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칼럼]싸움의 규칙...조폭들의 구역싸움도 규칙있어

김양수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20/03/21 [02:06]

[토요칼럼]싸움의 규칙...조폭들의 구역싸움도 규칙있어

김양수 칼럼니스트 | 입력 : 2020/03/21 [02:06]

 

▲ 영화, 강철중 포스터    

[신문고뉴스] 김양수 칼럼니스트 = 삼국지나 열국지의 큰 인물들은 천하의 패권을 두고 자웅을 겨루지만 동네 조폭들은 유흥가 이권을 두고 다툰다. 그렇지만 이들은 이 하찮은 싸움에도 나름 규칙이라는 게 있다.

 

골목마다 규칙이 다른 것 같아 2008년 영화 강철중 : 공공의 적 1-1’에서 설경구가 열연한 형사 강철중의 대사로 건달 사이 패싸움 규칙을 대략 소개해 볼까 한다.

 

원 펀치 맞다이로 쪼개고 세군데 이상 피 보거나 1분 이상 숨 안 쉬면 스톱.”

 

이들이 왜 싸우는지 보통의 우리들은 알지 못한다. 싸우는 그들도 입으로 떠들기는 한결같이 골목의 평화를 위해서라는데 골목의 사람들은 누가 골목대장 완장을 차던 비슷하여 별 관심이 없다.

 

즉 어느쪽이라도 완장을 차면 하는 일이라는 게 보호비랍시고 상인들 푼돈이나 뜯어내 패거리 유흥비로 탕진하는 것은 같아서다. 물론 그들에게는 그것이 싸움의 이유일 수 있겠고, 일이라면 일이겠고 직업이라면 직업이겠지만. 골목의 사람들은 그들 싸움이 시끄럽고 불편하기만 하다.

 

때로 이들은 들개 마냥 떼를 지어 패싸움을 하기도 했고 그러다 지치면 삼국지 일기토를 흉내 내서 왕초끼리 일대일로 붙기도 한다. 모두가 싸움의 고수라고 으스대지만 솔직히 말해 누가 봐도 이들은 단순히 골목 유흥가 이권을 노리는 깡패 양아치 건달 또는 잡법일 뿐이다고만고만한 존재들의 쌈질이라 골목대장 완장은 주거니 받거니 지루한 과정이 한없이 되풀이 된다.

 

어느 정도 세월이 지나고 골목은 양분된다. 그래서 다른 쪽까지 먹기 위한 싸움은 지금도 지리하게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지금 골목을 장악한 쪽은 왼쪽 펀치가 주무기였고, 저쪽은 오른손 펀치가 강했나 보다. 왼 펀치가 강한 쪽이 오른펀치가 강한 쪽 대장의 결정적 헛방으로 골목대장 완장을 빼앗아 온 후, 계속 상대의 오른손 펀치를 무력화 시킬 방법을 궁리하다 신의 한 수를 생각해 낸다.

 

규칙을 바꾸면 되겠네! ”

 

이들의 쌈질에서 이른바 연장질은 불문율로 금지되어 왔다. 그러니 왼손이든 오른손이든 주먹이 약하거나, 패싸움 벌일 머릿수가 부족한 패거리들은 골목에서 명함도 못 내밀고 룸펜 신세로 지내며 호시탐탐 양쪽의 힘이 떨어지길 기대했다. 왼펀치 쪽은  이들을 아군으로 끌어들이는 쪽으로 머리를 굴린다.

 

원 펀치 맞다이로 쪼개고 세군데 이상 피 보거나 1분 이상 숨 안 쉬면 스톱.”

여기다가 규칙을 하나 덧붙인다.

30센티미터 이하 각목에 한 해 연장질허용.”

 

골목 상인들에겐 별 의미없는 싸움이었지만 적어도 오른펀치 쪽 입장에서는 나름 잘 굴러가던 싸움의 규칙을 난데없이 왼펀치 쪽이 바꾸자고 폭탄선언을 하니 할 이유가 없다. 구역을 빼앗기고 오른펀치를 어떻게 하면 더 잘 쓸까 단련하고 연마 중인데 이를 무력화 시키겠다는 것이니 말이다.

 

아무리 30센티미터 이하 각목이라고 해도 연장을 들면 온갖 패거리들이 싸움판에 몰려들어 한번 해보자고 덤빌 가능성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미우나 고우나 왼펀치 쪽만 상대하고 다른 데 머리 쓸 일 없던 오른펀치 입장에서는 정말 황당해 진다. ‘도대체 저 놈들 왜 저러는 거야?’

 

하지만 그동안  양대 조폭들 싸움에 기 한번 못 펴봤던 골목 룸펜들은 드디어 제 세상을 만났다. 모두들 짧지만 단단한 각목을 휘두르며 자신들도 보호비 한 번 짭짤하게 뜯어보자 보랏빛 꿈을 꾸기 시작한다. 수세에 몰린 오른펀치 쪽. 결국 깽판을 친다.

 

니들이 ‘각목허용하면 우린 '쇠파이프'를 들 테니까 알아서들 해

    

이에 나머지가 발끈한다.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쇠파이프로 사람을 치겠다고 덤빌 수 있는 거야? 니들은 사람도 아니야? 이렇게 나오면 상인들이 니들에게 순순히 보호비 내줄 것 같아? ”

 

오른펀치 쪽이 바보가 아닌 이상 그따위 엄포에 쇠파이프를 포기할 리 없다. 왼펀치는 싸움의 시뮬레이션을 반복해 본다. 결론은 주변의 룸펜을 총동원해도 쇠파이프로 무장한 오른펀치 쪽을 이길 수 없다는 데 도달한다. 왼펀치 쪽은 아정의롭게외친다.

 

저 건달들이 비겁하게 쇠파이프로 연장질을 한다며 설치고 다니니 우리도 자위권을 발동해서 쇠파이프를 사용하겠다.“

 

오른펀치 쪽의 기세를 잡으려고 룸펜들에게 ‘각목연장질을 살짝 허용했던 왼펀치 쪽 입장에서는 쇠파이프로 무기가 업그레이드된 상황이라면 룸펜의 사소한 머릿수가 아쉬울 이유가 없어진다.

 

그래서 결국 룸펜들은 토사구팽 당한다. 다시 골목 유흥가 상권을 둔 양측 조폭들의 싸움은 역겹고, 유치하고, 썩은 내가 진동하고 있다, 그저 열심히 일해서 소박하고 평화롭게 사는 게 소원인 골목에서는 이들은 하루바삐 없어져야할 악의 축이었다.

 

그래도....

원 펀치 맞다이로 쪼개고 세군데 이상 피 보거나 1분 이상 숨 안 쉬면 스톱.”

 

이런 규칙은 저들의 싸움만큼이나 유치했지만 그래도 사람 죽을 이유 없는 귀여운 구석은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서로가 상대방을 이유로 쇠파이프 들고 쌈질을 시작하겠다고 한다. 이러다보면 다음 싸움에서는 금주법 시대 미국 갱스터들처럼 총을 들고 설칠지도 모르겠고, 다다음 번에는 중동의 어느 나라처럼 온 천치를 학살의 피로 물들이는 내전을 벌일지도 모르겠다.

 

하찮은 골목 조폭들의 패싸움이 탐욕을 자양분 삼아 시나브로 자라면서 이렇게 세상의 선량한 사람들을 볼모로 삼는 전쟁이 되어간다. 그리고 이 전쟁을 구경하는 상인들은 지쳐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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