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벌이는 게임의 이름은 바로 "러시안 룰렛"

김양수/내과전문의 | 기사입력 2020/02/21 [15:37]

‘코로나19’와 벌이는 게임의 이름은 바로 "러시안 룰렛"

김양수/내과전문의 | 입력 : 2020/02/21 [15:37]

 

▲ 김양수 내과전문의  

[신문고뉴스] 김양수 칼럼니스트 = 나는 현장에서 외래환자를 진료하는 내과의사다. 그러니 내가 근무하는 병원엔 호흡기 환자가 많이 찾는다. 어제는 1주일간 기침을 하는 80세 환자를 진료했다.

 

엑스레이를 찍게 하고...이 필름을 본 영상의학과 판독은 초기 폐렴, 혹은 기관지염 '의심'으로 나온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환자 보호자와 상의해서 CT 촬영... CT 판독 역시나 비정형 폐렴 '의심'....

 

영상의학은 진단의학이라 임상의사인 나에게 좌표를 찍어주는 게 주특기인데 '의심'이라고 확실하지 아니한 좌표를 찍어주면 특히 요즘 같은 비상시국에 나로서는 정말 죽을 맛이다.

 

결국 도리 없다. 항생제와 기침, 가래 약을 처방해 주고 보건소로 의뢰. 보건소에서 한 시간 쯤 후 답이 왔다. 자신들 판단으로는 코로나 19 같지 않아 검사 안하고 경과 본다고. 일단 나와 직장이 매스컴을 타거나 나랑 직원이 강제 격리 휴가를 받을 상황은 아니라는 의미였다.

 

조금 있다가 30대 사무실 근무 여성이 내원했다. 열이 나고 몸살기 있으니까 사무실에서 당장 병원 가보라고 했단다. 체온 37.7.... 미열이다. 진찰 상 다른 징후는 없다.

 

코로나 19 아닌가요?”

그건 며느리도 모르죠

 

감기 몸살에 준한 처방을 내리고 지켜보자는 말을 할 수 밖에 없다. 가여운 환자와 환자의 사무실 동료들은 나에게서 어떤 희망적인 메시지도 받지 못한다,

 

점심시간이다. 만약 내가 진료한 환자들이 이후라도 코로나19 환자로 통보된다면 외래가 있는 2층과 엑스레이 및 CT 검사를 시행한 지하 1층은 폐쇄대상이 된다.

 

그런데 병원 식당은 9층이다. 만에 하나 앞의 상황이 벌어진다면 내가 밥을 먹으면 9층도 폐쇄 대상이고 같이 식사한 병원 동료들도 격리 대상이 될 수 있다. 잠시 고민하다가 나는 밥을 먹기로 했다. 먹고 죽은 귀신이 빛깔도 곱다고 하지 않던가.

 

퇴근하면서 "집에 가야 하나?"하는 문제도 찰나의 고민거리가 된다. 아마 내일도 모레도 같은 상황이 반복되리라. 하기야 이 황망한 일상은 나 혼자만의 일은 절대로 아니긴 하다.

 

제발 나에게는 오지 말았으면...... 나를 비롯한 모든 의사들의 솔직한 심정이다. 그래서 하루하루 진료실에서는 겉으론 평온한 가운데도 무시무시한 게임이 이어진다.

 

바로 그 게임의 이름은 "러시안 룰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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