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 엄효용 개인전 '리틀 포레스트' 희수 갤러리에서

송경민 기자 | 기사입력 2019/01/02 [09:31]

사진가 엄효용 개인전 '리틀 포레스트' 희수 갤러리에서

송경민 기자 | 입력 : 2019/01/02 [09:31]

▲  사진제공 = 엄효용

 


종로구 인사동길에 위치한 희수갤러리에서 사진가 엄효용의 개인전 <리틀 포레스트>가 열린다. 이번 전시는 2일(수) 부터 시작해 15(화)일 까지 매일 오전 10시 부터 오후 6시까지 열린다. 오프닝은 오늘(2일) 오후 5시 30분이다.

나무와 하늘 등 주로 자연물에 천착해온 엄효용은 그의 대표작이자 연재작인 ‘나무들’을 주제로 이번에도 특별한 시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 양재천 물푸레나무 여름,2018,Pigment Print on Cotton Paper,60x105cm    

 

 

엄효용의 나무는 한 그루의 나무인 동시에, 수 백 개 혹은 천 그루 이상의 나무들의 세계다. 엄효용은 가로수들을 수백 번씩 반복 촬영하고 그 사진들을 겹쳐놓는 반복적 작업을 통해 나무들의 시간성과 복합성, 입체적인 삶들을 켜켜이 한 장에 담아낸다. 항상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나무들은 그렇게 엄효용의 독특한 재현 방식을 통해 특별한 시각적 경험을 제시한다. 그리고 이번 전시에는 그 나무들이 다시 숲이 되고, 그 숲이 계절과 만나 변모하는 과정을 새롭게 선보인다.

 

엄효용은 이 전시에서 숲의 사계절을 느리게, 느리게 그러면서 사려 깊게 호명한다. 봄에는 허만석로 벚나무를, 여름에는 양재천 물푸레나무를, 가을에는 사려니숲을, 겨울에는 메타세쿼이어를 담아내었다.

 

마침, 그 자리에 존재하다 작가와 조우하게 된 이 숲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새롭게 재창조되었다. 무한한 시간성으로 다가오는 이 미지의 숲들은 어쩌면 우리들이 살아가고 있는 하루하루의 편린 같은 일상들일 것이다. 엄효용은 이 숲들을 응시하게 만들고, 잠시 우리를 숙고하게 만든다.

 

각자의 출발점이 될, 새해를 시작하는 뜻 깊은 시기에 엄효용의 숲의 세계를 만나보자. 여기에서 포착하게 될 각자의 숲은 아직 풀지 못한 숙제에 다정한 안내자가 되어줄 것이다.

 

 

▲ 허만석로 벚나무 봄,2018,Pigment Print on Cotton Paper,45x60cm    

 

 

 

 

각막을 간질거리는 시간의 자유유영 이미지


정훈 / 계명대학교 사진미디어과 교수

 

낯설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언제 어디에서 무엇을 본다는 실존적 감각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현전(現前)하는 실체보다 스마트폰이나 차량의 GPS처럼 외부기기에 의존하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기억 또한 마찬가지다. 습관적 제스처 같은 무의지적 기억과는 별개로 시각적 이미지에 기반한 의지적 기억은 더 이상 신체가 아니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셀피(selfie)나 제도화된 디지털아카이브 같은 탈-신체화된 정보 내러티브의 전자 신호적 신경망 속에 위치한다. 말하자면 우리는 포스트휴먼의 조건 속에서 무엇인가를 보고 기억한다. 점차 비물질적인 정보의 패턴만을 보고 기억하는 문화적 조건에 익숙해지고 있는 것이다.

 

엄효용의 사진은 이러한 기술적·문화적 환경 속에서 보는 이에게 정보 내러티브의 심연으로부터 실존적인 감각을 환기시키는 경험을 제공한다. 작업은 모호하게 보일 듯 사라지는 이미지의 배경공간으로부터 나무의 흐릿한 형상이 두드러지게 돌출되는 형상적 특징을 지니는데, 이는 백여 컷 이상의 사진들이 하나의 이미지로 중첩된 결과로서, 각각의 사진에 부가된 도로·나무·계절의 명칭이 가리키듯이 어떠한 길 위의 풍경을 단일하지 않은 시간과 시점(視點)으로부터 촬영한 결과들을 하나의 사진적 공간 속에 퇴적시킨 것이다. 이를테면 일련의 사진은 특정한 시공간적 위상을 정의하는 단일한 소실점이 존재하지 않는 시간의 자유유영이미지라고 일컬을 만한 것이다.

 

우리는 언제 어디에서 무엇을 본다는 시각적 확실성의 측면에서 그 어떤 것도 엄효용의 사진으로부터 포착할 수 없다. 무수하게 퇴적된 과다한 시각적 정보들은 마치 보는 이의 개인적 경험으로부터 모호하게 상기되는 이미지-기억처럼 한 마디로 단정할 수 없는 무정형의 어렴풋한 잔상만을 불러일으킨다. 사진을 보는 이는 일련의 작업을 낱장의 사진으로 일별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일한 순간과 구체적 장소로 정의할 수 없는 이미지 공간의 특성으로 인해 그/그녀에게 사진 각각은 자연발생적이고 비자발적인 기억의 이미지를 연상케 하는 환영의 공간으로 맴돌게 된다.

 

마치 주름진 피부의 표면으로부터 감지되는 시간의 내면처럼, 사진 위의 보일 듯 사라지는 형상의 흔적들은 우리의 각막을 간질거리면서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시간의 파장을 감지케 하고, 지속하는 시간의 내면으로부터 떠오르는 무엇인가를 사진을 통해서 바라보게 한다. 말하자면 엄효용의 사진적 공간은 바라보는 이에게 실존하는 자신의 기억을 찾아가는 자의식의 거울로서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 종합 휴양지로 메타세쿼이어 겨울 2018,Pigment Print on Cotton Paper,90x120cm    



저자 프로필

 

엄효용 Um, Hyo-yong 嚴孝鎔


홍익대학교 산미대학원 사진디자인 전공 졸업
홍익대학교 광고홍보학부 사진학 강사
한국기술교육대학교 디자인학부 사진학 강사

개인전
2019 리틀 포레스트  희수갤러리
2016 여기,지금,나무 역삼문화센터
2011 Faces Of Things 123갤러리
2010 The Hidden Harmony 갤러리 룩스

단체전
2018 THE SCENT OF WOOD 신세계갤러리 센텀시티점, 부산
2018 그것 그곳 그때 연우갤러리
2018 KIAF COEX
2018 AHAF 인터콘티넨탈호텔
2018 아침에 먹는 사과같이 전 갤러리나우
2018 An'C H Art Fair 현대백화점, 서울
2018 몰입.망각;경계 금산갤러리
2017 Special Present 2018 사이갤러리
2017 SPOON ART SHOW 킨텍스
2017 니가타국제도모다찌전 니가타갤러리, 니가타
2017 LOOK INSIDE 2인전 사이갤러리
2017 미묘한 풍경 ID갤러리
2016 우리들, 나무들 여니갤러리
2012 또 다른 목소리 갤러리 나우
2011 spring&flower전 현대백화점 신촌점 뉴플렉스
2009 서울포토2009 COEX
2007 선택된 우연 갤러리 와 청담
2006 국제 사진페스티발 영포트폴리오전
2006 Korea Photo Fair 인사동 쌈지길
2006 Who’s Who전 현대백화점 압구정점 6층 하늘공원
2006 Stillness 갤러리룩스
2005 바다네품에안기다 갤러리라메르
2004 사물과 상상 갤러리룩스
2004 5*7전 그린포토 갤러리
2001 사물과 상상 갤러리룩스
2001 Post photo 올리브갤러리
2001 생명포스터전 생명포스터연구소, 원주
2000 Post photo sk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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