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사랑으로'지어 '고통'을 임대" 부영그룹 정조준

임두만 기자 | 기사입력 2018/05/16 [02:00]

PD수첩 "'사랑으로'지어 '고통'을 임대" 부영그룹 정조준

임두만 기자 | 입력 : 2018/05/16 [02:00]

[신문고뉴스] 임두만 기자 = 대표이사가 바뀐 뒤 매회 이슈를 터뜨리고 있는 MBC 탐사보도 프로그램 'PD수첩'이 이번 주에는 전국에 사랑으로라는 브랜드로 아파트를 지어 분양하거나 임대하는 사업으로 급성장, 재계 16위로 뛰어 오른 부영그룹과 부영그룹 경영자 이중근 회장을 정조준했다.

 

15일 방송된 'PD수첩'은 자산 총액 21조로 재계 16위에 이름을 올린 부영 그룹과 이 그룹의 총수 이중근 회장이 주인공인 '회장님의 부귀영화'와 이 부귀영화에 얽힌 최순실 씨의 연관성을 파헤친 것이다.

 

▲ 이번 주 PD수첩 주인공으로 픽업된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MBC 보도화면 갈무리     © 임두만


우선 이날 방송은 부영 그룹의 성장 비결을 집중 취재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나타난 아파트 부실시공 의혹을 파헤치면서 하자가 발생한 아파트 입주민들의 고통도 함께 조명했다.  즉 준공 4개월짜리 아파트부터 15년차 아파트까지 부영이 지은 아파트는 하자로 넘쳐났음을 고발했다,

 

▲ 하자로 고통을 받는 입주민의 고발...방송화면 갈무리     © 임두만

 

특히 방송은 이 과정에서 부영이 협력업체 직원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시공 중간 단계를 과감하게 생략하는 등 안전 불감증도 엿보였다고 고발했다. 한 부영아파트의 도색을 맡은 업체의 직원은 "떨어지면 안 되는 부분들이 날아가더라. 콘크리트가 약하다 보니까 철근까지 노출됐다고 말해 충격을 줬다.

 

또 다른 하청업체 관계자들의 의견도 마찬가지였다.

 

100점 만점에 60점을 준 한 관계자는 "1년짜리 공사를 6~7개월에 마무리를 하라고 한다. 단축해서 시공하면 튼튼하지 않다”는 말로 자신들이 시공한 아파트임에도 튼튼하지 않다고 말한 것이다.

 

이에 제작진은 부영이 전국 각지에 지은 '사랑으로' 아파트를 찾아 다녔다. 그리고 제작진이 찾아간 하자 아파트는 천장에서 물이 뚝뚝 떨어졌고, 입주민들은 곰팡이와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변기에서 오물이 역류해 거실까지 침범하는 등 끔찍한 일을 겪은 세대도 있었다.

 

▲ 하지로 고생한 입주민의 호소...방송화면 갈무리     © 임두만

 

그러나 부영은 역류한 변기 밑동에 백색 시멘트를 대충 발라 보수 완료로 처리하고, 외벽에 노출된 녹슨 철근에 실리콘을 덕지덕지 발라 가리는 이른바 '땜질' 보수를 하고 있었다. 'PD수첩'이 취재한 부영 아파트의 하자를 살펴본 전문가는 "이대로 두면 입주민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심각한 진단을 내렸다.

 

취재 중 만난 한 협력업체 직원은 "부영을 '갑질'로 말하자면 건설회사 100군데 중 1위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경기도의 한 부영아파트는 입주 후 8만 건이 넘는 하자 민원이 무더기로 접수될 정도로 당시 부실시공 의혹이 제기됐다. 취재 결과 서로 부실 책임을 떠맡기려는 지자체와 감리업체의 실상이 드러났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무책임 속에 발생한 피해는 입주민들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다.

 

사랑으로 지어 고통을 임대합니다이날 방송의 소제목처럼 입주민들에게 이처럼 심각한 고통을 임대한 부영그룹은 그러나 각종 민원과 의혹 속에서도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 힘은 무엇이었을까. 부영이 돈을 버는 방법은 간단했다. 부영은 국가의 땅을 싸게 매입하고 국민의 돈으로 조성된 주택도시기금을 독식해 부실한 아파트를 짓는다. 이후 입주민에게 과도한 임대료를 책정하는 방식으로 돈을 벌며 단숨에 재계 16위까지 올라섰다. 이 과정에서 입주민들은 임대료 연체율이 사채보다 더 비싸다고 호소했으며 실제 제작진이 입수한 연체료 요율은 '사채보다 비싼 폭탄' 수준이었다.

 

▲ 부영아파트 브랜드는 '사랑으로'이다...방송화면 갈무리     © 임두만

 

▲ 임대료 연체율은 사채보다 더하다고 호소했다. 방송화면 갈무리     © 임두만

 

이러한 부영의 전횡 속에 국가는 두 손 놓은 채 특정 건설사의 배만 불려주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날 방송에서 제작진은 부영의 이 같은 특혜 의혹에 최순실(박근혜) 씨를 연계했다.

 

실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부영 이중근 회장이 관계했던 대한노인회에 각별히 신경을 썼던 것을 밝혔으며, 최순실 씨 주도로 설립된 K스포츠 재단 회의록에서 이중근 회장 이름이 드러났다. 또 K스포츠 재단 회의에서 부영그룹 세무조사 무마 이야기도 오간 것을 파악했다

 

▲ 방송화면 갈무리     © 임두만

 

이날 방송에서 제작진은 당시 회의 참석자인 K스포츠 정현식 사무총장을 만났다. 그는 이중근 회장이 "하남 스포츠센터 설립을 70~80억 정도 지원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가 억울한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이걸 도와 줄 수 있느냐"라고 했다고 말했다.

 

▲ 정현식 사무총장의 발언 장면 갈무리     © 임두만

 

이후 제작진은 박헌영 전 K스포츠재단 과장과 통화했다. 그는 "정현식 사무총장님이 혼자서 생각을 해서 70억을 주셔야 합니다, 한 건 아닐거구요"라고 말했고, 제작진이 "그럼 최순실씨의 지시인가요?"라고 묻자 "당연히 그렇겠죠"라고 답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권이 끝난 뒤인 작년 6, 공정거래위원회는 부영을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의 사실 확인 결과, 숨겨져 있던 계열사들은 이중근 회장의 친인척이 소유주였고, 차명주주로 신고한 이 회장의 회사들도 드러났다. 그 동안 계열회사를 누락 시키고 차명으로 주주를 등록해 회사를 운용하는 등 교묘히 감시망을 피했던 부영. 현재 검찰은 부영의 이중근 회장에게 총 12개의 혐의를 적용해 부영 그룹을 집중 겨냥하고 있다.

 

▲ MBC 예고화면 갈무리     © 임두만

 

한편 지난 58, 부영 그룹 이중근 회장의 1차 공판이 진행됐다. 그는 4300억 원대의 횡령, 배임 등 혐의 대부분을 부인했다. ‘PD수첩게시판은 방송내내 부영아파트에 대한 하자를 호소하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그 과정에서 방송 후 부영아파트 시세 하락을 걱정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그리고 실제 입주민들은 하자로 인한 고통에 시세 하락까지 떠안아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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