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진실 드러날까(?)...민주평통 천안함 재조사 기고글 눈길

정수동 기자 | 기사입력 2018/06/17 [10:10]

‘천안함’ 진실 드러날까(?)...민주평통 천안함 재조사 기고글 눈길

정수동 기자 | 입력 : 2018/06/17 [10:10]

▲해당 기고글 이미지 캡처     


 

천안함이라는 단어가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오르내리면서 눈길을 끈다. 갑자기 시선을 끌게 된 이유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이하 평통)가 기관지에 천안함 폭침 사건을 재조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게재되면서다.

 

<조선일보>는 이 같은 사실을 전하면서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을 보였다.

 

<조선일보>는 15일 이와 관련 “평통이 외부 전문가의 입을 빌려 이런 주장을 기관지에 게재한 것을 두고 최근 남북 대화기류에 편승해 북한 비위를 맞추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평통 고위직을 지낸 A씨의 말을 빌려 "평통은 의장이 대통령이라 정부 정책에 따라 분위기가 확 바뀐다. 평통 기관지에 실리는 글도 그런 분위기를 반영한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계속해서 “이번 18기 평통은 출범부터 논란이 됐다”면서 “문재인 정부가 기(旣)내정된 상임위원 500명 등 자문위원 2만명을 친(親)정부 성향 인사들로 물갈이하느라 9월 1일에 '지각 출범'했다”고 전했다.

 

계속해서 평통 내부 인사들의 말을 빌려 ▲회의나 강연, 대통령 건의서를 작성할 때 정부 정책 기조를 조금이라도 거스르는 얘기를 하면 바로 매장되는 분위기 ▲상임위에 탈북민 출신이 5명 정도인데 얘기할 기회를 거의 주지 않는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조선일보>는 이 같은 내용을 전한 후 “평통이 기관지에 '천안함 재조사' 주장을 실은 데 대해선 ‘향후 남북 경협을 염두에 둔 포석’이란 분석이 나온다”면서 “익명을 요구한 평통 자문위원 D씨는 ‘경협을 본격 추진하려면 5·24 조치를 풀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천안함 사건을 매듭지어야 한다’며 ‘정부가 공식 거론하긴 부담되니 민간인을 내세워 천안함 폭침은 북 소행이 아닐 수 있다는 여론을 조성하려는 것 같다’고 했다”고 전했다.

 

한편 문제가 된 기고글은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윤태룡 교수가 기고했다.

 

◆다음은 해당 기고글 전문이다. 
 

전략적 패러독스 상황’ 극복하고
‘공동안보’ 향해 나아가자

 

올해로 남북은 ‘나쁜(적대적) 분단’ 73년째를 맞고 있다. 아직 통일은 요원하지만, 성공적인 남북 정상회담이이뤄지는 등 ‘좋은 분단’으로 전환되고 있음은 고무적이다. 남북이 서로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를 공유할 때우리는 통일을 향해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세계사에 남을 ‘위대한 촛불혁명’을 계기로 지난해 5월 10일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후에도 한반도는여전히 위기 상황의 연속이었다. 취임 후 나흘 만인 5월 14일부터 북한이중·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를 수차례감행했다. 그때마다 문 대통령은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소집했으나 묘책은없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치킨게임을 하듯, 서로 조롱하며 위기 상황을지속시켰다. 하지만 남북은 2월 9일 시작된 평창동계올림픽을 반전의 계기로 삼았다.

 

향후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를 예측 한다는 것은 지난한 일이지만, 필자는 낙관적인 입장을 취하는 버릇이 있다. ‘주관적으로’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느냐 비관적으로 보느냐, 혹은 상대방을 적, 친구 어느 쪽으로 인식하느냐 하는 자체가 향후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소위 ‘자기실현적 예언’ 기제가 작동한다는 뜻이다.

 

내가 먼저 상대방을 선의(악의)로 대하면 상대방도 나를 선의(악의)로 대하게 되는 게 국제관계(인간관계)에 작동하는 ‘상호성(Reciprocity)’이다. 따라서 남북관계가 적대적 악순환 관계에서 벗어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은 누구라도 먼저 상대방을 선의로 대해주는 것이고, 그것이 진심 이라면 결국 통하게 돼 있다.

 

다행인 것은 위기와 파국을 향해 질주하던 남북관계, 북·미관계가 최근에는 위기 해소, 긴장 완화, 평화 정착, 나아가 먼 훗날 통일의 길로 달려가고 있다는 점이다. 남북의 ‘통일’은 먼 미래의 일이겠지만, 결국 통일은 사람들끼리 마음이 ‘통(通)’해야 가능한 일이다. 그렇기에 지난 4월 남북 정상 간 핫라인 개통은 적잖은 상징적 의미가 있다.

 

순환에서 선순환으로

 

올해로 남북은 ‘나쁜(적대적) 분단’ 73년째를 맞고 있다. 아직 통일은 요원하지만, ‘좋은 분단’으로 전환되고 있음은 고무적이다. 최근 필자가 주목한 것은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남북통일을 하려면 표준시간부터 통일해야 한다며 일방적 양보조치를 취한 것이다. 남북관계가 이제는 선순환의 관계로 돌입할 것을 직감했다. 또한 김 위원장이 북한의도로 사정이 좋지 않다는 점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던 점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5월 16일, 즉 ‘판문점 선언’ 후속 조치 논의를 위한 남북 간 고위급회담 개최 당일 새벽에 북측의 일방적 취소 소식이 전해졌다. 남측 언론은 그 이유가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공사가 국회 세미나 겸 기자회견에서 북측을 비난한 것에 대해 북측이 불쾌함을 표출한 것으로 보도하고 있다. 사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내부적으로 의견이 갈려 국가 전체가 일사불란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불가능함을 김 위원장은 잘 알고 있을 것이므로, 이 문제가 큰 걸림돌이 되지 않길 바란다.

 

남한은 경제적으로 성공한 국가다. 6·25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어나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 되고, 2009년 원조 수혜국에서 원조 공여국으로 탈바꿈한 최초 국가가 되었다. 군비 확충과 한미동맹을 통해 북한의 재침을 억제해왔고 ‘글로벌 화력지수(GlobalFirepower Index)’에 있어서 136개 국가 중 일본보다도 한 단계 앞선 7위(2018년) 국가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국력을 쓰는 방향에 대한 자기 성찰이다. 남북은 오랫동안 서로를 악마화하면서 기득권 세력을 유지·강화해왔다.

 

‘촛불혁명’ 이후 남한 내에서 큰 변화가 있었고, 남북관계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연료를 가득 채운 선박도 조타수와 선장을 잘못 만나면 세월호 꼴이 날 수 있고, 세계 정상급 육상선수도 낭떠러지를 향해 달린다면 최선을 다해봐야 결과는 죽음뿐이다. 한민족의 운명이 이렇게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남북 정치 지도자들의 책무인 것이다.

 

무기는 마약과도 같은 것이고, 그동안 끝없는 군비 경쟁을 벌여온 남북은 공히 마약 중독자와 다름없었다. 북한은 사실상 핵보유국이 되었고, 그 때문에 남한은 중국의 격한 반대를 무릅쓰고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를 들여놓았다. 하지만 적대국 간 작동하는 ‘안보 딜레마’ 기제로 말미암아 군비 경쟁은 결코 안보를 보장해주지 못한다.

 

평화는 오직 평화적 방법에 의해서 실현


이러한 예들은 모두 홀로가 아닌 내가 상대와 공존하는 상황에서는 상호작용으로 인해 흔히 내가 ‘의도한 결과’, ‘직접적 효과’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의도치 않은 결과’, ‘간접적 효과’도 발생하는 ‘전략적 패러독스’ 현상이 일반적임을 말해준다. 정부가 추진하는 대외 정책과 관련해 강경론자들이 흔히 언급하는 ‘평화를 원하면 전쟁을 준비하라’는 경구는 진리가 아니라, 국가 간 관계의 한 측면만을 보여주는 것이다.

 

전쟁 준비도 적정 수준이라면 억지(抑止) 효과가 있으나, 지나치면 전쟁 자체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국가 지도자들은 전쟁 부재를 뜻하는 ‘소극적 평화’뿐만이 아니라 요한 갈퉁((Johan Galtung)이 얘기한 ‘구조적 폭력’을 제거하는 ‘적극적 평화(인권, 복지 등)’의 실현을 위해서도 힘써야 한다.

 

지도자가 한 가지 전략만 극단적으로 추진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듯이 단선적 논리를 뛰어넘어 역설적 논리까지 고려할 능력이 있는 지도자를 만나야만 국민이 행복해질 수 있다. 오늘날처럼 대부분의 국가가 막대한 파괴력을 손에 쥐고 있는 상태에서 진정한 고수는 적국을 패배시켜 정복하려는 지도자가 아니라, 적국과도 궁극적으로 상생, 공동안보(Common Security)를 추구하는 지도자인 것이다. 요한 갈퉁의 말처럼 ‘평화는 오직 평화적 방법에 의해서만(Peace by peaceful means)’ 실현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한반도 핵지대화의 시작은 북한에 의해서가 아니라, 핵무기 배치와 관련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NCND) 입장을 견지한 미국에 의해서였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미국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1956년 주한미군의 현대화 및 전술핵무기 배치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고, 실제로 1958년 한반도에 전술핵을 배치했으며 이는 1991년까지 지속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사실 북한은 핵 억지력을 갖추기 위해 스스로 강대해지는 길을 택했던 것이고, 이는 방어적 측면이 있다. 스티브 찬(Steve Chan)에 의하면, 미국은 지금까지 1302번의 핵실험을 했으며 핵탄두를 6800개나 갖고 있는 반면, 북한은 20여 개의 핵탄두만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Global Asia, Winter 2017). 미국은 되고, 북한은 안 되는 합리적인 기준이 사실상 없다. 핵 강대국들이 핵 없는 세상을 위해 전혀 노력하지 않는다면, 핵확산금지조약(NPT)은 사실 매우 불평등한 조약인 것이다.

 

때가 되면 천안함 사건도 반드시 재조사해 진실을 규명하고, 만일 그 결과 북한에 엉뚱한 누명을 씌운 것이 밝혀지면 남측은 북측에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한다. 그것이 남북이 화해하고 더욱더 통일을 향해 매진하는 중대한 시발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남북이 서로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를 공유할 때에야 비로소 우리는 통일을 향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아름다운 나라

 

객관적 국가이익은 없다. 오직 주관적 국가이익만이 있을 뿐이다. 국가 대전략의 방향 설정에 따라 국가이익이 규정되고, 그 방향은 결국 국내 정치세력의 판도에 따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북한을 타도·흡수의 대상으로 생각할 때와 포용·타협의 대상으로 생각할 때의 국가이익은 달라진다. 따라서 여야, 보수, 진보를 넘어서 국가 대전략에 대한 초당적 합의가 없다면 현직 대통령 혹은 정치인들이 말하는 국가이익은 결국 자신이 선호하는 정책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사에 불과할 수 있다.

 

한편 정치인들이 부딪히는 가장 큰 딜레마는 국가이익과 자신의 정치적 이익 중 어느 것을 우선시하느냐의 문제이다. 민주국가에서는 당연히 선거 결과가 정치 생명을 좌우한다. 이 지점에서 바로 훌륭한 정치가와 정치꾼(모리배)이 갈린다. 훌륭한 정치가는 남한의 국가목표로서 주권, 독립성, 영토 보전, 국가 안보(생존) 등의 ‘협의의 국가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물론, 성숙한 민주주의, 평화통일, 북한을 비롯한 모든 이웃국가들과의 선린관계를 포함하는 ‘광의의 국가이익’을 추구해야 한다. 그러나 적지 않은 이들이 장기적 국가이익을 해치는 정책에 기대어 자기 최면을 걸고 자족감에 빠져 있다. 
 

이와 관련해 백범 김구 선생의 ‘아름다운 나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 원하지, 가장 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文化)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김구 선생은 ‘나의 소원’에서 민주정치, 민족통일, 자주외교를 강조했을 뿐만 아니라, 반공 보수주의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우파 민족주의자로서 끝까지 남북 협상을 시도했다. 선생의 통일 지향적 삶은 여전히 우리의 지표가 될 만하다.

 

윤태룡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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