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또르따의 예수 이야기-39] 예수의 성인례를 위한 준비와 나자렛에서의 출발

강명준 변호사 | 기사입력 2018/05/20 [06:52]

[발또르따의 예수 이야기-39] 예수의 성인례를 위한 준비와 나자렛에서의 출발

강명준 변호사 | 입력 : 2018/05/20 [06:52]

 

[번역 강명준 변호사    편집 추광규 기자]

 

 

 

 

 

1944. 11. 25.

나는 내 소원을 예수님께 말씀드렸다. 그래서 나는 예수님에게서 한 가지 약속을 받았다.


“예수님의 성인례 예식을 보았으면 정말 좋겠어요!”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환상이 방해받지 않고 ‘우리끼리’만 있을 수 있게 되면 바로 보여 주마. 그 환상은 최근에 너에게 보여 준 나와 유다와 야고보의 선생님인 내 어머니의 장면 다음에 넣어라. 이 장면은 그 장면과 성전에서 토론하는 장면 사이에 넣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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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4. 12. 19.

 

마리아가 질그릇 대야 위에 상체를 숙이고 있다. 뭔가를 휘젓고 있는데, 나자렛 정원의 차고 맑은 공기 중으로 김이 올라간다.

 

한겨울인 모양이다. 올리브나무를 빼 놓고는 모든 나무가 잎이 떨어져 진짜 해골들 같다. 매우 맑은 하늘에 해가 밝게 비치고 있지만, 해도 잎 떨어진 가지들과 올리브나무의 우중충한 초록색 잔가지들을 흔들어 서로 부딪치게 하는 매섭게 차가운 북풍을 가라앉히지는 못한다.

 

성모님은 짙은 암갈색의 두꺼운 옷을 입고 있다. 앞에는 투박한 천을 맸는데, 옷을 보호하기 위한 일종의 앞치마다. 마리아가 대야에 들어 있는 것을 젓던 막대기를 꺼내는데, 막대기에서 아름다운 빨간 물방울이 떨어진다. 그녀가 살펴보다가 떨어지는 물방울을 한 손가락에 찍어 앞치마에 문질러 시험해 보고는 만족해한다.

 

마리아가 집으로 들어갔다가 새하얀 털실을 여러 타래 가지고 나온다. 그 털실 타래를 끈기 있게, 그리고 조심스럽게 하나씩 대야에 담근다.

 

그 일을 하느라고 분주한데, 요셉의 작업장 쪽에서 큰 동서 알패오의 마리아가 온다. 두 여인은 서로 인사한 다음 대화를 시작한다.

 

“잘 돼가요?”


알패오의 마리아가 묻는다.

 

“그런 것 같아요.”

“이방인 여인이 이 물감은 로마에서 쓰는 것과 색깔이 똑같고, 물들이는 방식도 똑같다고 말해 주었어요. 동서가 그녀에게 수놓는 일을 해주었기 때문에 그걸 나에게 준 거예요. 로마에도 동서처럼 수를 잘 놓는 사람이 없다는 말도 했어요. 그 일을 하느라 동서 눈이 아팠겠어요.”

 

마리아는 미소를 지으며 “이것은 아무것도 아니에요!” 하고 말하는 것 같은 고갯짓을 한다.

 

큰동서는 마지막 털실 타래를 마리아에게 내놓기 전에 들여다본다.

 

“어쩌면 털실을 이렇게 예쁘게 꼬았어요! 어찌나 가늘고 매끈한지 마치 머리카락 같아요. 동서는 무슨 일이든 아주 잘하고, 또 몹시 빨리 해요! 이 마지막 타래는 더 밝은 색이겠지요?”

“예, 이것은 옷(tunic)을 지을 거니까요. 겉옷(mantle)은 더 어두운 색이지요.”

 

두 여인이 함께 대야에서 일하다가 아름다운 주홍빛깔의 털실 타래를 꺼내 빨리 뛰어가서 작은 샘 밑에 있는 웅덩이에 가득 차 있는 찬 물에 잠근다. 그 샘물은 웃음을 참는 것 같은 작은 소리를 내면서 떨어진다. 여러 번 헹군 다음 털실타래들을 나뭇가지 두 개에 고정시켜 놓은 갈대에 걸어 놓는다.

 

“이 바람 덕분에 빨리 잘 마를 거예요.”


큰동서가 말한다.

 

“요셉에게 갑시다. 거긴 불이 있어요. 형님은 몸이 얼었을 거예요.”


마리아가 말한다.

 

“형님이 도와주시다니 참 친절하세요. 그래서 힘들이지 않고 빨리 했어요. 고맙습니다.”

“아이고! 마리아, 동서를 위한 일이라면 내가 무언들 마다하겠어요? 동서 곁에 있으면 이렇게 즐거운 걸. 그리고 이 일은 모두 예수를 위한 거지요. 동서의 아들은 나에게 몹시 소중해요! 예수의 성인례를 준비하는 일에 있어 동서를 도와주게 되면 나도 그 아이의 어머니처럼 느껴질 거예요.”

 

두 여인이 목공소 특유의 대패질한 나무 냄새가 가득 차 있는 작업장으로 들어간다.

환상이 여기서 멎었다가 예수가 열두 살 때에 예루살렘에 가려고 떠나는 데에서 다시 시작된다.
 
예수는 미남이고 매우 성숙하여서 마치 젊은 어머니의 남동생 같다. 물결치는 금발인 예수의 머리는 벌써 어머니의 어깨에 닿는다. 머리카락이 이제는 어렸을 때처럼 짧지 않고 귀밑까지 내려온다. 밝은 물결무니를 넣어 만든 작은 황금 투구 같다.

 

예수는 아름다운 밝은 홍옥 빛깔의 빨간 옷을 입었다. 발목까지 내려와서 샌들을 신은 발 밖에는 드러나 보이지 않는 긴 옷이다. 옷은 길고 넓은 소매가 달려 있어 몸놀림이 자유롭다. 목과 소매 끝과 덧댄 밑자락에는 다른 빛깔로 짜 넣은 만자 무늬가 매우 아름답다.


(이 환상을 기록하고 있는 동안 공책을 다 써서 새 공책을 가져오는 동안 잠시 기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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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4. 12. 20.

 

나는 예수가 어머니와 함께 나자렛의 식당방(그렇게 부를 수 있다면 말이다)으로 들어오는 것을 본다.


예수는 키가 크고, 잘 생기고, 체격이 건장하지만 뚱뚱하지는 않은 열두 살 난 미소년이다. 그의 얼굴로 인해 실제보다 더 성숙해 보인다. 키가 꽤 커서 어머니의 어깨에 이른다. 얼굴은 아직 어린 시절의 예수의 동그랗고 불그스름한 얼굴이다. 이 얼굴은 청년기와 성년기가 되면서 홀쭉해지고, 희미한 빛깔 즉 노르스름한 분홍빛의 섬세한 설화석고 같은 빛깔을 띠게 될 것이다.

 

눈도 아직 아이의 눈이다. 진지한 시선 속에 기쁨이 반짝이는 큰 눈이다. 나중에는 이 눈이 그렇게 크게 떠지지 않을 것이다. 눈꺼풀이 눈을 반쯤 덮어 깨끗하고 거룩한 분에게 세상의 지나친 악이 보이지 않게 할 것이다. 기적을 행하실 때에만 크게 떠지고 빛날 터인데, 그 때에는 마귀와 죽음을 내쫓고, 육체와 영혼의 병을 고치기 위해 지금보다 한층 더 크게 떠지고 더 빛날 것이다.

 

그 후에는 그 눈이 근엄한 시선 속에 명랑한 빛을 띠지 않게 될 것이다. 죽음과 죄악이 그에게 점점 더 생생하게, 더 가까이 올 것이고, 그와 더불어 사람들의 악의적인 반대로 인하여 자기의 희생이 무익하게 될 것임을 체험으로 알게 되는 지식이 그에게 점점 더 뚜렷하게 다가올 것이다. 충실한 신자들, 특히 대부분 어린이들인 순수한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처럼 아주 드물게 있는 기쁨의 순간에나 거룩하고 온유하고 친절한 눈이 기쁨으로 빛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예수가 어머니와 함께 집에 있으며, 앞에는 성 요셉이 사랑으로 미소 짓고 있고, 그를 감탄하며 바라보는 사촌들과 자기를 쓰다듬어 주는 큰 어머니 알패오의 마리아가 있다. 예수는 행복하다. 내 예수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사랑이 필요한데, 지금 그는 그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예수는 밝은 루비색의 헐렁한 모직 옷을 입고 있다. 그 옷은 곱고 촘촘한 실로 통으로 짜서 만든 부드러운 옷이다. 목 앞쪽과 길고 넓은 소매 끝과 땅에까지 내려오는 옷의 끝에는 만(卍)자 무늬가 죽 둘려 있다. 그 무늬는 수를 놓은 것이 아니고, 옷의 엷은 빨간색 바탕에 더 짙은 빛깔로 짜 넣은 것이다. 잘 만든 새 샌들을 신은 발만이 드러나 보인다. 그 샌들은 늘 신던, 두 가죽 끈을 엇갈리게 한 바닥이 아니다. 옷은 큰동서가 감탄하고 칭찬하는 것으로 보아 엄마가 만든 것인가 보다.
 
아름다운 금발은 이미 어린이였을 때보다 더 짙은 빛깔을 띠고 있고, 물결 모양의 머리카락이 귀 아래까지 내려오면서 소용돌이를 이루는 곳에서는 구릿빛으로 반사된다. 어릴 적의 짧고 가벼운 곱슬머리가 아니다. 하지만 아직 그것은 어깨까지 내려와 부드러운 원통형으로 될 성년기의 곱슬거리는 머리채도 아니다. 그러나 머리카락의 색깔과 스타일은 이미 성년기의 모습을 닮아 있다.

 

“자, 우리 아들이에요.”


마리아가 말하면서 예수의 왼손을 잡고 있던 오른손을 쳐든다. 마리아는 모든 사람에게 예수를 소개하며 빙그레 미소 짓고 있는 의인의 부성을 확인하는 것 같다. 마리아는 덧붙여 말한다.

 

“요셉, 예루살렘으로 떠나기 전에 이 애를 축복해 주세요. 인생의 초기에는 의식에 따른 축복이 없었어요. 예수가 학교에 갈 필요가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성인이 되었다는 선언을 받으려고 성전에 가는 지금은 이 아이를 축복해 주세요. 이 아이와 함께 저도 축복해 주시고요. 당신의 축복은… (마리아는 약간 흐느낀다) 이 아이에게 힘을 줄 것이고, 저에게는 이 아이와 좀 더 떨어질 수 있는 용기를 줄 것입니다.”

 

“마리아, 예수는 언제나 당신 아들일 거요. 형식으로 인해 우리의 관계가 변하지는 않을 거요. 우리에게 이토록 소중한 이 아들을 놓고 당신과 다투지 않겠소. 오, 나의 거룩한 아내, 당신만큼 그의 인생을 지도할 자격이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소.”

 

마리아는 몸을 숙이고 요셉의 손을 잡고 입을 맞춘다. 배우자를 존경하고 사랑하는 아내의 모습이다.


요셉은 이 존경과 사랑의 표시를 의젓하게 받아들인 다음, 마리아가 방금 입 맞춘 손을 들어 그의 아내의 머리에 얹고 말한다.

 

“그렇게 하겠소. 복된 여인이여, 당신을 축복하겠소. 당신과 함께 예수도 축복하겠소. 내 유일한 기쁨, 내 영광, 내 인생의 목적, 오시오.”

 

요셉은 장엄하다. 똑같이 금발이고, 거룩하게 숙인 두 머리 위에 손바닥을 땅 쪽으로 향하게 한 채 팔을 펴고 축복의 말을 읊는다.

 

“주께서 그대들을 지키시고 축복하시기를. 주께서 그대들을 불쌍히 여기시고 그대들에게 평화를 주시기를. 주께서 그대들을 축복하시기를.”


요셉이 말한다.

 

“시간이 되었으니 떠납시다. 길을 걷기에 좋은 시간이오.”

 

마리아는 짙은 암홍색 넓은 담요를 집어 들어 아들의 몸을 감싸 준다. 그렇게 하면서 어찌나 사랑스럽게 아들을 껴안는지!

 

일행이 집밖으로 나와서 대문을 걸어 잠그고 떠난다. 다른 순례자들도 같은 방향으로 간다. 마을을 벗어나자 여자들과 남자들이 갈라져서 따로 무리지어 간다. 어린이들은 그들이 원하는 사람과 함께 간다. 예수는 엄마와 함께 간다. 순례자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시편을 읊으면서 가장 화창한 봄날에 매우 아름다운 들판을 가로질러 간다. 풀밭과 밀밭과 꽃이 막 피기 시작한 나무의 싱그러운 잎사귀들, 들을 가로질러 길을 가는 남자들의 성가 소리, 나뭇잎들 사이에서 들리는 사랑에 들뜬 새들의 노래, 기슭의 꽃들이 수면에 반사되는 맑은 개울들, 어미 양 곁에서 깡충거리는 어린양들…가장 아름다운 4월의 하늘 아래 평화와 기쁨이 감돈다. 환상이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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