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현판을 한글로 바꾸자

오양심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20/07/21 [16:45]

'광화문' 현판을 한글로 바꾸자

오양심 칼럼니스트 | 입력 : 2020/07/21 [16:45]

 

광화문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이다. 국가수장이 행차하는 문으로, 역사의 현장, 시대의 현장이다. 그 문에 한자로 적혀있는 門化光 현판을, 인류문자(1997년 10월 유네스코 세계 기록 유산)로까지 지정되어 있는, 우리 문화유산의 자랑스러운 한글(훈민정음, 국보70호)로 바꾸자는 한글단체와 시민모임의 목소리가 높다.

 

한국을 대표하는 광화문은 우여곡절이 많다. 처음 이름은 四正門(사정문)이었다. 1395(세조)년 9월에 창건되어 정도전(1342∼1398)에 의해 명명되었다. 정도전은 고려에서 조선으로 교체되는 격동의 시기에 역사의 중심에서 새 왕조를 설계한 인물이다. 사정문은 1426년 집현전 학사들이 광화문(光化門)이라고 바꾸었다. 불행하게도 임진왜란 때 소실되어 270여 년 간 중건되지 못했다. 1864년(고종 1)흥선대원군의 경복궁 재건으로 다시 옛 모습을 되찾았다.

 

한일병합 후인 1927년에는 조선총독부가 해체되었다. 그때 광화문은 경복궁 동문인 건춘문 북쪽으로 이전되었다. 설상가상 6·25전쟁 때 폭격으로 소실되고 말았다. 1968년에 전통적인 광화문의 모습을 상실한 채 철근콘크리트 구조로 복원시켰다. 그나마 도로확장을 위해 위치도 뒤쪽으로 밀려나 있었다. 2006년 12월부터 광화문 복원 및 이전 공사가 시작되어, 전통적인 옛 모습을 되찾았고, 2010년 8월에 완공되었다.

 

광화문 현판에 대한 우여곡절(迂餘曲折)은 더 많다. 1968년 광화문 복원 당시 현판은 한문체인 門化光(문화광)이었다. 공사과정에서 한글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한글로 광화문 현판을 쓰자는 문제가 제기되었다. 박정희 대통령이 한글전용 5년 계획에 역점을 두고, 추진한 한글전용화 정책이 빛을 발할 때였다. 한글전용에 대한 지극정성으로, 광화문 현판에는 박정희 대통령의 가로쓰기 한글체인 광화문이라는 한글 현판이 걸렸다.

 

문제는 그때부터였다. 한글단체와 한문단체의 대립과 갈등이 계속되었다. 한글단체는, 광화문이 아닌 문화광(門化光)으로 읽혀진다고 했고, 주체성이 사라진다고 주장했다. 대한민국의 대표 문(門)인 광화문은 하늘과 땅과 사람을 상징한다면서, 세종대왕이 우리에게 문화유산으로 물려주신, 훈민정음체를 현판으로 내걸자고 주장했다.

 

반면에 한문단체에서는, 문화재 복원은 역사성이 중요하다고 했다. 경복궁 창건과 중건 당시는 엄연히 한자문화권이었기 때문에, 한자현판을 단다고 해서 주체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光化門은, 빛으로 만물을 교화시키는 문이 지니는 뜻이라고, 우리말과 글이 대부분 한자의 음과 뜻을 갖고 있어서, 한자로 된 현판을 걸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문화재청은 두 단체의 대립을 해소하고자, 2011년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을 조사했다. 4대궁 및 종묘방문객 2000명을 대상으로 대면조사도 실시한 끝에, 한글(58.7%)을 한자(41.3%)보다 선호한다는 답변이 나왔다. 일반 시민들의 경우 광화문 현판에 대한 전문지식이 결여되어, 조사대상에서 부적격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나왔다. 이어서 현판 글씨 관련 공청회 및 토론회에서는 한자 현판에 비중을 둔 목소리도 비일비재했다.

 

세계는 지금 코로나 시대에 당면해 있다. 바이러스가 인류의 일상을 송두리째 무너뜨렸고, 세계경제를 최악의 사태로 만들었다. 이 험난한 와중에 우리나라는 코로나19 방역에 성과를 냈고, 국민들의 자부심이 높아졌고, 세계를 선도하는 나라가 되었다. 지구촌 전역에서 한국을 배우고, 한국어와 한글을 배우겠다는 목소리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은 옛것을 익히고 새것을 안다는 뜻이다. 우리는 광화문의 전통과 역사 그리고 학문을 충분히 익힌 바탕 위에서, 시대에 맞게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야 한다. 세계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국민 모두가  門化光 현판을 한글 현판으로 바꾸는 일에서부터,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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