴 가능성도 높다.
실제로 이러한 철도 협력이 현실화되려면 비용과 시간이 만만치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 어떤 제안보다도 남북 뿐 아니라 러시아로 나아갈 수 있는 실질적 경제협력의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측면에서 이는 매우 고무적인 합의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남북 간 경제 교류 협력이 현실화될 경우 지금까지의 이러한 전략들은 한층 더 확대되어 현실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다소 소극적이었던 러시아 역시 급작스러운 남북 간 화해협력의 분위기 속에서 남북러 삼각협력을 적극적으로 강조하기 시작했다는 것도 우리에게 분명 긍정적 전망을 낳게 하는 신호라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기업인들을 포함한 한국 교민들은 현지인들과 현지 문화에 대한 비하와 멸시로 늘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기업인들과 관광객, 그리고 교민들 모두 다양한 형태로 현지 여성들의 성을 착취하는 것 등 국제적인 문제를 야기하고 있기도 하다.
캄보디아에서는 ‘가원’의 사례에서처럼 임금체불과 노조 가입 노동자들에 대한 강제 해고 등이 자행되어 왔다. 베트남에서도 일반적으로 한국 기업에서의 노동 강도와 시간은 높은 데에 비해서 임금은 현저히 낮고, 고용 계약을 준수하지 않고 사회보장금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필리핀의 자유무역지대에는 3,000여 개의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는데, 이곳에서도 부당해고와 같은 노동권 침해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었다.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조폐공사와 대우인터내셔널이 우즈베키스탄 정부가 아동에 대한 강제노동으로 생산되는 목화를 사용하고 있었다. 인도에서도 포스코는 오딧샤 지역에 제철소를 짓고 철광석을 채취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주민들이 강제로 이주되면서 삶의 터전을 잃게 되는 등 인권 침해를 방조하고 있었다.
특히, 임신한 경우에도 적절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여 유산하는 경우가 매우 흔하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보고하였다. 또한, 이들은 제품 제조과정에서 사용하는 유해물질에 대한 정보 및 대처방법에 대한 교육을 받은 바가 없으며, 이들이 유해물질에 노출되었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었다.
이들 업소의 주요 고객들은 현지 교민, 관광객 등도 있지만, 핵심적 집단은 바로 기업 지상사 직원들과 출장자들이다. 이들 업소는 이들 국가의 가난한 여성들을 유인하여 한국 남성들의 성적 착취 대상으로 삼는 등 국제적 인권 문제의 주범으로 대두한지 오래다. 그러나 한국 기업들은 접대라는 명분으로 공공연하고 아무런 거리낌 없이 기업 활동의 한 부분이라고 떠벌이고 있다.
이후 유사한 구조는 러시아 등지로도 확산되었는데, 중요한 것은 이러한 업소의 소위 고객은 바로 한국 기업 지상사와 공관원들이었다는 사실이다. 김영란법 등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공관원 등의 출입은 어려워졌지만, 여전히 기업인들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접대라는 이름으로 현지 여성들에 대한 성착취를 정당화하고 있다.
이미 한 편으로는 끔찍한 차별과 혐오의 감정이 만연해 있으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는 적극적으로 조선족 동포 여성들과 탈북 여성들을 성매매 산업으로 유인하고 있는 이 끔찍한 상황은 경제적 교류가 활발해지면 대규모로 이루어질 것이 분명하다.
남북 간 경제 협력이 구체화되기 전 이러한 한국 기업들의 추악한 현실들에 대해 적나라한 폭로와 반성이 실현되어야 한다. 동북아의 평화가 찾아오는 것은 사회현실의 변화가 수반되어야만 지속가능하다. 문재인 정부의 사람 중심 철학이 말로만 하는 구호가 아니길 진심으로 빈다.
[인권연대] 수요산책에 실린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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