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문도 못 열고 사는 바닷가 사람들

[르뽀] 어촌주민들 방파제에 널어놓은 그물 썩는 냄새와 먼지와의 전쟁에 몸살

김정균 기자 | 기사입력 2018/07/26 [16:59]

폭염에 문도 못 열고 사는 바닷가 사람들

[르뽀] 어촌주민들 방파제에 널어놓은 그물 썩는 냄새와 먼지와의 전쟁에 몸살

김정균 기자 | 입력 : 2018/07/26 [16:59]


[취재 전남뉴스피플 김정균 기자    편집   정수동 기자]

 

▲항구의 방파제가 정치망 선주들이 널어놓은 그물로 뒤덮여 있다.  © 인터넷언론인연대    

 

 

연일 기록적인 폭염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방파제에 널어놓은 그물의 썩는 냄새와 먼지 때문에 창문마저 마음대로 열지 못하고 몸살을 앓는 마을이 있다.

 

여수돌산 한 어촌마을의 풍경이다. 정치망에서 널어놓은 그물에 붙어있는 이물질과 먼지 때문에 주민들과 정치망 선주사이에 갈등이 깊어지면서 문제 해결을 위한 조치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망그물은 여름이면 수온상승으로 인해 그물에 붙은 펄과 해저생물을 제거하기 위해 육지 방파제나 선창에 끌어올려 놓는다. 또 이때 강한 햇볕에 해저생물이 부패하면서 고약한 냄새를 유발한다.

 

그물에 붙은 해저생물은 펄과 함께 육지에 올라 온지 3~4일 되면 썩는 냄새가 코를 찔러 머리까지 아픈 고약한 냄새를 유발한다. 이는 해저 생물이 강한 햇볕에 죽으면서 나는 냄새다.

 

정치망은 5일정도 되면 바짝 마른 그물이 된다. 이때 다시 개조된 트랙터를 이용해 이물질을 털기 위해 일명 먼지 털이 작업을 하게된다. 이때 발생하는 먼지가 바닷가 인근 횟집이나 가정집으로 날아 들어가 널어놓은 빨래나 집 안방까지 날아와 비산먼지가 되어 2차 피해를 입힌다.

 

이물을 털어낸 그물은 다시 바다에 설치되는데 수온이 오르는 여름 같은 경우는 10일 정도면  교체를 해줘야만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이에 선주들은 그물 교체를 위해 펄과 해저생물이 붙은 그물을 육지로 끌어올려 햇볕에 말리고 트랙터로 털어 깨끗해진 그물을 다시 바다에 교체하는 방식으로 어업활동을 하고 있다.

 

▲ 정치망 그물에서 떨어진 비산먼지가 바람이 불면 인근 가정집이나 횟집으로 날아가 2차 피해를 입히고 있다. 주민들은 폭염이라도 문을 열어 놓을 수 가 없다.     사진 = 인터넷언론인연대

 

 

주민 A씨는 “여름이면 정치망 그물 썩는 냄새와 비산먼지 때문에 장사는 둘째 치고 올해 같이 뜨거운 폭염에도 창문을 열어 놓을 수 없는 상황이 된다. 가게 손님은 냄새와 먼지 때문에 받을 수 도 없어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어민들도 똑같은 지역 사람들이라 서로 양보하고 이해하려고 해도 어민들이 너무 지나치게 많은 양의 그물을 방파제로 올려놓아 생활의 불편함을 느끼는 것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면서 “지방자치단체와 정부는 해양환경오염에 관한 대책을 빨리 마련해줘야 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A씨의 호소에서와 같이 정치망 그물을 다시 바다에 설치하기까지 냄새와 비산먼지는 고스란히 방파제 인근 주민들의 피해 몫이다. 문제가 되고 있는 어촌계는 정치망 선주가 14틀 된다고 한다. 그물이 한 어장에 두 틀씩만 해도 28구 정도 된다. 따라서 많은 그물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쉴 새 없이 썩는 냄새와 먼지를 털 수 밖 에 없는 상황이 이어진다.

 

▲ 널어놓은 그물은 5일정도 햇볕에 말리면 완전히 건조된다. 이후 개조된 트랙터로 털어 이물질을 떼어내는데 이때 발생하는 비산먼지를 마시게 되면 호흡곤란까지 일으킨다.   사진 = 인터넷언론인연대

 

 

여수시도 지역주민들과 정치망 선주들 간의 갈등이 커지는 것을 알고는 있다. 여수시 관계자는 “문제가 되고 있는 방파제는 어민들 그물 수리나 손질하라고 지자체에서 시설을 해줬다”면서 “현재는 주민들이 불편함을 호소하는데 주민과 어민 모두 그 주장에 일리가 있어 중재하기 어렵다. 섣불리 한쪽 편을 들기 힘든 상황”이라며 난감한 기색을 보였다.

 

정치망 관계자는 “여름수온이 올라가면 그물에 펄과 이물질이 끼는 게 빨라져서 어쩔 수 없이 육지에 그물을 올려 씻고 먼지를 터는데 인근 주민들에게 피해가 가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정치망 특성상 어쩔 수 없다. 그렇다고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이면 몰라도 다른 부지를 찾아 그물을 널려면 많은 돈이 수반 된다”고 어려움을 말했다.

 

현재 여수 정치망어업 허가는 총 40곳에 이른다. 이 가운데 돌산에만 24곳이 허가를 받아 어업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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