맷돌[磨石] / 오연복 시인

오연복 시인 | 기사입력 2018/11/15 [22:19]

맷돌[磨石] / 오연복 시인

오연복 시인 | 입력 : 2018/11/15 [22:19]

 

 

 

 

맷돌[磨石] 

 

오연복 시인

 

세월에 너스레를 치고 할매와 어매가 어처구니를 잡는다
보릿고개를 갈아낸다
층층시하 시집살이를 잘근잘근 갈아낸다
껍데기 퍽퍽한 메밀 녹두 옥수수가 삐걱삐걱 돌아간다
미끈둥하게 문드러진 맷돌니가 꺼억꺼억 된소리를 읊어댄다
어매 손은 메밀 곡식질을 하고 할매 손은 새알콩 물매질을 한다
할매의 주름살을 누덕누덕 토해내는 어처구니가 돌아간다
어매의 애면글면한 냉가슴이 찌걱찌걱 고갱이를 뱉어낸다
사위는 밤, 자꾸만 감겨 내리는 눈꺼풀이 헛 맷돌질을 해댄다

서른 과부 외촌댁이 어처구니를 돌린다
혼잣말로 중얼중얼 너스레 앞에서 너스레를 떤다
연꽃 타고 간 임은 칠성당에 들었는가
구름발치에 감치는 임을 오늘 밤은 꿈길에라도 마주할까
윗 매가 돌아간다 암맷돌이 앙탈한다
숫맷돌이 다그친다 아랫매가 보듬는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뱃놀이에 애증이 울컥울컥 넘나들이 한다
맷돌 입에 밀어 넣은 서리태가 오돌토돌한 돌 거죽을 애무하면
애간장 녹아 흐르는 희열을 방사한다

자웅동체 유리병이 사르르 돌아간다
샐러리 사과 파프리카가 오방색으로 물결친다
까만 밤을 돌리던 할매 어매의 어처구니를 더듬어본다
그리움 사무친 외촌댁의 어처구니를 들여다본다
빙빙글 가비얍게 돌아가는 세상에
세월을 갈아낸 어처구니가 없구나
아, 어이없구나
지붕위에 오롯이 올라앉은 어처구니가
부산한 세월함지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 (오연복 시인 프로필) 시인, 작사가, 시낭송가


한국스토리문인협회 이사, 샘터문학 자문위원, 한국문인그룹회원, 문학공원 동인, 가곡 동인
수 상 : 대한민국 인물대상 수상 (2014), 전북의 별 표창(제8회), 중앙일보 독서감상문대회 최우수상 (제5회), 샘터문학상 대상 수상(2018), 글사랑 전국시낭송대회 최우수상(제27회) 등 다수
동인지 : 꿈을 낭송하다, 이슬 더불어 손에 손 잡고, 바람의 서, 사랑 그 이름으로 아름다웠다 등 다수
가곡작시 : 물푸레나무타령, 갓밝이, 변산반도 마실길, 김밥, 시인의 아내, 향일암, 행복한 결혼, 첫눈, 당신 그리울 때, 사랑의 도보다리, 사랑의 사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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