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농성 5일째’...“왜 밥을 굶는지 궁금하시다구요?”

추광규 기자 | 기사입력 2020/06/21 [05:48]

‘단식농성 5일째’...“왜 밥을 굶는지 궁금하시다구요?”

추광규 기자 | 입력 : 2020/06/21 [05:48]

가락시장 하역노동자들의 답이 외롭다. 할 수 있는 게 단식 밖에 안 남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앞에서 20일 현재 5일째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10명의 하역노동자들의 말이다.

 

이들은 앞으로 얼마나 더 굶어야 정든 일터로 돌아갈 수 있을까? ‘우리는 일하고 싶다’고 절박하게 부르짖고 있지만 그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사람은 너무도 적다.

 

가락시장에서 일하던 하역노동자들은 단식농성에 이어 20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려 자신들의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호소했다.

 

▲ 20일 현재 5일째 단식농성중인 하역노동자들   사진제공= 안진걸

 

‘가락항운노조’ 출범 후 35년 동안 위원장은 단 두 명

 

가락항운노조가 안고 있는 문제는 현재의 사태를 키운 주원인이다. 하역노동자들이 청와대 청원 글을 통해 밝히고 있는 내용을 살펴보면 아직도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먼저 이들의 주장을 살펴보면 하역노동자들은 1500만원에서 2500만원에 달하는 자릿세를 내고 조합원 자격을 취득했다.

 

또 이들은 조합원 자격으로 15시간~17시간의 중노동을 하며 적게는 3년, 많게는 20년 이상 가락시장에서 일해 왔다.

 

지난 35년 동안 일만 하던 그들의 눈에 노조의 문제점이 하나씩 들어오기 시작됐다.

 

가락항운노조는 출범한지 35년이 지나고 있지만 위원장은 단 2명이었다. 그것도 전 위원장이 27년을 재임하다 죽고 나서야 2대 위원장이 선출되었다.

 

노조 위원장이 조합비로 고급세단을 타고 다니며 조합원 신분인 전용 운전기사까지 있었다.

 

월 600만원 가량의 기밀비를 영수증도 없이 사용했다. 위원장의 아들이 노조 간부로 등재되어 출근도 하지 않은 채 임금을 받아갔다.

 

하역 배송비의 3%를 받아가는 조합비는 노조 역사상 단 한 번도 공개된 적이 없다.

 

얼마 전에는 노조 간부가 원래 1개당 6,000원인 팔레트 가격을 7,200원으로 속여 수천만 원의 조합비를 횡령해왔던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다.

 

하역노동자들은 이 같은 노조의 문제점을 인식하면서 조심스럽게 민주화 운동을 시작했다.

 

위기를 느낀 위원장은 지난 3월 말까지 위원장에서 사퇴하며, 직선제 규약개정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약속이 있은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위원장 명의의 임시대의원대회 공고가 붙더니 지난 2월 11일, 임시대의원대회를 개최하여 노조를 해산시켜버렸다.

 

그러고는 앞으로 계속 일하고 싶으면 인근 하역노조인 서경항운노조에 가입하라고 통보했다.

 

많은 조합원들이 작업에서 배제되지 않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서경항운노조에 가입했다.

 

하지만 100명이 넘는 조합원들은 끝까지 서경항운노조에 가입하지 않았다.

 

서경항운노조는 가락항운노조와 판박이라고 할 만큼,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서경항운노조로 들어가는 순간 직선제는 물거품이 되며, 다시 소수간부들의 노예로 전락한다는 절박함이 있었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서경항운노조는 여러 차례 공고문을 붙여 언제까지 가입하지 않으면 작업에서 배제된다고 위협했지만, 실제로 작업배제가 현실화되지는 않았다. 그렇게 서경항운노조도 가락항운노조도 아닌 상태가 약 4개월간 지속되었다.

 

그러던 지난 5월 29일, 서경항운노조는 6월 2일부터 서경항운노조에 가입하지 않는 사람들을 작업에서 배제하겠다고 다시 공고했다.

 

6월 2일 출근을 해보니, 자신의 자리를 다른 사람이 채우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됐다. 실제로 작업배제가 이루어진 것이다.

 

작업에서 배제된 사람들은 당황했다.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빼앗기고도 제대로 된 저항조차 하지 못했다.

그렇게 하루하루 시간은 흘러 처음에는 100명이 넘었던 사람들은 하나 둘씩 서경항운노조 가입서를 쓰고 일터로 돌아갔다.

 

그렇게 작업에서 배제된 지 18일이 되었고, 남은 하역노동자들은 단식에 돌입하면서 20일 현재  단식농성 5일째를 맞고 있다.

 

이들은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앞에서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10명과, 서경항운노조 가입의사를 밝혔음에도 가입을 거부당한 8명을 합쳐 총 18명이 일터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하역노동자들은 “서경항운노조는 민주화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사람들의 복귀를 거부하고 있다”면서 “나아가, 소위 블랙리스트 27명을 작성하여 가락시장 내의 다른 청과에서 일하는 것조차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서경항운노조에 가입해서라도 일터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면서 “일단 돈을 벌어야 먹고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화라는 단어는 이제 사치가 되어버렸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하루 17시간, 1주 100시간의 노동지옥. 누구는 밤을 지새우며 뼈 빠지게 일할 때, 누구는 일도 거의 하지 않고 특권을 누리는 ‘현대판 노예’나 다름없는 삶이지만, 저희에게 그런 일자리라도 주어진다면 누구보다 열심히 할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 하역노동자들은 이 같이 강조한 후 “존경하는 문재인 대통령님. 노조 민주화를 외쳤다는 이유로 생존권을 빼앗긴 저희들을 도와주십시오. 이제 10명밖에 남지 않은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밥을 굶는 것 뿐”이라고 호소했다.

 

청와대 해당 청원글 바로가기 ☞ “우리는 일하고 싶다”고 절규하는 가락시장 하역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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