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고 영양가 높은 나를 왜 싸게!”

고소하고 오돌오돌 씹히는 맛이 일품인 ‘우렁이 쌈밥’

조종안 | 기사입력 2009/11/13 [05:16]

“맛있고 영양가 높은 나를 왜 싸게!”

고소하고 오돌오돌 씹히는 맛이 일품인 ‘우렁이 쌈밥’

조종안 | 입력 : 2009/11/13 [05:16]
군산세계철새축제가 열리는 금강하굿둑 철새 조망대에서 서해대교 방향으로 1km쯤 올라가면 오른쪽으로 '고향우렁이마을'(이하 고향마을)이라고 적힌 간판과 깔끔하게 단장한 건물이 한 채 보이는데요. '우렁이 쌈밥' 전문 식당입니다.

 

▲ 야트막한 산 아래 자리한 ‘고향우렁이마을’. 실내가 청결하고 앞이 시원하게 트여 제법 운치가 있는데요. 먹는 즐거움에 보는 즐거움을 더해주는 식당입니다.     © 조종안


금강을 굽어보며 소나무 숲을 뒤로하고 자리한 '고향마을'은 음식이 깔끔하기로 소문났는데 오늘은 1천 년을 산다는 학이 즐겨 먹었다는 '우렁이 쌈밥'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1인분에 5천 원이니 여럿이 가도 부담이 없고, 실속 있는 반찬에, 오돌오돌 씹히면서 고소한 우렁이 쌈장 맛이 그만이거든요. 
 
식당에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으면 금강이 시원하게 펼쳐지고, 주차장도 넉넉해서 음식을 여유롭게 먹을 수 있는데요. 점심은 은물결이 반짝이는 금강을, 저녁은 서해의 붉은 노을과 철새들의 환상적인 군무를 감상하며 먹을 수 있습니다. 모두 대자연이 선물하는 것이지만, 다른 식당에서는 얻기 어려운 옵션이지요.
 
맑은 공기와 아늑한 식당 분위기는 소화를 촉진시키는 소화제 역할을 하는데요. 식당 입구 간판에 '고단백 저지방 건강식품 우렁이'라고 적힌 글귀는 입맛에 보는 맛이 더해져 음식을 주문하기 전부터 식욕을 돋웁니다.
 


 

▲ 단출하면서 깔끔하게 차려나온 반찬들. 싱그럽고 상큼한 채소들과 우렁이의 만남은 건강을 담보로 하지요.     © 조종안



▲ 보기만 해도 흐무지고 구미가 당기는 우렁이 야채샐러드. 고소하고 매콤하고, 새콤한 맛은 뭘 먹을 때 행복을 느끼는지 말해주는 듯합니다.     ©조종안

'우렁이 쌈밥'을 주문하면 조금 후에 상이 차려져 나오는데요. 꽁치 한 마리와 싱싱한 야채, 나물 몇 가지 등 반찬 종류가 서운할 정도로 단출합니다. 하지만, '우렁이 쌈밥'에 꼭 필요한 반찬들이고, '우렁이 야채샐러드'까지 서비스로 나옵니다. 


'우렁이 야채샐러드'는, 매콤하면서 새콤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인데요. 오돌오돌한 우렁이와 상큼한 야채가 입안에서 어우러질 때 느끼는 그 깊고 오묘한 맛은 '고향마을'을 또 찾게 합니다. 아내와 함께 경험했던 일이니까요.

반찬은 대부분 나물종류로 나이 드신 분들이 많이 찾아온다고 하는데요. 옛날에 어머니가 만들어주던 뜸부기 무침, 성인병에 좋다는 들깨 이파리 무침, 우렁이 회무침, 이름도 모르는 각종 야채가 쌈 재료로 나옵니다.

쌈이 부족하면 부추를 내오기도 하는데요. 부연하자면 5천 원 내고 우렁이로 시작해서 야채 쌈까지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다는 얘기가 되겠습니다. 

아내와 함께 처음 갔을 때 쌈밥을 맛있게 먹으면서 했던 얘기가 생각나는데요. 우렁이가 말을 못해서 그렇지, "맛도 좋고 영양가도 높은 나를 왜 이렇게 싸게 팔아요!"라며 불만을 터뜨릴지 모르겠다면서 웃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 싱싱한 상추와 배추에 밥과 우렁이쌈장, 각종 나물을 얹은 ‘우렁이쌈밥’. 부뚜막에 소금도 집어넣어야 짜다고, 맛을 봐야 맛을 알겠지요.     © 조종안

▲ 집 된장에 각종 양념과 채소, 우렁이를 넣은 쌈장. 조금 전 밥을 먹었는데도 세 번만 싸먹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조종안


이름도 모르는 각종 양념과 우렁이가 듬뿍 들어간 쌈장을 수저로 떠서 싱싱한 배추와 상추 위의 밥에 올려놓고 뜸부기 무침, 들깨 이파리 등을 얹어 싸먹으면 맛이 환상적인데요,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른다!'는 속언을 실감할 정도입니다. 
 
정신없이 먹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젓가락이 꽁치로 향하는데요. 삼삼하게 구워낸 꽁치의 고소한 맛은 별미 중의 별미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한 마리에 1백 원씩 하면서 주로 서민들 밥상에 올랐던 시절을 생각하며 잠시 추억여행을 다녀오기도 하지요.
 
'우렁이 쌈밥' 마지막은 구수한 된장국이 해결해줍니다. 집에서 담근 집 된장을 풀어 다시마와 무 등을 우려낸 육수에 두부를 넣고 끓인 된장국은 고소한 냄새부터 남다른데요. 수저로 떠 넣으면 떠 넣을수록 시원하고 개운한 맛이 입안에 감돕니다.
 
식당 주인 이현숙(56세) 씨는 재료를 그날그날 시장에서 사다가 만들기 때문에 반찬 메뉴가 다양하고 싱싱하다면서 식당에서 직영하는 충남 서천군 황토 논 농장에서 직수입한 우렁이를 넣은 쌈장이라 언제나 오돌오돌한 맛을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동의보감에 나와 있는 내용인데 "황토 논 우렁이는 열을 식혀주고, 갈증을 멈추게 하고, 눈을 밝게 하고, 숙취를 없애주고, 간을 보호하고, 대소변을 잘 나오게 한다"면서 우렁이 자랑에 열을 올렸습니다.  
 
장사를 시작한 지는 오래되지 않았지만, 누가 보더라도 고개를 끄덕일 수 있도록 음식을 청결하게 만들고, 손님을 집안 어른으로 생각하면서 정성을 들이면 뜨내기가 단골이 되고, 손님도 더 늘어날 것으로 믿는다며 자신감을 보이더군요. 
 
음식요금이 저렴하고 맛도 좋아 널리 알려야겠는데, 혹시 <오마이뉴스> 기사를 보고 왔다고 말하는 손님에게는 보는 자리에서 우렁이를 몇 수저 더 넣어줄 수 있느냐고 물으니까, 함빡 웃더니 "당연하지요!"라며 시원하게 대답했습니다.

주인이 말하는 우렁이 요리
 
'고향마을' 식당에서는 직영하는 양식장에서 그냥 초장에 찍어먹을 수 있도록 조리해서 가져온 우렁이를 1kg에 1만 2천 원씩 팔기도 하는데요. 값도 비싸지 않고, 손쉽게 여러 가지 요리를 해먹을 수 있어 손님들에게 인기가 좋습니다. 
 
된장을 풀은 물에 멸치, 호박, 두부, 고춧가루 등 양념을 하고, 팔팔 끓이면 찌개가 완성되는데요. 거기에 적당량의 우렁이를 넣고 숟가락으로 몇 차례 저어주면 진수성찬 부럽지 않은 '우렁이 된장찌개'가 됩니다.
 
우렁이 쌈장과 초무침도 집에서 만들어 먹을 수 있는데요. 쌈장에 양념을 넣고 끓인 후에 대파, 우렁이 등을 넣고 수저로 저어 드시면 되고요. 우렁이 초무침은 초고추장과 각종 야채를 우렁이와 함께 넣고 버무려 드시면 됩니다.
 
주인아주머니는 우렁이를 익혀 살을 분리하고 세척기로 씻은 후에 급속 냉동해서 보관했기 때문에 해동 후에 씻어내지 말고 바로 조리해서 먹을 것을 권합니다. 익혀서 냉동한 우렁이는 만든 요리에 넣어 먹어야지 삶으면 질겨서 씹기도 어렵고 맛도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각종 질병을 치료해주는 우렁이
 
눈에 항상 '백태'가 끼고 시력이 좋지 않아 고생하던 친구 어머니가 논에서 잡아온 우렁이를 삶은 물로 아들 눈을 씻어주는 모습을 안타깝게 지켜봤던 기억이 있는데요. 한방에서는 다용도로 쓰인다고 합니다. 
 
동의보감을 보면, 여름·가을에 잡은 우렁이를 쌀뜨물에 담가 진흙을 빼고 달여 약용으로 복용한다는 내용이 실려 있습니다. 특히 썩은 우렁이 껍데기를 불에 사른 다음 가루로 만들어 만든 '고약'은 각종 부스럼과 상처를 치료하는데 좋고, 종기로 말미암은 통증을 다스린다고 합니다.   
 
그 외에도 우렁이 껍데기는 위암과 위가 냉한 증세에 효과가 있고, 가래를 삭이며 통증을 다스린다고 하는데요. 눈이 벌겋게 충혈되어 부어오르는 것을 막아주고 각기병, 황달, 이뇨에도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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