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랑의 고전소통]초나라의 충신 신포서가 진나라 궁정에서 통곡한다

이정랑 언론인(중국고전 연구가) | 기사입력 2018/12/10 [18:59]

[이정랑의 고전소통]초나라의 충신 신포서가 진나라 궁정에서 통곡한다

이정랑 언론인(중국고전 연구가) | 입력 : 2018/12/10 [18:59]

오자서(伍子胥)와 신포서(申包胥)는 원래 친한 친구였다. 초나라 평왕(平王)이 무고하게 오자서의 아버지와 형을 죽이자 오자서는 오나라로 도망쳤다. 오자서는 초나라를 멸망시켜 아버지와 형의 원수를 갚겠다고 맹세했다. 신포서는 오자서에게 개인적인 원한 때문에 조국을 배반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그러나 오자서는 듣지 않았다. 신포서는 오자서에게 이렇게 말했다.

 

“자네가 기어이 초나라를 멸망시키려 든다면, 나 또한 반드시 초나라를 부흥시키겠네!“

 

그때부터 두 사람은 친구 관계를 끊었다. 그 후 오자서는 오나라의 공자 광(光)을 도와 정권을 탈취하고 오왕 합려(闔閭)를 세웠다. 그러고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초나라 국내 사정이 혼란한 틈을 타 합려를 부추겨 초나라를 공격, 영도(郢都)를 점령했다. 이 당시 초나라는 평왕이 이미 사망하고 아들 소왕(昭王)이 왕위에 있었는데, 오나라의 공격을 받고는 황급히 도주했다. 오자서는 초 평왕의 시체를 파내 3백 조각으로 갈기갈기 찢음으로써 원한을 청산했다.

 

신포서는 오자서의 행동에 격분했다. 그는 소왕을 찾아가 초나라를 회복할 수 있는 대책을 상의했다. 그러나 약해질 대로 약해진 초나라는 이웃나라의 도움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신포서는 진(秦)에 구원을 요청하기로 했다. 초나라 평왕의 부인이 진 애공(哀公)의 딸이고 따라서 지금의 소왕은 애공의 외손자이기 때문에 진나라가 이 사태를 그냥보고만 있지 않으리라 판단했던 것이다.

 

소왕은 신포서의 건의를 받아들여 그를 특사로 임명하여 진나라로 보냈다. 신포서는 애공을 만나 초나라의 위급한 상황과 오나라의 횡포를 힘주어 알리면서, 오나라는 마치 ‘봉시장사(封豕長蛇=큰 돼지와 큰 뱀이라는 뜻으로 침략자‧악당을 비유한다)’와 같아 탐욕스럽기 그지없고 초나라를 멸망시키고 나면 그 여세를 몰아 중원에까지 세력을 확장하려 들 것이 빤하니 진나라도 편치 않을 것임을 지적했다. 그러므로 진나라는 빨리 군사를 일으켜 오나라를 정벌하는 한편, 초나라의 부흥을 돕고 아울러 진나라 자체의 안전을 도모해야 한다고 애공을 설득했다.

 

그러나 애공은 오나라와 싸우고 싶지 않았다. 애공은 신포서에게 그저 먼 길을 오느라 수고가 많았으니 휴식을 취한 다음 다시 얘기하자며 대화를 피했다. 신포서는 물러가지 않고 간절히 애원했다. 애공은 적당히 얼버무리다가 나중에는 아예 대꾸도 하지 않았다. 신포서는 궁궐 담벼락에 기대서서 통곡했다. 신포서의 곡소리는 밤낮으로 끊이지 않았다. 신포서는 물 한 모금 마시지 않고 그대로 서서 7일간을 통곡하다, 끝내 쓰러지고 말았다. 진 애공은 감동했다.

 

“초나라에 저렇듯 충성스러운 애국자가 있으니 초나라의 부흥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그러니 우리 진나라가 어찌 돕지 않으리오.!”

 

진 애공은 몸소 신포서의 머리를 바쳐 들고 물과 약을 먹여 깨어나게 했다. 애공은 깨어난 신포서를 향해 ‘무의(無衣)’라는 시를 읊었다. ‘무의’는 진나라의 시로, 그 내용 중에 ‘무기와 군사를 다듬어 그대와 함께 원한을 갚으리라’는 대목이 있다. 즉, 무기를 들고 공동의 적에 대항하겠다는 뜻이었다. 신포서는 애공의 뜻을 알고는 아홉 번 머리를 조아리며 깊은 감사의 뜻을 표시했다.

 

진나라는 두 사람의 대장으로 하여금 전차 400량과 4만의 병력을 이끌고 초나라의 병력과 함께 단숨에 오나라 군을 무찔렀다. 이때 오나라에서는 오왕 합려의 형제인 부개(夫槪)가 자신의 군대를 동원하여 왕위를 빼앗으려고 반란을 일으켰다. 합려는 하는 수 없이 싸움을 중지하고 후퇴하여 내란을 평정했다. 초나라는 잃어버렸던 땅을 완전히 회복했고, 소왕은 정치를 개혁하고 인재를 등용함으로써 점차 강국으로서의 면모를 회복해갔다.

 

신포서가 ‘진나라궁정에서 통곡하다’라는 ‘진정지곡’에 얽힌 고사는 ‘좌전(左傳)’‧‘국어(國語)’‧‘사기’ 등에 기록되어 있다.

 

이 계략은 슬픈 울음으로 상대를 감동시키는 것이다. 즉, 죽고 싶을 만큼 고통스러운 자신의 비분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여 동정심을 불러일으킴으로써 적과 싸워 이길 수 있다는 투지를 자극하는 것이다. ‘진정지곡‘의 계략은 오늘날 더욱 발전하여, 이제는 비분으로 상대를 감동시키는 차원을 넘어서 더욱 광범위한 의의를 가지게 되었다. 예컨대 인생 선배나 성공한 사람들로부터 과거의 고생담을 진지하게 들음으로써 자신을 자극하고 격려하는 것도 이 계략을 운용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