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가만히 있으라 침묵행진 제안자' 용혜인 이번엔....

추광규 기자 | 기사입력 2019/01/18 [22:19]

세월호 '가만히 있으라 침묵행진 제안자' 용혜인 이번엔....

추광규 기자 | 입력 : 2019/01/18 [22:19]

 


[취재 ‘Team.WAVE’     편집 추광규 기자]


노동당 차기 대표단 선거가 오는 21일부터 25일까지 진행되는 가운데 두 명의 젊은 여성 정치인이 등장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가만히 있으라’ 침묵행진을 제안했던 용혜인 후보와 2016년 총선부터 세 차례 공직선거에 출마했던 신지혜 후보다.

 

두 사람은 주요하게 기본소득과 페미니즘을 내걸고 절망의 시대 희망의 정치를 제안했다. 17일, 종로3가에 위치한 노동당 9기 대표단 선거운동본부 ‘Team.WAVE’의 사무실에서 일반명부 대표후보 신지혜, 여성명부 대표후보 용혜인과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기본소득과 페미니즘으로 우리가 파도를 만든다

 

자기소개를 부탁하는 말에 신지혜 후보는 “이번에 노동당 9기 대표단 선거에 일반명부 기호 1번으로 출마한 신지혜”라면서 “노동당은 평등‧생태‧평화‧연대의 가치를 실현해 나가고자 하고, 어떠한 편견과 차별 없이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상호 존중하는 사회를 지향하는 곳이다. 아직 인지도가 그리 높지 않은 소수정당이지만, 지난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촛불집회에도 빠짐없이 앞장섰고, 평등한 집회 문화를 만드는 데에도 함께했다”고 소개했다.

 

용혜인 후보는 “노동당은 대표단 선거로 성별과 관계없이 등록할 수 있는 ‘일반명부’ 1인과 여성에게 할당된 ‘여성명부’ 1인을 뽑는 공동대표체제를 갖추고 있다”면서 “저는 신지혜 후보와 함께 ‘우리가 파도를 만든다: 파도선본’으로 여성명부 기호 1번에 출마한 용혜인이다. 2014년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을 당시 대학생의 신분으로 ‘가만히 있으라’ 침묵행진을 제안했었는데 어느새 20대의 마지막 해를 맞이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당대표 출마를 결심하게 된 계기를 묻는 질문에 용 후보는 “저는 사실 고등학교 때까지 한나라당의 청년 정치인이 되는 게 꿈이었다”면서 “데모로 세상을 바꾸는 시대는 끝났다고 생각하는, 조선일보·중앙일보와 궤를 같이하는 학생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다 2011년에 ‘희망버스’라는 것을 우연한 기회에 타게 돼서, 부산에 처음 가봤는데 그 자리에서 85 크레인 위에 올라있는 김진숙 씨를 만났다”면서 “그 크레인 위에서 사람이 죽었었다는 얘기를 듣고, ‘아, 내가 살고 있던 세상이, 혹은 내가 알고 있던 세상이 전혀 다른 곳이었구나’ 싶었다. 그날을 계기로 이렇게 투쟁하는 사람들, 내몰리는 사람들과 함께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의 곁에 서야겠다고 결심하게 되었고, 세월호 투쟁 외에도 최저임금 1만원과 기본소득 운동을 이어오고 있다. 당연히 촛불 항쟁에도 함께했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그런데 촛불이 세운 정부에 기대했던 개혁은 멈추어지고 사회의 위기는 계속 심화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여성들은 굳건한 남성중심적 질서에 저항하고 있는데, 정치는 이에 답하지 않고 있다. 저임금-불안정 노동 체제도 그대로여서, 여전히 굴뚝위에는 노동자들이 있다. 청년들은 여지없이 절망을 일상으로 배우며 고시원을 전전할 수밖에 없고, 위험하고 불안정한 일자리로 내몰린다. 대통령이 바뀌어서 폐지를 줍는 노인들의 삶이 조금이라도 나아졌다는 소식은 접할 수 없었고, 장애인들은 여전히 버스 앞에서 그리고 사회의 문턱 앞에서 투쟁하고 있다”고 말했다.

 

용 후보는 “경기도 기본소득위원회 위원과 기본소득 정치연대 대표를 겸임하고 있는 저의 최근 관심은 단연 기본소득”이라면서 “핵심공약도 전국적인 기본소득 사회운동을 추진하고 그에 걸맞게 당명을 개정하는 것이다. 국가가 모든 시민에게 무조건적·개별적으로 매달 일정한 소득을 지급하는 기본소득 정책을 알리고, 그것이 상식이 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당대표 출마를 결심했다. 촛불 이후는 거기에 함께했던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노동자, 농민을 비롯한 모두가 사람답게 사는 세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지혜 후보는 “언젠가 여느 때와 같이 아파트 주차장에서 친구들과 놀고 있을 때, 고모가 지나가 반갑게 두 손을 흔들며 인사를 했다”면서 “어색한 표정으로 저와 고모를 번갈아가며 쳐다보던 친구들의 시선을 봤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으로 우리 사회가 ‘장애’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느꼈던 것 같다. 고등학교 교실의 칠판 위에는 ‘대학가서 미팅할래, 공장가서 미싱할래?’라는 급훈이 걸려있었다. 교실에서조차 경쟁을 부추기고 있는 현실과 우리 사회가 규정한 ‘더 나은 삶’에 대한 위계를 인식했던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이처럼 제가 경험한 삶의 순간들이 모여 작은 소명이 생겼다”면서 “바로, 차별적인 시선을 가능하게 한 우리 사회의 구조를 바꾸는 것이었다. 세상을 바꾸는 자원활동을 하는 ‘평화캠프’라는 단체가 있다. 그곳에서 12년간 제 가슴을 뛰게 하는 장애어린이들과 함께하는 과정은 저로 하여금 정치의 필요성을 더욱 절감하고 자연스레 정당의 문을 두드리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자유주의가 바꾼 것은 단지 사람들의 불안정한 삶만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면서 “교육의 현장은 치열한 경쟁의 전쟁터로 변했고, 그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은 좁디좁은 취업의 문을 넘기 위해 누군가를 짓밟는 야만에 길들여지고 있잖아요. 분배를 통한 평등의 가치보다 경쟁 속의 공정이란 가치를 우선하는 풍토는 처절하게 약자를 향한 분노와 혐오로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차별과 혐오로 채워지고 있는 관계를 사회적 연대로 엮어내는 정치의 시작은 위계를 중심으로 한 낡은 질서를 극복해 경청하며 환대하는 조직문화, 그리하여 노동당을 어려워하는 수많은 시민들에게 손을 내미는 정당이어야 한다”면서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제안할 새로운 가치를 우리 당에서부터 만들어가고자 한다. 저희 파도 선본의 공약 중 여성주의 부속강령 제정과 페미니즘 사회운동기구 건설도 이러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 기본소득은 정규직 남성 중심의 노동체제 비인간적 관계 맺음을 뒤흔들 힘

 

파도 선본이 제안하는 기본소득에 대해 용혜인 후보는 “저희가 제안하는 기본소득은 ‘노동존중사회’를 벗어난 새로운 패러다임을 세우는 것에서 시작한다”면서 “물론 지금처럼 문재인 정부가 약속했던 노동존중사회를 현실로 만들기 위한 투쟁에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故 김용균 님의 곁에,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의 곁에 우리는 닿아있어야 한다”면서 “그러나 거기에서 멈추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착취당할 기회조차 빼앗겨버린 수많은 이들을, 억압에 문제제기하는 것조차 생존을 걸어야 하는 일이 되어버린 이들을 목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계속해서 “벗어날 길 없는 불안과 절망에 휩싸인 청년 세대의 곁에, 폭력적인 상황에 놓여있지만 문제제기하는 것 자체가 생존의 위험이 되는 여성의 곁에, 시설에 갇혀있는 장애인의 곁에, 떨어진 쌀값 때문에 빚만 늘어가는 농민의 곁에도 우리는 함께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용 후보는 “저임금-불안정 노동체제가 전면화되고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이 시대, 기본소득은 노동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아주 분명하고 구체적인 대안”이라면서 “모두가 폭력적인 임금노동의 시간에 서로를 몰아넣어야 한다고 소리치는 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자유로운 시간이 담보되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본소득만이 정답이라기보다는, 다양한 사회운동을 당에서 직접 기획하고 때로는 지원하되 그것들을 기본소득으로 연결짓는 일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2018년의 기본소득은 1987년 노동해방이 상상하지 못했던 다른 해방의 측면까지 포함할 수 있다고 믿는데요. 기본소득은 여성이, 성소수자가, 혹은 생산성이 없는 육체를 가졌다는 이유로 배제되었던 장애인들이 사적 관계에서 종속되었던 이성애중심의 가족제도와 결합한 정규직 남성 중심의 노동체제를 바꾸어 낼 힘”이라면서 “화폐의 보유량을 가지고 서로를 평가해왔던 기존의 인간의 관계 맺음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서로가 서로를 인간으로 바라볼 수 있게 만드는 힘이다. 기본소득은 언제나 미래를 위해 축적되어야할 시간으로만 배치되었던 오늘을, 그 누구도 살지 못했던 오늘을 우리 모두에게 돌려주는 힘”이라고 설명했다.

 

#원치 않는 것들을 거부할 수 있는 힘, 실질적 민주주의를 향해

 

두 후보는 마지막으로 당원과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한 마디를 묻는 질문에 대해 용혜인 후보는 “지난 촛불은 우리에게 큰 교훈을 남겼다”면서 “바로 절망의 곁에 위로가 되는 것을 넘어, 우리가 희망이 되어 우리의 정치로서 대항권력을 형성해내지 않는다면, 세상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이라고 말했다.

 

이어 “원치 않는 관계를 거부할 수 있는 용기를 주는, 예를 들면 이혼할 수 있는 권리를 마련해준다거나, 아니면 쓰레기 같은 일자리, 쓰레기 같은 업무를 거절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해주는 게 기본소득이라고 여겨주시면 좋을 것 같다”면서 “지금은 오로지 미래만을 바라보고 오늘이 없이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데, 미래를 위한 삶만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을 많은 사람들에게 보장해주는 것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노동당이 되기를 바라며, 중앙당의 운영, 정치운동의 방식의 변화, 당명 개정을 추진하고자 한다. 국민들에게 희망을 제시하는 정치를 해보이고 싶다”고 설명했다.

 

신지혜 후보는 피터 드러커의 문장 ‘격동의 시대에 가장 커다란 위험은 격동이 아니다. 그것은 어제의 논리를 가지고 대응하는 것이다’를 인용하면서 “지금부터라도 긴 안목을 가지고, 오랫동안 우리 당에서뿐만 아니라 진보정치에서 멈췄던 새로운 대안사회에 대한 구체적인 상상을 시작해야 할 때”라면서 “그 큰 꿈 아래 우리가 발 딛고 있는 현실에서 실질적 민주주의를 향한 다양한 정치를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기호 1번 파도선본에는 시대에 맞춘 컨텐츠 정당을 주창한 일반명부 서태성 후보와, 페미니즘 정당을 제안한 신민주 여성명부 후보도 함께하고 있다. 이번 노동당 9기 대표단 선거는 기호 1번 파도선본 외에도 기호 2번 붉은광장 선본이 출마해 경선이 될 예정이다.

 

1월 21일부터 25일까지 5일간 온라인 투표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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