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유엔연설, '동시 행동원칙' 언급은 긍정적

[분석과전망] 이명박 대통령의 유엔총회 발언의 의의와 문제점

이창기 기자 | 기사입력 2009/09/26 [03:23]

MB 유엔연설, '동시 행동원칙' 언급은 긍정적

[분석과전망] 이명박 대통령의 유엔총회 발언의 의의와 문제점

이창기 기자 | 입력 : 2009/09/26 [03:23]
▲   23일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 하는 이명박 대통령  © 편집부

 
이명박(mb)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보여준 발언과 행보는 예상보다 진전된 측면이 없지 않았지만 여전히 우려스런 발언도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유엔총회에서 "나는 6자회담을 통해 북핵 프로그램의 핵심부분을 폐기하면서 동시에 북한에게 확실한 안전보장을 제공하고 지원을 본격화하는 일괄타결, 즉 그랜드 바겐을 추진할 것을 제안한 바 있으며 관련국들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계속해서 "핵무기 없는 한반도는 동북아시아와 세계의 평화를 위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면서 "또한 지구상 유일한 분단지역인 한반도가 진정한 화해와 통일의 길로 들어서기 위해서도 비핵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발언했다.

mb의 그랜드 바겐 과연 현실적으로 타당한가

이 연설에서 언급한 `그랜드 바겐(grand argain) 구상은 실은 새로울 것이 없는 주장이다. 이미 2005년 6자회담에서 합의한 내용도 북핵문제 하나만 다룬 것이 아니라 남북 전체를 포함하는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주변의 평화와 안정문제, 미국의 대북위협 제거 문제, 북미 북일관계 정상화 문제 등을 포괄적으로 일괄타결했던 합의였다.

일괄타결은 했지만 하루아침에 이 내용을 다 해결할 수 없으니 단계별로 동시행동원칙에 따라 하나하나 이행해가자는 것이었다. 이런 그간의 합의와 이 대통령의 그랜드 바겐의 차이점이 있다면 단계적 추진보다는 일괄추진 쪽에 무게를 둔 것 같다.

23일(현지시간) 진행한 후진타오 주석과의 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그랜드 바겐 구상을 언급했다. 그는 "단계별로 조각조각 협상하는 것이 아니고 일괄적으로 보장함으로써 북한을 안심시키고 핵을 포기시키는 방안"이라며 "중국과도 이 문제에 대해 더욱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밝힌 것을 보면 단계별 추진이 아닌 일괄추진을 의미하는 것 같기는 한데 협상과 이행을 정확히 구분하지 않고 있으며 또 그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 확실한 상이 그려지지는 않는다.

설령, 일괄추진이라는 큰 차이가 있다고 해도 미국과 주변국의 동의를 구하는 문제와 실현가능성에 있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미국정부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그랜드 바겐이 새로울 것이 없다고 주장하면서도 은근히 떠밀어주고 있는 이유는 자명하다. 바로 비용분담 때문일 것이다.

캠벨 차관보는 뉴욕에서 열린 한미 외무장관회담 직후 가진 브리핑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그랜드 바겐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자세한 내용을 듣지 못해 잘 모른다고 하면서도 "북한이 2005년과 2007년의 모든 합의들에 진지하고 책임감있게 헌신한다면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 일본 등 국제사회가 함께 (대북) 패키지를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을 이 대통령이 강조한 것으로 추측한다"고 말했다.

국제사회 패키지를 통해 미국의 부담을 주변국에 떠넘기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94년 북미제네바합의에 따른 대북경수로지원도 주로 한국, 일본에 떠넘겼고, 2.13합의에 따른 중유제공도 주변국에 많은 부담을 돌렸다.

이런 미국의 그간 행보를 보았을 때 북미협상과정에 필연적으로 제기될 보상비용을 이명박 정부와 일본 하토야마 정부 등에 떠넘길 것이 확실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가만히 있어도 미국은 많은 부담을 한국에 떠넘길 것이 자명한데 굳이 그랜드 바겐이니 하면서 대북지원 본격화 등을 연일 강조했으니 앞으로 미국이 얼마나 한국에 부담을 전가하려 할 것인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대통령이 이번 유엔총회 발언을 통해 남북 화해와 통일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북핵문제 해결에 있어서도 포괄적 협상, 일괄타결, 동시행동을 강조한 것은 그 자체로는 매우 긍정적이라고 본다.

북핵문제는 미국의 대북 핵위협에 의해 발생한 문제이기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대북 위협제거와 관계정상화가 함께 논의될 수밖에 없다. 결국 포괄적 협상으로 풀 수밖에 없는 문제이다.

또한 위협이 제거되기 전에는 결코 북이 먼저 비핵화에 나설 리가 없기에 동시행동원칙에 의해 문제를 풀 수밖에 없다.
 
그간 이명박 대통령이 고집스럽게 주장해온 선핵폐기론을 이번 유엔총회에서까지 주장했다면 정말 국제적인 망신을 살 것은 너무도 자명하며 남북관계마저 심각해졌을 것이다.

남북관계와 관련해서도 이명박 대통령은 후진타오 주석과의 회담에서 유연하게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하였고 북측과 교류협력을 확대하겠다는 뜻을 피력하는 등 남북관계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말을 내놓았다.

이 대통령은 후 주석에게 북한 조문사절단을 직접 만났을 때 한국의 입장을 자세히 설명했다면서 "북한이 남북관계 협력을 원한다, 그리고 언제든지 만나겠다는 뜻을 전해왔는데 우리도 같은 입장이란 점을 설명했다"면서 "다만 핵 문제 해결이 바로 남북관계를 활발하게 만들기 위한 전제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24일 연합뉴스 참조)

이 대통령은 이렇게 북과 만나겠다는 의지를 전했다고 밝혔는데 이명박 대통령이 만날 수 있는 북측 인물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므로 결국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할 의사도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위에 나와 있듯이 여전히 핵문제 해결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함으로써 아직 완전히 선핵폐기 입장을 버리지 못하고 있음을 짐작케 하고 있다. 이는 유엔총회연설에서 말한 동시행동과는 정반대 입장으로 장소 따라 오락가락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주장에 혼란스러움을 금할 수가 없다.


청와대 정책팀이 정리된 안을 만들 능력이 없는 것인지 이명박 대통령의 성격이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앞으로 청와대가 꼭 풀어야할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북한의 핵문제는 미국의 핵위협 때문에 발생한 문제이기 때문에 남북이 노력한다고 해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미국의 핵위협이 여전히 상존하고 또 북미관계가 풀리지도 않았는데 북이 남측과 대화를 위해 핵폐기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정상적인 사람의 판단이 아닐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정말 이런 입장이라면 남북대화를 영영 하지 않겠다는 속마음을 드러낸 것으로 봐야 한다. 오히려 북핵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북미관계가 악화될수록 남북은 더욱 적극적으로 만나 한반도 평화를 도모하는 것이 누가 보나 절실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자유민주주체제로의 통일 주장 등 이전 미국 방문 때와 달리 이번 미국 방문에서는 여러 긍정적인 발언을 많이 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핵 문제 해결이 남북 대화의 전제라는 한 마디의 말 때문에 또 다시 우려를 금할 수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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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기사 보기:자주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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