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사법부 버티고 있는 이땅 '내부고발자' 서 있을 곳 없다.

한유석 동신대학교 교수협의회 의장 | 기사입력 2018/05/16 [12:09]

검찰-사법부 버티고 있는 이땅 '내부고발자' 서 있을 곳 없다.

한유석 동신대학교 교수협의회 의장 | 입력 : 2018/05/16 [12:09]

 

“한유석, 민정식 교수는 하야하라!!”


이런 게 아침에 출근하니 다닥다닥 연구실 앞 벽에 붙어 있다. 벽보에는 모두 총학생회라는 직인이 찍혀 있다. 무서운 생각이 들어 몇 장을 떼어내다가 그만두었다. 사진을 찍어 함께 민주화투쟁하는 단톡방에 올렸더니, “축하드립니다!”라는 문자가 계속 뜬다. 하야는 대통령이나 하는 것이니 좋은 일로 생각하라는 것이다. 그날 우리는 학교로부터 하루종일 전방위적으로 회유와 압박을 받았다. 우리는 다음날 대검찰청 앞에서 7개 대학 공동성명 하기로 되어 있었다. 이것을 막기 위해서이다. 이게 뭐가 무섭다는 것일까.

 

 

▲ 사진 제공 = 한유석 동신대학교 교수협의회 의장  

 

 

왜 교수들이 대검찰청 앞에 서있는가?
 

지난해 12월에 동신대의 12건의 수백 억 횡령배임 사건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처음에는 수사 의지가 분명해 보였고 수사도 잘 진행되어 범죄자의 구속기소는 기정사실처럼 보였다. 하지만 지난달 검찰로부터 황당한 전화가 왔다. 고발한 건수가 너무 많으니 소를 취하하면 어떻겠냐는 것이다.

 

9건을 취하하자고 한다. 나머지 3건 중에서도 변호사 소송비의 교비납부 건만 제외하면 발전기금 9억 7천만 원은 다시 돌려놓았고, 고의성이 없으니, 횡령으로 볼 수 없다고 한다. 그리고 그렇게 자신만만하던 35억원의 교비로 토지를 구입한 불법도 다툼의 소지가 있다고 한다. 원래 교비(=등록금)는 그 용도가 엄격히 제한되어 있다. 5년 전 현장실습을 보내기 위해 샀다는데 가보니 잡초만 무성한 허허벌판이다.


발전기금 통장에서 돈을 빼서 쓰려면 몇 개의 위원회, 이사회를 거쳐야 하는데 그런 절차를 밟지 않고 빼간 것이 고의성이 없다는 것인가? 기금 통장에서 돈을 빼냈다가 교육부 감사에 들켜서 다시 돌려놓은 것이다. 그런데 그것은 잠시 옆에 놓았다가 다시 돌려놓은 것이니 범죄사실이 성립이 안 된다고 한다. 도둑질하다가 들키면 잠깐 옆에 놓아두었다고만 하면 된다는 기막힌 논리다.

 

과연 이것을 검찰 수사관의 말이라고 할 수 있을까
 

증거로 제시한 교육부 감사처분서에는 실제로 발전기금 기부자의 명단과 금액도 들어 있다. 뇌물을 수뢰한 고등학교 3학년 교사의 명단도 주었다. 총장의 아들이 대표로 되어 있는 개인병원에 교수들이 여러 명 그것도 10년이 넘게 근무한다. 이렇게 대학에 손해를 끼치면 그 이익은 누구에게 갈까. 초등학생도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검찰이 하지 않는다. 고발건이 너무 많으면 조사기간을 늘리든지 수사인력을 늘려서 하면 그만이다.


정권이 바뀌고, 검찰의 지휘권이 바뀌고, 검찰 내부에서도 벌써 2년째 개혁을 해왔다고 하는데 아직도 외압이 통하고 정의가 짓밟히는 검찰의 수사태도를 보니 참으로 놀랍다. 전화 통화내용은 언론에 공개되었고 그 후 담당검찰과 수사관이 즉각 교체되었다. 하지만 한 달이 넘도록 교체된 수사관으로부터 연락이 없어 전화해 보니 이미 수사가 끝나 검사에게 넘겨졌다고 한다. 비리의 주범인 총장은 한번도 소환조사 하지 않은 채다.

 

동쪽에는 포항공대, 서쪽에는 동신공대가 있었다
 

동신대는 1987년에 전남 나주시에 공과대학으로 출발하여 이제껏 비약적 발전을 거듭해왔다. 처음에는 포항공대와 같은 명문 공대를 꿈꾸었지만 한의대가 설치되면서 보건의료계열을 특성화했다. 한때는 취업이 잘되는 지방에서의 성공모델의 대학이었다. 그러던 대학에 8년전 김필식 총장이 취임하면서 고소고발이 난무하며, 평지풍파가 끊이지 않는다.

 

교수, 직원, 학장들이 검찰에 학사비리를 고발한 두 교수를 향해 잇따라 성명서를 낸다.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킨 교수는 즉각 대학을 떠나라!” 학생에게 주어야 할 장학금을 빼돌리고, 발전기금을 빼돌리고, 교직원의 인건비를 빼돌리고, 병원의 수익금을 빼돌린 것을 가지고 고발했는데 내부 구성원들이 한 목소리로 고발자를 성토한다. 그것이 모두 학부모의 피땀이 묻힌 등록금인데도 그렇다.

 

수업에 20분 늦게 왔다고 사유서를 쓰라고 한다. 고발자의 논문에 표절이 있는지 확인하고 오래전의 연구수행과제를 뒤진다. 대학의 비리와 싸우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대학의 탄압과 힘들게 싸워야 한다. 그러고 나면 그 뒤에서 교육부가 막아선다. 그것을 넘어도 검찰, 사법부가 떡 버티고 있다. 내부고발자가 서 있을 곳은 이 땅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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