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위원장, 6자회담 미련 없는 듯

[분석과전망] 다이빙궈 방북과 북중관계 그리고 6자회담의 운명

이창기 기자 | 기사입력 2009/09/21 [05:58]

김정일위원장, 6자회담 미련 없는 듯

[분석과전망] 다이빙궈 방북과 북중관계 그리고 6자회담의 운명

이창기 기자 | 입력 : 2009/09/21 [05:58]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방북한 중국 다이빙궈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접견 이후 6자회담에 북이 참여할 것인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18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이번 면담과 관련하여 김정일 위원장이 "북한은 비핵화의 목표를 계속 견지할 것이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수호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면서 "양자 또는 다자대화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는 것이다.(18일 연합뉴스 참조)

 
▲ 지난 9월 4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함경도에 위치한 한 수산물 가공공장에서 수산물 가공품을 살펴보고 있다.    © 구글검색

북한 중앙통신은 김정일 위원장과 다이빙궈 국무위원 담화에 대해 "두 나라 친선관계를 변함없이 발전시킬 데 대해서와 서로 관심사로 되는 일련의 문제들"에 대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했다고 보도한 것이 전부이다.

그간의 북중관계와 6자회담 진행과정을 감안해서 이번 면담관련 보도를 분석해보면 결국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6자회담에 다시 참가할 뜻이 없으며 6자회담과 관련한 그간 중국의 행보에 대한 섭섭함이 적지 않았음도 표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신화통신에서 언급한 한반도 비핵화 목표 견지라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발언은 그간 북에서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라고까지 하면서 강조해온 기본입장이자 변할 수 없는 궁극적 목표이다.

그럼에도 북이 올해 2차핵시험까지 단행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바로 중국을 포함한 6자회담 참가국들이 북에 가한 광명성2호 위성발사에 대한 제재소동 즉, 자주권 침해 소동 때문이라는 것이 북한의 일관된 입장이었다.

결국 김정일 국방위원장 발언과 관련된 신화통신 보도 내용 "한반도 비핵화는 미국과 직접 풀어야할 문제이지만 중국과 주변국들이 하도 원해서 6자회담에도 참여했으며 지금도 비핵화 의지는 확고한데 정작 6자회담 참가국들이 핵보유국으로 우리를 떠밀고 있지 않는가"라는 말과 같다고 본다.

북은 핵시험도 아닌 광명성 2호 과학위성을 발사한 것까지 6자회담국 참가국들이 주동이 되어 유엔안보리 제재까지 결정하자 이는 북에 대한 명백한 자주권침해이며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횡포라고 강력하게 반발하였고, 중국, 러시아, 미국 등 유엔안보리상임이사국들을 대국주의자들이라고 비난하면서 2차핵시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시험까지 경고하였고 그래도 제재 결정을 철회하지 않자 북은 1차 때보다 40여배나 강력한 것으로 드러난 2차 핵시험을 바로 단행했었다.

그 후 다시 유엔안보리에서 북에 대한 제제결의안 1874호를 결정하자. 북은 "유엔안보리의 결정은 정전협정 파기"라면서 전면대결선언을 하고 "세계는 이제 곧 우리 군대와 인민이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강권과 전횡에 어떻게 끝까지 맞서 자기의 존엄과 자주권을 지켜내는가를 보게 될 것이다."라며 강경하게 경고했던 것이다.

따라서 유엔안보리에서 결정했던 대북결의안들을 모두 철회하지 않는 한 북이 다시 그 안보리상임이사국들이 주축이 된 6자회담에 참여하지 않을 것임은 자명하다. 그래서 올 상반기 연속된 물리적 조치를 취하면서 영원히 6자회담은 끝났다고 선언했으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를 누차 강조해왔던 것이다.

그렇다면 신화통신에서 전한 양자 또는 다자대화를 통해 이 문제(한반도 비핵화문제)를 해결하기를 희망한다."는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 신화통신이 김정일 위원장의 말은 어떻게 번역해서 보도했고 또 이를 연합뉴스에서 또 어떻게 번역했는지는 좀 더 두고 봐야겠지만 일단 보도를 자체만 놓고 보면, 여기서 주목할 점은 "또는"이라는 말이다.

즉, 양자와 다자대화를 무조건 병행한다는 말이 아니라, 양자회담을 기본으로 하되 주변국 중에서 한반도비핵화문제를 푸는데 건설적인 참여의 뜻을 분명히 표하는 경우 그들과의 다자회담도 병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6자회담이라는 이름으로는 안 된다는 것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의지로 보인다.

6자회담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은 것이 결정적 근거

이전에도 6자회담이 난항을 겪을 때 중국에서 특사가 가서 북을 설득한 적이 있는데 그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다자회담이라는 새로운 표현 등을 언급하지 않았으며 실제로 후에 6자회담에 다시 참여했었다. 다자회담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면 6자회담은 끝난 것으로 봐야 한다. 그리고 이것 자체가 중국에 대한 매우 큰 섭섭한 마음을 표한 것이다. 왜냐면 중국은 다시 북이 6자회담에 참석하기를 바란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여러 차례 표명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실 미국에서도 6자회담이 아닌 새로운 다자회담 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몽골까지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미국의 입장이 보도되기도 했다.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데 있어 막대한 자금과 지원이 필요한데 이를 미국이 모두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북이 핵심적인 문제해결 회담으로 보고 있는 북미양자회담을 능란하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상황에 따라 다자회담 카드도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며 더 중요하게는 북한만의 비핵화가 아닌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고 나아가 한반도 주변의 평화와 안정을 확고하게 구축하기 위해서는 주변국과의 논의가 어느 정도 필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다이빙궈 국무위원의 담화가 화기애애했던 것은 무슨 이유에서일까. 중국의 입장에서는 이 정도도 큰 성과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며 중국은 더욱 북과의 우호관계가 절실한 상황이기 때문일 것이다.

중국은 북미관계가 호전되면 될수록 북중관계 강화가 절실

과거 모택동 주석 시절 중국은 북한을 순망치한(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관계로 보았는데 이제는 중국 운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강국으로 부상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중국, 러시아, 베트남, 동유럽 국가들은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위해 미국의 요구에 굴복하여 자신들의 사회주주의 체제의 핵심 요소를 스스로 거세하거나 붕괴시켰으며, 미국의 제국주의 1극 군사패권 전략에 대해서는 아무 반대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기지를 제공하기도 하는 굴욕적인 자세를 취했었다.

하지만 지금 북한은 선군정치를 바탕으로 사회주의체제를 더욱 강하하고 국제적인 영향력도 더 키웠으며 결정적으로 제3세계 반제반미진영에까지 선군정치를 확산하여 미국을 역 포위 압박하는 주동적인 공세를 통해 미국이 관계개선에 나오지 않을 수 없도록 몰아 가고 있다.

그래서 세계 정세전문가들은 북미관계개선은 미국의 명백한 굴복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며 최근 미국에서 북미양자회담을 하겠다는 발표를 했을 때도 러시아 등에서 북미외교전에서 북한의 승리, 미국의 굴복이라는 평가를 주저 없이 내놓고 있는 것이다.

사실, 존 볼튼과 같은 미국의 극우보수세력들도 마찬가지로 미국의 굴복이라고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이런 북미대결전을 보며 북의 강력한 힘에 대해 중국도 생각되는 것이 많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거기다가 미국의 전문가들은 경제, 군사적 측면 등에서 향후 미국을 위협할 가장 위험한 나라로 중국을 지목하고 구소련을 해체했듯이 중국을 여러 민족국가로 해체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으며 중국 서부 중동 친미국가들, 남쪽의 베트남, 동쪽의 한국과 일본, 북쪽에서는 러시아에 이어 몽골까지 활용하여 대중국 포위압박을 꾀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이기에 중국이 정치 경제적 측면에서 태평양으로 진출할 수 있는 중요한 길목인 북한과의 우호관계를 강조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 당시 티베트사태는 지금 중국이 처한 위기상황을 축소판으로 보여주었다. 티베트의 반 중국 움직임은 미국의 오랜 비밀공작에 의해 만들어져왔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 티베트에서 북경올림픽을 계기로 독립시위가 벌어지자 전 세계, 특히 유럽에서 반 중국 시위기 들불처럼 번져갔다. 미국이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판단해서인지 반중국시위에 주동적으로 나서지 않았으며 일본도 동참하지 않았음에도 상황은 참으로 위급했다.

러시아니, 제3세계 나라들 등 중국과 거래하는 대다수 나라들도 어느 누구하나 중국을 옹호하지 않았다. 그때 북한만은 티베트사태를 분리주의자들의 책동이라고 규탄하고 평양으로 건너온 중국의 성화를 성대하게 봉송해주었다. 그 후 티베트사태는 순식간에 정리되기 시작했다. 정말 신기할 정도였다.

올림픽이 무리 없이 끝나고 중국의 차기 지도자로 내정된 시진핑 부주석이 항공유 등 막대한 금액의 선물을 들고 바로 평양에 들어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감사를 표했다. 중국역사에서 차기 지도자가 내정되어 첫 방문지를 평양으로 정한 것은 고대시대에는 있었는지 몰라도 이전에는 들어보지 못한 일이다.

결국 이번 면담을 종합한다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중국이 경제사정 등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처지라고 해도 북의 위성발사까지 간섭하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으며 6자회담은 끝났다는 것이다.

대신 중국이 앞으로 북과 서로의 자주권을 존중하고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건설적인 태도와 행동을 보인다면 오랜 친선우호국으로서 우의를 다져갈 의지가 있음을 표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향후 북중관계가 어떻게 진행될지는 좀 더 두고 볼 여지가 있다고 본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북미관계가 개선되면 개선될수록 앞서 분석한 이유 때문에 북과의 친선우호관계를 더욱 강화해갈 필요가 있을 것이다. 문제는 만주에 대한 영토문제가 있어서인지 중국이 북한의 군사력이 강해지는 측면에 대해 필요 이상의 경계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북의 광명성 2호위성발사만 해도 중국이 반대할 아무런 이유가 없는데 중국은 북의 은하로켓의 위력을 경계해서인지 중재하고 조정해주어야 할 6자회담 의장국임에도 대북결의안 채택에 주도적으로 나섬으로써 북을 자극하였다.

사실 중국이 이런 입장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다면 미국은 중국을 발동하여 어떻게든지 북을 압박 봉쇄하려는 의지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그럴수록 북한의 핵억제력은 강력해질 것이고 북중관계도 더욱 악화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공을 중국에 던졌다.

중국이 그 공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따라 향후 열릴 다자협상과 북미직접협상의 운명도 일정하게 영향을 받게 될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북중관계의 향방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 같다.

원본 기사 보기:자주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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