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신분증 유효기간 '9999년 1월 1일' ...'이유 듣고 무릎을 탁쳤다!'

추광규 한운식 기자 | 기사입력 2019/09/09 [03:51]

스페인 신분증 유효기간 '9999년 1월 1일' ...'이유 듣고 무릎을 탁쳤다!'

추광규 한운식 기자 | 입력 : 2019/09/09 [03:51]

[취재 인터넷언론인연대 취재본부  한운식 나눔일보 기자   편집 추광규 기자]

“Salud Amor Ypesestas!”
(살루드 아모르 이페세스타스!)

스페인에서 사용되는 건배사로 ‘당신의 건강과 사랑과 돈을 위해’라는 뜻이라고 했습니다. 건배사를 말하는 노신사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어려 있었습니다.

건배사를 외치는 주인공은 호텔, 원양수산업 등이 주력 사업인 인터불고 그룹의 권영호 회장이었습니다. 권 회장은 고등학교 인정 교과서 ‘진로와 직업’에 선박 하나로 시작해 연매출 1조원의 글로벌 기업을 만든 인물로 소개됐습니다.

그는 1979년 스페인의 한 부두에서 폐선 조치를 받은 어선 1척을 그간 번 돈 2만 달러로 사들였다고 합니다. 이를 기반으로 원양어업을 시작해 현재의 인터불고 그룹을 일궜습니다.

 권영호 회장을 지난 1일 만났습니다.      사진= 시사포토뱅크



바다에서 잔뼈 굵은 권영호 인터불고그룹 회장
장학사업 등 노블레스 오블리주에도 앞장 서

호텔인터불고 원주가 개관 10주년 기념으로 개최한 제10회 원주시민골프대회 참석하기 위해 오랜만에 한국을 찾은 권영호 회장을 지난 1일 만났습니다.

작은 체구였지만 탄탄함이 넘쳐 났습니다. 젊은 시절 거친 바다를 헤치며 꿈을 키워 온 그의 힘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올해 우리 나이로 70을 갓 넘긴 권영호 회장은 스페인 신분증명서를 슬며시 꺼내 보였습니다. 우리 주민증 크기의 증명서 한 쪽에 9999년 1월 1일이라는 게 표시돼 있었습니다. 유효 기간이라고 합니다.

권 회장은 “이 때까지 장수하라는 스페인 정부의 작은 배려인데, ‘돈키호테’로 대표되는 스페인 사람들의 문학적 위트가 숨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실 권 회장은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문학도이기도 합니다.

▲ 스페인에서 사용하고 있는 권영호 회장의 신분증 입니다. ⓒ 시사포토뱅크 



그의 설명에서 신체적 나이를 떠나 또 다시 나아가 도전하려는 그의 포부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인터불고 그룹은 최근 호텔인터불고 대구, 인터불고건설, 인터불고 경산CC 등 국내 계열사 몇몇을 잇달아 매각했습니다. 그룹 주력 사업인 원양수산업의 쇠락과 무리한 경영, 차입 경영에 따른 금융 부담 등으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으면서 입니다.

조심스레 향후 국내에서의 비즈니스 방향에 대해 물었습니다.

권 회장은 “식품 유통업에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 있다”며 “한국에서 생산된 농수산물, 건강기능 식품 등을 유럽 시장 곳곳에 유통시키려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2세 경영자인) 권철민 부회장이 이 사업을 맡아 140~150억 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설명 했습니다.

이어 "부산에 1, 2 창고가 있는데 보관업을 벗어나 유통 쪽으로 다변화 시키고 있다"면서 "한달전 40피트 컨테이너에 한국 식품을 싣고 네덜란드로 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권 회장은 사업에 나선 세월을 회고하면서 “40년은 힘든 시기였다. 좋았던 시기는 10년 정도에 불과했다”고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사업이라는 게 때론 도전하고 때론 실패하면서 앞을 향해 나아가는 긴 여정으로 기쁨 보다는 고통과 어려움이 많다는 뜻인 것 같습니다.    

권영호 회장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사업가이기도 합니다.

그는 2008년 200만㎡가 넘는 부동산을 계명대에 무상 기증했습니다. 권 회장이 기증한 땅은 계명대 성서캠퍼스 부지(163만9천여㎡·50만평)의 1.5배 면적입니다. 이에 앞서 1986년 동영장학재단을 설립해 지금까지 수많은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줬습니다.

그는 “인생에서 가장 짜릿했던 순간은 바다에서 번 돈을 들고 와서 가난한 젊은이들에게 장학금을 주기 시작할 때 이었다. 주머니에 돈이 있으면 누굴 줄까 생각하고 살아왔다”면서 행복한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다음날 열린 골프 대회는 권영호 회장의 티샷으로 시작됐습니다.   사진 =시사포토뱅크



“식품유통업에서 새로운 기회 모색할 터” 

권영호 회장을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단어는 ‘자린고비’입니다.

그의 전용차는 직접 운전하는 소형차인 엑센트입니다. 비행기는 항상 이코노미클래스를 탄다고 합니다.

그는 “비행기를 많이 타다 보니, 간혹 운이 좋아 비즈니스 클래스로 업그레이드해서 타는 경우는 있다”며 너털웃음을 지었습니다.

권 회장은 김대중 정부 시절 에피소드를 말하기도 했습니다.

“2001년 김대중 정부 시절에 앙골라 대통령이 국빈 방문을 했다. 당시 사업장이 앙골라에 있어 명예 대사를 맡고 있었다. 청와대 만찬에 가기 전에 비서 한테 전화가 왔는데 '차 넘버가 뭐냐’, ‘무슨 차를 타고 들어오느냐’라고 물었다고 했다. 그래서 ‘아반떼’ 타고 간다고 말하니까 ‘아반떼? 아반떼? 자꾸 묻더라고 했다. 비서가 '오늘은 렌트를 해서 가시면 어떨까요?'라고 물었다.

그래서 내가 ‘아! 이 사람아 우리가 뭐 약점 잡힌 게 있느냐? 있는 차 타고 가면 되는거지’라고 말하고는 아반떼를 몰고 들어갔다. 차가 들어가는 도로변에 3~40미터 간격으로 군인들이 서있었다. 제 차 앞뒤로 큰 차들이 있었는데 군인들이 앞에 가는 차는 물론이고 제 차 그리고 뒤에 오는 차에도 큰 소리로 똑 같이 ‘충성’이라고 외쳤다.

그래서 내가 비서에게 ‘이 사람아 충성을 받는데 차의 크기는 차이가 없는 거야’라고 말했다. 이날 그룹회장 이라는 사람이 소형차인 아반떼를 몰고 왔다고 해서 청와대 직원들 사이에 한동안 화제가 되었다고 들었다. 제가 돈이 없어서가 아니다. 생활 그 자체다”

권 회장은 이 같은 에피소드를 말한 후 “태평양에 김재철이 있다면, 대서양에는 권영호가 있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 했습니다. 

 호텔 인터불고 원주골프장에서 열린 이날 골프대회에는 연예인 선수로는 탤런트 정혜선.송경철.배도환.김형일.손효근.정진수, 가수 우순실.김상배.최형철 등과 원주시민이 참가해 기량을 겨뤘다.



한편 다음날(2일) 화창한 날씨속에 치러진 제10회 원주시민골프대회는 권영호 회장의 티샷으로 시작됐습니다.


대회는 4인 기준 총 21조로 편성돼 기량을 겨룬 가운데 탤런트 배도환이 홀인원을 기록하는 등 참가 선수들은 전반적으로 호성적을 거두면서 성공적으로 치러졌습니다.



 이날 3홀에서 홀인원을 기록한 배도환이 홀컵에서 공을 꺼내고 있다. 사진 제공 =배도환



배도환은 “식중독에 걸려 참가하지 못할 뻔  했다. 하지만 골프약속은 어기면 안 돼 배를 움켜잡고 왔다”면서 "홀인원은 골프경력 20여년 만에 처음인데 신의를 지킨 것이 큰 행운을 낳았다”고 기쁨을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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