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로컬푸드, 지역가치 토대로 농촌경제 활력 바탕돼야

박상일/지방분권전국연대 공동대표 | 기사입력 2019/07/11 [11:26]

[기고]로컬푸드, 지역가치 토대로 농촌경제 활력 바탕돼야

박상일/지방분권전국연대 공동대표 | 입력 : 2019/07/11 [11:26]


[신문고뉴스] 편집부 = 이 칼럼은 현재 전남 해남에서 생태 유기농업을 통해 지역공동체의 내생적 발전을 지향하며, 지방분권전국연대 공동대표로 지방분권개현운동에도 열정적으로 활동 중인 박상일 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입니다. 신문고뉴스는 이 글이 해남군이란 지역에만 필요한 글이 아니라 전국 대다수 농촌시군 상황에 필요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판단되어 박 대표의 허락을 득해 본보 전국판에 옮겨 싣습니다. 좋은 글을 써 주시고 옮겨 싣도록 허락해주신 박상일 대표께 감사를 드립니다.[편집자 註]

 

해남 로컬푸드가 나아가야 할 길
 박상일 / 지방분권전국연대 공동대표

▲ 박상일 대표는 지방분권개헌국민운동을 이끌며 관련 서적도 출간했다. 이미지 출처 : 박상일 페이스북 


최근 해남군의회가 로컬푸드 매장 부지 매입안을 부결시킨 것과 관련 지역 여론이 들끓고 있다. 로컬푸드를 선호하는 주민들은 군의회가 소농들의 대안유통의 기회를 막으려 한다고 주장하는 한편 부결표를 던진 대다수 군의원들은 군이 추진하려는 로컬푸드 매장 입지의 문제가 있어 부결시킨 것이지 로컬푸드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항변하고 있다.

 

그렇다면 매장 입지를 놓고 소모적인 씨름하기보단 어떻게 하면 해남 로컬푸드를 성공시킬까란 대승적 방향에서 머리를 맞대는 게 타당할 것이다.

 

왜 전국 농촌지역들이 로컬푸드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는 걸까? 로컬푸드는 상대적으로 시장경쟁력이 떨어진 소농들에게 적합한 대안유통이다. 소농들의 농산물은 시장경쟁력은 뒤지지만 기후, 토양 등 지역 자연환경과 친화적이고, 지역 역사와 문화를 내포한 향기 있는 먹거리다.

 

먹거리 시장이 싸고 좋은 게 지배하던 가격시장에서 맛과 멋, 안정성 등을 우선시 하는 가치시장으로 변화되는 추세로서 소농들 농산물이 이 가치시장과 궁합이 잘 맞는 데 착안한 것이다. 또한 로컬푸드는 지역의 자원과 돈을 지역으로 돌리는 순환경제를 활성화시켜 내생적 지역발전을 촉진시킨다. 그간 농업정책이 자원의 역외유출을 부채질하여 농촌을 더 피폐하게 만든 점을 반면교사로 삼으려 한다.

 

하지만 로컬푸드에 대한 오해도 많다. 로컬푸드는 지역에서 생산된 먹거리를 지역에서 거래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이렇게 생각하는 이들은 로컬푸드를 매장 그 자체로만 생각한다. 이런 생각으로는 로컬푸드를 헛다리 짚기가 일쑤다.

 

로컬푸드는 한마디로 지역 먹거리에 내재된 가치를 통한 직거래운동이다. 따라서 지역 먹거리가 품고 있는 가치를 재조명하고, 새롭게 컨텐츠화 시킨다. 소비자 쪽에서 지역 먹거리 가치를 보자면 환경에 따른 맛과 영양의 특색, 안전한 먹거리, 착한 가격, 참여와 연대의 보람 등을 들 수 있다.

 

해남은 난대기후와 계절풍, 난류와 한류가 교차하는 바다를 낀데다 먹거리의 향유문화가 발달된 지역으로서 어느 지역보다 먹거리 가치가 뛰어나다. 이런 먹거리 가치를 가지고 직거래하려면 소비자들이 이 먹거리 가치를 알아주는 게 관건이다. 때문에 소비자와 끊임없는 교류와 먹거리 교육이 수반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소비자들이 구색과 가격을 무기로 삼는 일반 마트보다 먹거리 가치가 풍성한 로컬푸드를 찾을 게 아닌가?

 

로컬푸드를 지역이란 공간에 가두는 발상은 되려 해남농업에 독이 될 수 있다. 만약 로컬푸드가 지역 간 시장 장벽이 된다면 그만큼 해남 먹거리가 수도권과 대도시 시장으로 진출할 기회가 멀어지게 된다. 해남은 전국 제일의 먹거리 산지이기 때문에 해남먹거리가 수도권과 도시로 많이 팔려나가야 하고, 그만큼 경쟁력이 높아져야 한다.

 

때문에 로컬푸드가 해남 가치 먹거리의 브랜드파워를 일으키는 일과 궤를 같이해야 한다. 가치를 품은 먹거리는 입소문을 타기가 용이하기 때문에 로컬푸드가 해남 가치먹거리의 입소문을 일으키는 진원지가 되어야 한다. 인구 7,000명의 일본 아야정에서 혼모노센터(로컬푸드)가 연간 5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건 이런 전략 때문이다. 여기서 혼모노란 진짜란 뜻이다.

 

이런 면에서 해남 로컬푸드는 네 가지 점을 되짚어야 한다.

 

첫째, 해남 먹거리가 품은 가치를 찾아 혁신시킨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해남은 어느 지역보다 먹거리의 가치요소가 풍부하고 개성이 뛰어나다. 이 먹거리들이 어떤 다름의 가치가 있는지 분석하고, 재조명하고 시장조건에 맞는 컨텐츠로 변환시킨다.

 

둘째, 해남의 가치먹거리 생산공동체를 육성한다. 해남에 산재된 가치먹거리들이 관계마케팅의 단 위에 올라서려면 관계마케팅에 걸맞는 생산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개별 농가보단 생산과 자주적 관리체계를 갖춘 공동체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도록 한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셋째, 해남 소비자들과 해남 먹거리가치를 공유하는 노력을 경주한다. 해남 먹거리에 천금의 가치가 있다 한들 해남소비자들이 외면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때문에 해남소비자들이 해남먹거리 가치에 눈을 뜨도록 교육하고, 새로운 소비층을 형성하도록 조직하는 일을 경주한다.

 

넷째, 해남 로컬푸드를 해남 농업을 살릴 새로운 전략으로 자리매김 한다. , 배추, 고구마 같은 단작 농산물은 산업화 쪽에서, 소농들의 다작과 친환경농산물은 지역 가치를 품은 관계마케팅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때문에 로컬푸드를 해남 다작농업의 새로운 시장을 여는 첫 단추로 여겨야 한다.

 

해남형 로컬푸드를 어떻게 성격 짓느냐에 따라 매장의 입지여건이 다르고 운영방식이 달라진다. 상가형 매장 뿐만 아니라 집하, 가공, 유통, 교육 복합기능의 입지나 휴게소 병행형 입지 등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로컬푸드는 대형마트 안의 지역 먹거리코너나 길거리의 직판장과는 차원이 다르다. 로컬푸드는 일종의 적금농사다. 적금은 3년 후, 5년 후 목돈의 쓰임새를 전제로 허리띠를 조르는 것처럼 미래의 희망을 전제로 차근 차근 기반을 쌓아야 한다.

 

쓰리쿠션 당구는 공의 궤적을 계산하여 앞 공을 맞추는 것처럼 해남로컬푸드는 해남먹거리에 내재된 가치와 시대추세, 해남농업의 발전방향을 계산한 가운데 준비되어야 한다. 아울러 로컬푸드와 연동하는 사회적경제와 사회적농업도 고려 대상이다.

 

로컬푸드에 대해 여론이 들끓는 것을 부정적으로 볼 일이 아니다. 이 여론을 기대와 관심, 참여의 동력으로 만들 일이다. 실을 바늘허리에 묶어 바느질할 수 없듯이 급하다고 절차와 내용을 소홀히 하면 안 된다.

 

로컬푸드는 지역에 내재된 공공재와 보편적 시장재를 여하히 잘 통합시키느냐에 성패가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로컬푸드는 지역들이 자기 고장의 시장을 지키려는 영역싸움(제로섬게임)이 아니라 지역 가치를 토대로 사회적 먹거리연대를 이루어 가는(포지티브섬게임) 일종의 반자유시장주의운동이다. 그러니까 로컬푸드는 타 지역과 형식이 비슷할지라도 내용이 다른 독창성을 지니기 마련이다. 로컬푸드를 남 따라 하면 두엄 지고 장에 가는 꼴이 된다.

 

로컬푸드가 해남의 희망재를 쌓는 효자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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