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故 백기완 선생 조문 "이제 자유롭게 날아가시길"

조현진 기자 | 기사입력 2021/02/17 [12:35]

문 대통령, 故 백기완 선생 조문 "이제 자유롭게 날아가시길"

조현진 기자 | 입력 : 2021/02/17 [12:35]

문재인 대통령이 고(故)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의 빈소를 직접 찾아 고인을 추모했다.

 

17일 오전 문 대통령은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백 소장의 빈소를 유영민 비서실장, 탁현민 의전비서관, 신지연 1부속비서관이 함께 찾았다. 

 

▲ 문재인 대통령이 고 백기완 선생 빈소에서 영전 앞에서 술을 따르고 있다.     © 청와대 제공

 

그리고 빈소에 도착해 묵념 한 후 영전 앞에 국화를 놓고 "술 한 잔 올리고 싶다"고 말한 뒤, 술잔을 올리고 절을 했다. 문 대통령의 조문을 받은 유족은 고인의 부인 김정숙씨와 딸 원담(성공회대 중어중국학과 교수)·미담·현담, 아들 일씨 등이었다.

 

문 대통령은 빈소에 절을 마친 뒤 고인의 아들과 딸들에게 "아버님하고는 지난 세월 동안 여러 번 뵙기도 했고, 대화도 나눴다. 집회 현장에 같이 있기도 했다" 말했다.

 

장남 백일 씨는 이에 "아버님 살아생전에 남북회담, 해방 통일, 그리고 세월호 가족들을 늘 챙기셨다"면서 "살아생전에 뵈었으면 더 좋은 말씀해 주셨을 텐데…"라고 아쉬워했다.

 

또 장녀 백원담 씨는 "세월호 분들 아버님이 가장 가슴아파하셨는데, 구조 실패에 대한 해경 지도부의 구조 책임이 1심에서 무죄가 되고 많이 안타까워하셨다"고 전했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다시 "이제는 후배들한테 맡기고 훨훨 그렇게 자유롭게 날아가셨으면 좋겠다"면서 세월호와 관련 "정부는 특별히 할 수 있는 조치들은 다 하고 있는데, 유족들이 원하는 방향대로 진상규명이 속시원하게 아직 잘 안 되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고 답했다.

 

이후 유족들은 고인이 생전에 문 대통령에게 전하고 싶은 당부의 말을 담은 영상을 보여줬다.

 

영상 속 백기완 선생은 “(남북회담과 관련)다가서는 태도, 방법 이런 것 다 환영하고 싶습니다. 생각대로 잘되시길 바랍니다. 그러나 한마디 해 주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한반도 문제의 평화로 가기 위한 노력이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의 삶의 역사에 주체적인 줄기였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바로 이 땅의 민중들이 주도했던 한반도 평화 운동의 그 맥락 위에 섰다는 깨우침을 가지시길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영상이 종료된 뒤 문 대통령은 유족들에게 보내달라고 요구하고 배석한 탁현민 의전비서관에게 잘 챙겨달라고 당부하면서 영상 촬영 시기가 언제인지 물었다.

 

장남 백일 씨는 이에 "입원하시기 전"이라고 말하고는 "작년 한참 남북 문제 막 하실 때, 굉장히 미국이 북미 외치고 할 때 좋아할 때"라고 답했다.

 

이후 장녀 백원담 성공회대 교수가 문 대통령에게 백기완 선생이 남긴 선물의 의미를 설명하며 하얀색 손수건과 책 1권을 전달했다.

 

백 교수는 "이것은 아버님이 문재인 정부의 평화 통일 노력에 굉장히 찬사를 보내시면서 통일열차가 만들어지면 꼭 이 하얀 손수건을 쥐고, 황해도가 고향이시니까, 꼭 가고 싶다고 이걸 전달해 드리라고 하셨다"면서 "이건 마지막에 쓰신 책이라서, 아버님의 모든 사상이 여기에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유족들과 대화가 끝날 때 쯤 양기환 장례위원회 대변인도 고인의 뜻을 특별히 전달했다.

 

이날 양 대변인은 "모든 시민들의 뜻을 모아서 지금 사회장으로 장례를 치르고 있다"면서 "고인이 생전 마지막으로 병원에서 말을 못할 때 글로 수담을 했으며 마지막 글이 ‘노나메기 세상이었다"고 전했다.

 

그리고는 "너도 일하고 나도 일하고 올바로 모두가 잘사는 세상’ 그래서 특별히 관심 가지신 것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그리고 ‘김진숙 힘내라’였다"고 말했다.

 

또 "송경동 시인 사십 며칠 동안 단식을 했던 일이 있지만 코로나 이 상황에서 가장 힘없고 길바닥에 있는 노동자들이 내몰리는 현실에 너무 가슴아파하셨다"면서 "고인의 마지막 뜻이기도 하시니까 각별히 관심을 가져 주시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한 뒤 유족에게 목례하고 빈소를 떠났다.

 

한편 이날 문 대통령의 빈소 직접 조문은 전날 오후 늦게 일정이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재임 중 고인의 빈소를 방문, 직접 조문한 것은 지난 2019년 1월 세상을 떠난 일본군 위안부 고(故) 김복동 할머니 조문 이후 2년 만이다

 

지난해 1월부터 폐렴 증상으로 서울대병원에 입원치료를 받아오던 고인은 지난 15일 오전 향년 89세 나이로 영면했다. 사회장으로 치러지는 장례일정은 별세 당일인 15일부터 나흘간 빈소에서 조문을 받은 뒤 오는 19일 영결식을 거쳐 장지인 경기도 마석 모란공원에 안치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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