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충돌에 대하여 6. TOD 영상, 잠수함 코닝타워를 추적하다

신상철 | 기사입력 2018/11/14 [13:38]

[천안함] 충돌에 대하여 6. TOD 영상, 잠수함 코닝타워를 추적하다

신상철 | 입력 : 2018/11/14 [13:38]

TOD 영상은 ‘과학’입니다. 철저히 과학적 근거와 합리적 사고로 풀어야 할 문제라는 뜻입니다. 더구나 진실의 모습을 담고 있을 뿐만아니라 직접 우리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만큼 신뢰도가 높은 것이 TOD 입니다. 오늘 글부터 백령도 초소에서 촬영한 TOD 영상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1. 백령도 여섯 초소에서 촬영했을 TOD 영상

 

 

천안함 침몰 사고 당일 사고현장과 반파된 함선의 이동 경로에 따라 영상으로 촬영 가능한 초소는 위 그림과 같이 여섯 곳이 있습니다. 당일 사고발생 직후 경계령이 발동되고 비상상황에 돌입했으니 현장의 초소에서는 더욱 경계심을 갖고 TOD 영상을 촬영하였을 것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군 당국은 여섯 초소의 영상 모두를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TOD 영상에 담긴 진실이 드러날 것이 두려운 나머지 여섯 군데의 백령도 초소 가운데 고르고 골라 오로지 238초소 영상만을, 그것도 ‘더 이상 없다’고 발뺌하면서 세 번에 나누어 찔끔찔끔 공개하였습니다.

 

저는 국방부 앞에서 피켓이라도 들고 외치고 싶습니다. 백령도 초소 여섯 곳에서 촬영한 TOD 영상 전부를 공개하라고. 46명의 억울한 죽음이 발생한 해난사고에 무슨 ‘군사기밀’ 운운하며 사고 현장을 촬영한 영상을 감추고 왜곡하고 조작하는 것이 가당키나 한 짓인지 강력하게 따져 묻고 싶습니다.

 

당일 촬영된 TOD 영상들은, 우리 일상생활에서 범죄가 발생하였을 때 감초처럼 등장하는 CCTV 영상과 무엇이 다릅니까. 범죄자의 동선을 따라 모든 CCTV를 샅샅이 훑는 것은 ‘범죄수사’의 기본입니다. 이 문제에 군대와 사회가 달라야 할 이유가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사고 발생시점부터 완전히 가라앉을 때까지 그리고 구조와 수색이 진행되는 전 과정을 관찰하고 촬영했을 초소들 ❶❷❸❹❺❻ - 왜 이곳에서 근무하며 사고 당일 현장을 열심히 촬영한 해병대 장병들이 수행한 임무의 결과물들을 은폐해도 되는 것인지 국가는 합당한 답변을 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 ‘정의로운 검찰’은 이렇게 중요한 사건을 수사하면서 어떻게 이러한 기초적인 증거자료도 입수하지 않고, 요청하지 않고, 확보하지 않고 8년이라는 세월동안 진실을 규명하겠다며 ‘천안함 사건’에 대한 공소를 유지할 수 있는지.. 참으로 심란하고 우울합니다.


2. 막강 이지스함과 대잠훈련 중 당했다는 MB정권

 

최근 남과 북 간에 대화의 물꼬가 트이고 교류가 활발해지며 남의 대통령이 북을 방문하고 이제 북의 최고 지도자가 남을 방문키로 약속이 되어있는 현실을 우리는 보고 있습니다. 남과 북이, 그리고 북한과 미국이 오랜 적대감을 풀고 평화와 미래를 얘기하자고 머리를 맞대고 있는 마당입니다.

 

그런데 한.미 막강 이지스함 3척과 수십 척의 전투함이 연합하여 합동훈련을 하는, 그것도 대잠훈련 (적의 잠수함이 침투하면 어떻게 박살낼 것인지 기동하는 훈련)을 열심히 수행하고 있던 바로 그 순간,북한의 구닥다리 잠수정 한 척이 내려와 ‘잠수함 컨텍 전문’이라는 초계함을 어뢰 한 발로 격침시켰다는 ‘황당한 소설’을 써놓고 어찌 남.북.미 평화회담이 가능하겠습니까?

 

그리고 군사력이 대치하는 한 소소한 군사적 마찰과 갈등은 있을 수 있는 일이고, 전투상황은 아니라도 이런저런 충돌에서 이기거나 질 수도 있는 것이지만, (만약 MB 정권의 ‘천안함 피격’ 주장대로라면)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적에게 당하는 경우는 우리 군 역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것입니다.

 

참으로 군인으로서 불명예스러울 뿐만 아니라 굳이 ‘작전에 실패하는 것은 용서할 수 있지만, 경계에 실패하는 것은 용서할 수 없다’는 케케묵은 슬로건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군인이라면 혀 깨물고 죽고 싶을 만큼 치욕스러운 일로 여겨졌을 것입니다.

 

저는 천안함 침몰 사고가 ‘좌초 후 충돌’로 발생한 ‘해난사고’라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인내심을 갖고 침묵하며 진실을 밝히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만, 만약 북한의 공격 한 발에 침몰한 것이 사실이라고 제가 믿었더라면 저는 가만히 참고 있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왜 우리 군은 속수무책으로 당했는지 길길이 날 뛰고, 한.미 연합훈련과 대잠훈련 중에 잠수함 한 척에 뚫리는 게 말이 되냐고 해군을 비난하고, 유유히 사라져 북으로 올라가는 동안 백령도의 레이더 기지와 육상포들은 도대체 무얼 했느냐고 공군과 육군을 싸잡아 게거품을 물었을 것입니다. 

  

저는 세계해전사에 전무후무한 23전23승 전승신화를 창조한 이순신 장군의 후예임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대한민국 해군장교 출신입니다. 전통적으로 우리 해군은 강했습니다.

 

북한 땅 코 밑에 있는 서해 5개도서 - 백령도, 대청도, 소청도, 연평도, 우도가 대한민국 국토로 남아있을 수 있었던 이유도 6.25 당시 우리 해군과 해병대가 목숨바쳐 굳건히 지켜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 군의 명예는 물론 해군의 명예를 땅 바닥에 처박아 놓은 저 무능한 군인들이 땅에 코를 처박고 석고대죄해도 모자랄 마당에 자기들이 무슨 개선장군인 것처럼 높은 의자에 기대고 앉아 ‘1번 어뢰에 당했다’ 운운하며 브리핑하는 작태들을 보며 저는 피가 거꾸로 치솟는 분노가 일었습니다.

 

자신들이 말하는, 자신들이 발표한, 자신들이 주장한 그대로 받아준다 하더라도 그들은 ‘경계에 실패한 군인’, ‘대응에 실패한 군인’, ‘안보를 지키지 못한 군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며 46명의 무고한 장병들을 수장시킨 무능한 지휘관들로서 무거운 책임을 져야하며 군 형법상 그에 상응하는 가혹한 처벌을 받았어야 마땅한 것입니다.

 

그런데 책임은커녕, 천안함 사건 최종결과 발표를 마친 2010년 5월 20일 이후 그들은 마치 굶주렸다는 듯 줄줄이 진급파티를 벌이며 표창을 받고 영전을 하는 것은 도대체 무슨 경우란 말입니까. 경계에 실패한 군인들이 어떻게 표창과 포상과 훈장을 나눠가질 수 있단 말입니까. 이게 나라입니까.

 

천안함 사고 당시 해군참모총장이었던 김성찬 씨는 지금 진행중인 재판의 고소인이기도 합니다만, 경계실패의 책임을 지고 영창에 들어가야 마땅할 양반이 명예롭게 제대한 것도 모자라 새누리당 공천을 받아 경남 진해에서 초선도 아니고 재선 현역 국회의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니.. 이게 나라입니까.

 

저는 저들이.. 국가기관을 총동원하여 국민을 속였던 그들 스스로 저지른 죄 값을 가혹하게 치르는 모습을 보지 못한다면 ‘이 놈의 나라’에서 살아 갈 희망과 의욕이 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정말 솔직한 심정입니다.


3. 영상에 처음으로 나타난 바로 그 ‘잠수함’

 

2010년 3월 26일 밤 21:22분경 천안함과 충돌한 잠수함은 충돌 이전에 코닝타워(Connign Tower)만 수면 위로 드러낸 채 항해를 하였기 때문에 TOD 영상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설사 잡혔다 하더라도 당일 파고 2∼3m의 높은 파도로 인한 영상잡음(Image Noise) 때문에 TOD 관측병이 ‘점’으로 보일락말락 하는 영상을 잠수함으로 식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였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천안함과 충돌한 직후 함수와 함미 사이에 까만 점으로 나타나면서 처음으로 참수함의 모습이 TOD 영상에 잡히게 됩니다. 오늘 글에서는 이 까만 점이 잠수함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데에 주력하게 될 것입니다.

 

이 영상은 백령도 서쪽 해안에 있는 238초소에서 촬영한 것으로 까만 점이 잠수함의 코닝타워입니다. 그리고 잠수함의 몸체는 수중에 있으며 천안함과의 충돌로 인해 코닝타워와 선체 연결부위에 심각한 손상을 입은 상태였으며 그 또한 심각한 침수가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이 까만 점이 움직이는 모습 그리고 이동하는 방향과 형태를 추적하고 분석하면 그것이 천안함과 충돌하여 반파시킨 잠수함인지 아니면 국방부 주장대로 단순히 떠있는 부유물 혹은 구명정(Life Raft)인지 합리적으로 판별하는 것이 가능할 것입니다. 

 

(1) 까만 점(코닝타워)의 움직임

국방부 제출 영상 - 반파되는 순간부터 미세한 간격으로 화면을 캡처하여 까만점의 움직임과 함수의 움직임을 비교 분석해 보겠습니다.

 

 

TOD시간으로 21:22:40초 천안함이 반파된 모습으로 처음 잡힙니다. 그런데 국방부는 TOD시간이 1분40초 오차가 있다고 하고 초병 역시 그 사실을 인정하므로 모든 시간은 1분40초 더해야 실제시간입니다.

 

즉, 21:22:40(실제시각 21:24:20) 천안함이 4030 방위각 위치에 반파된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그런데 반파된 천안함의 함수와 함미의 중간에 까만 점으로 ‘미상의 물체’가 잡히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이 까만 점은 조금씩 움직여 함미쪽으로 가까워집니다. 그것은 당시 조류의 방향이 남동방향이었으므로 TOD상에서 왼쪽으로 이동하는 것이 조류방향과 일치하므로 마치 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처음 20초간 함미쪽으로 가까워지던 코닝타워가 이번에는 거꾸로 함수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하면서 함수가 서서히 회전하기 시작합니다.

 

 

(2) 회전하는 함수 - 수면하 물리적인 접촉의 증거

천안함이 반파되고 난 이후 함미와 함수는 동력이 완전히 끊어진 상태이므로 조류와 바람의 영향으로 표류만 할 뿐 회전을 야기시키는 외력은 존재하지 않으므로 형상을 그대로 유지해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런데 제일 왼쪽 사진을 보면 코닝타워가 함수와 부딪치지 않았음에도 함수가 회전하기 시작합니다. 이것은 이미 수면 아래에서 코닝타워 하부에 있는 잠수함의 본체와 함수의 선체 간에 물리적 접촉이 발생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후 코닝타워가 함수와 더 가까워질수록 회전은 크게 발생합니다.

 

 

연속사진으로 나타내 보았습니다만, 실제 YOUTUBE에 올려져있는 천안함 사고 직후 영상을 검색해 보시면 더 명확하게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21:26:10(TOD)경, 함수에 가리워졌던 까만 점, 즉 코닝타워가 함수 뒤쪽으로 다시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3) 함수 뒤로 빠져나온 까만 점 어디로 이동했을까?

위 영상은 컴퓨터 상에서 TOD 영상을 캡처한 것으로 더 잘 보이려고 일체의 색상보정을 하지 않고 단지 노란 원으로 마킹만 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최초 함수와 함미 사이에 나타났을 때보다 색상이 점점 더 희미해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함입니다.

 

TOD상에 나타나는 까만 점(코닝타워)의 색상이 점점 희미해진다는 것은 크기가 작아진다는 뜻이고, 점점 물 속으로 가라앉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그 스스로도 침수로 인해 침몰하고 있는 과정이었던 것입니다.

 

그럼에도 함수 뒤쪽으로 나타나 함수와 함미와는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그 스스로 동력이 어느 정도 살아 있었음을 의미합니다. 실제 방위각을 체크해보면 코닝타워(잠수함)도 조류를 거슬러 이동할 만큼 속도는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 까만점이 함수와는 분명히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이후 코닝타워는 함수와 거리가 멀어지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TOD병은 이미 까만 점으로 나타난 ‘미상의 물체’의 존재를 확인하기 시작하였던 것 같습니다. 그는 미상의 물체를 함수와 함께 한 화면에 담기위해 화면을 미세하게 조정하는 등 부단히 노력하였고, 21:30:02(TOD시간)을 마지막으로 검은 점은 TOD의 촬영범위를 벗어납니다.

 

▲ 함수 | 코닝타워가 이동하며 발생시킨 ‘하얀 물줄기’ | 코닝타워    

 

위 화면을 보면 TOD초병이 함수, 코닝타워가 이동하며 발생시킨 하얀 물줄기 그리고 코닝타워를 한 화면에 담아 놓으려 노력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심 재판과정에서 이 물체에 대한 질문을 할 때마다 국방부는 ‘부유물’ 혹은 ‘구명정’이라고 답변하였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논리에 전혀 맞지 않습니다.

 

첫째, 부유물이라면 동력이 없을 것이고 그렇다면 함수와 함께 표류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그리고 함수보다 가볍기 때문에 조류와 바람의 영향을 더 크게 받아 오히려 함수보다 더 빨리 왼쪽으로 떠내려 가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둘째, 그 물체가 구명정일 수 없는 것은, 구명정은 사람이 인위적으로 터뜨리거나, 침몰 후 적정 수심에 도달했을 때 자동으로 펴지도록 설비되어 있습니다. 천안함 생존자들 진술서에는 몇몇 대원들이 구명정에 대한 진술을 하지만 구명정이 펼쳐진 시점은 대원들이 갑판 위에 올라오고 난 이후입니다.

 

그리고 구명정은 플라스틱 재질로 튜브 형태여서 매우 가볍기 때문에 조류와 바람의 영향을 더 크게 받아 부유물과 마찬가지로 함수보다 더 빠르게 동남방향(왼쪽으로) 사라져야 합니다.

 

또한, 무엇보다도 그것이 구명정이었다면 생명의 위험에 처해 구조를 기다리는 천안함 생존대원들이 멀쩡히 떠내려가는 구명정을 그냥 내버려두었다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논리에 맞지 않고 수영 잘하는 수병들이 뛰어들어 구명정을 붙잡아 두었어야 이치에 맞는 것입니다. 구조선이 도착하기 전에 함수가 가라앉을지도 모르는 상황을 대비해서 말이지요.

 

다음 글에서는 구조를 위해 천안함 쪽으로 달려온 고속정들의 이해할 수 없는 기동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신상철 (前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 조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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