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잘못했다. 바꾸겠다’가 ‘무얼 바꾸나’ 제압해야 산다.

[편집위원장 칼럼] 4.7 재보선 결과 2006년 지방선거 민심과 흡사, 2006 지방선거 패배 후 대선 참패, 바꾸기에 실패한 결과

임두만 편집위원장 | 기사입력 2021/04/09 [15:14]

민주당, ‘잘못했다. 바꾸겠다’가 ‘무얼 바꾸나’ 제압해야 산다.

[편집위원장 칼럼] 4.7 재보선 결과 2006년 지방선거 민심과 흡사, 2006 지방선거 패배 후 대선 참패, 바꾸기에 실패한 결과

임두만 편집위원장 | 입력 : 2021/04/09 [15:14]

4.7 재보선 결과는 집권 민주당에 참혹한 민심의 현실을 안겼다. 서울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는 서울 25개 구 전지역 과반이 넘는 넉넉한 득표로 당선됐다. 부산 박형준 후보는 득표율이 무려 60%를 넘기며 김영춘 민주당 후보와 더블스코어 가까운 차이를 냈다. 

 

▲ 4.7 재보선에서 당선된 오세훈 박형준 후보가 꽃다발을 들고 환호하고 있다.     ©편집부

 

또한 재보선이 치러진 전국 20여 곳 중 집권 민주당은 호남 4곳을 제외하곤 모두 패배했다.

 

이는 이번 재보선이 전국 선거는 아니지만 이 같은 국민감정이 표로 표출된 것은 지난 2006년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여당심판’ 민심과 흡사하다. 2006년 당시 지방선거에서 집권 열린우리당은 전국 16개 광역단체장 중 전라북도 지사 한 곳을 제외하고는 15곳에서 참패했다. 

 

반면 제1야당인 한나라당은 전국 광역단체장 12명, 기초단체장 230명 중 155명, 광역의원 655명 중 557명, 기초의원 2,888명 중 1621명을 당선시켰다. 또 당시 한화갑 대표가 이끌던 호남권 기반의 민주당은 광역단체장 2명, 기초단체장 20명, 광역의원 80명, 기초의원 276명을 당선시켰다.

 

하지만 집권 열린우리당은 광역단체장 1명, 기초단체장 19명, 광역의원 52명, 기초의원 630명 만을 당선시킴으로 기초의원만 민주당에 비해 더 얻었을 뿐 전체 승부로 보면 민주당에도 참패한 결과를 냈다.

 

▲ 2006년 지방선거 결과...출처 : 위키백과     ©

따라서 이 같은 선거 결과는 열린우리당의 해체를 이끌었다.

 

불과 2년 전 2004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신생정당으로써 단독 과반을 얻었음에도 2년 후 참혹한 국민심판에 당은 해체되고, 그 후발정당인 대통합민주신당은 정동영을 대선후보로 냈으나 1년 뒤 치러진 2007년 대선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게 역사에 남을 참패를 했다.

 

2002년 개혁의 기대를 걸고 출범했던 참여정부는 대북송금 특검 도입, 이라크 파병, 부안 방패장 등의 반대 여론이 늘면서 노무현을 찍었던 지지층이 참여정부에 등을 돌리기 시작했고, 급기야 노무현 대통령 탄핵 정국에 몰렸다.

 

그러나 이 탄핵 사태는 다시 ‘친노계’의 결집을 불렀다. 탄핵반대 촛불은 광화문 광장을 시작으로 전국으로 퍼진 뒤 2004년 총선의 열린우리당 대승이란 결과를 얻어내게 했다.

 

집권여당의 과반의석, 열린우리당 핵심 '강성 친노'그룹은 이를 자신들에 대한 국민들의 무한지지로 알았다.

 

‘개혁’이란 말은 정국의 화두였다. 이에 ‘국가보안법 폐지’ ‘사립학교법 개정’ '언론개혁을 위한 언론관계법 제정‘ ’과거사 진상 규명법 제정‘ 등 ’4대 개혁입법‘은 이들에게 지상과제였다. 당연히 밀어붙이기식 추진을 강행했다.

 

하지만 야당인 한나라당은 사학소유가 많은 기독교 불교 천주교 등 주류 종교계의 사학법 개정 극한반대에 힘입어 이들과 한 목소리로 반대를 외쳤다. 여기에 보수층의 국보법 폐지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 등은 일명 ‘탄돌이’로 불리던 열린우리당 핵심 주류의 진격적 추진에 강한 제동을 걸었다.

 

이 와중에 터진 평택 대추리 사태와  한미 FTA 반대여론은 진보층도 두동강을 냈다. 여기에 부동산 정책 실패로 하루가 다르게 오르던 아파트 값 때문에 정부는 분양가 상한제를 내놨지만,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과 맞물린 부동산 정책 실패에 따른 양극화 현상에 민심은 분노했다. 그리고 이는 노무현 정부에 대한 지지가 바닥을 치게 된 원인으로 작용했다. 그것들이 모두 선거 결과로 나타났다.

 

우리는 당시 지방선거 참패 후 열린우리당 안의 반성을 들은 바 있다.

 

당시 열린우리당 내부에서는 “국민이 우리를 정부 여당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탄핵”이라는 목소리와 “이번 패배는 대통령의 독선과 아집 때문”이라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당사자인 노 전 대통령은 ‘겸허하게 민심을 수용한다’는 말 대신 “한두 번 선거에 패배했다고 해서 역사의 흐름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라는 말로 답했다. 또 청와대 핵심에서는 “당이 해달라는 대로 다 해줬는데도 패했다”며 당에 책임을 돌렸다. 그리고는 선거 참패에 대해 “민심의 흐름으로 받아들이되 그동안의 정책은 계속한다”며 부동산 정책 등의 기조를 바꾸지 않았다. 

 

이번 선거 패배 후 이낙연 민주당 중앙선대위원장은 “국민의 결정을 무겁게 받아들인다. 4.7재보선으로 표현된 민심을 겸허하게 수용한다”면서 “저희들이 부족했다. 국민의 실망과 분노를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다. 국민의 삶의 고통을 충분히 살피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그에 대한 답은 '어서 떠나세요'다.

 

차기 당권을 노리는 송영길 의원은 “국민이 주신 회초리의 의미를 새기겠다”면서 “이번 선거는 후보들 간의 경쟁이 아니었다. 정부·여당에 대한 엄중한 경고와 질책이었다”고 평가하고 “'무엇을 구체적으로 잘못하여 반성한다는 것인가?', '알기는 하는가?'라고 국민은 묻는다”고 해석, “국민의 물음에 구체적으로 해석하고 이후 민주당의 변화에 반영할 수 있도록 경청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답했다.

 

▲ 송영길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또 동작갑 김병기 의원은 “반성한다. '막대기를 세워놔도 이긴다' 이 가슴 아픈 말을 10여 년이 지나 다시 듣게 될 줄은 몰랐다”며 “우리 당이 언제부터인지 '원 팀 원 보이스'가 아니라 '원 보이스 원 팀'이 되었음을 반성한다. 특히 다른 의견이 묵살당할 때 침묵하였음을 반성한다”고 고백, 당내 친문 강성그룹을 제어하지 못했음을 자백했다. 그렇지만 이들에 대한 답도 '너나 잘하세요'다.

 

그 외에도 현재 민주당의 많은 의원들은 반성과 자성을 화두로 선거에서 나타난 국민의 뜻을 겸허하게 받들겠다거나 부족함을 깊이 성찰하고 쇄신하여 신임을 다시 회복하는 귀중한 계기로 삼겠다는 등이 담긴 글들을 자신의 SNS에 올려 선거 결과가 심판임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는가?’라는 투의 ‘잘못없음’과 ‘우리보다 더 나쁜 국민의힘 후보를 찍은 국민이 ’한심하다‘는 여론이 친문계에서 상당부분 표출되고 있다. 

 

특히 선거 패배의 원인이 추미애 조국 등에 있다는 김혜영 전 의원에게 SNS에서 쏟아지고 있는 비난의 글은 ’조국 추미애 정국에서도 180석 대승을 국회의원 선거에서 이끌어 냈다‘는 논리를 대고 있다.

 

즉 ’조국도 추미애도 문재인도 선거패인으로 작용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들의 논리다. 특히 '문재인 지지율이 민주당 보다 높다'며, 부동산 정책을 두고도 ‘국민의 심판은 존중하되 2.4대책은 건드리지 않는다’는 청와대 언급까지 더하면 결국 '무얼 바꾼다는 말인가?'가 여권 주류 뜻으로 읽힌다.

 

그리고 이는 지난 2006년 지방선거 참패 후 노 전 대통령의 “한두 번 선거에 패배했다고 해서 역사의 흐름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라거나 “민심의 흐름으로 받아들이되 그동안의 정책은 계속한다”며 부동산 정책 등의 기조를 바꾸지 않은 점과 너무도 흡사하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한 박영선 민주당 후보는 선거 패배가 확정된 뒤 “제가 부족해서 졌다. 바꿀 점이 많다. 바꾸겠다. 우리 민주당이 더 큰 품의 민주당이 돼 정권 재창출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우리의 대한민국 후손을 위해 내년 (대선에서) 2007년과 같은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내년 3월9일 광화문에서 다시 만나자"고 지지자들을 독려했다.

 

 

그러나 지금처럼 ‘우리가 무얼 잘못했으며 무얼 바꾸자는 말인가?’라는 기조가 당안팍의 강성 친문들에게서 나온다면 박영선 후보의 3월9일 꿈은 이루어지기 힘들다. 내가 현재의 여권 주류 움직임을 잘못 읽은 것인가? 잘못 읽은 것이 아니라면 민주당의 정권 재창출은 매우 어려울 수 있다.

 

지금 민주당은 ‘잘못했다. 바꾸자. 바꾸겠다’는 목소리가 ‘우리가 무얼 잘못했으며 무얼 바꾸자는 말인가?’를 압도하면서 당 주류를 바꿔내는 ‘개혁 프레임’ 바꾸기에 일심동체가 되지 않으면 2007년의 과거 되돌리기를 지켜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홍만종이 지은 순오지(旬五志)(1687)에 나오는 <묘항현령(猫項懸鈴)>이란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설화는 쥐떼들이 자신들을 잡아먹은 고양이를 피하기 위해 모여서 상의한 내용이다.

 

그리고 이 회의에서 쥐 한 마리가 “고양이를 피하는 것은 간단한 일이다. 고양이 목에 방울을 하나 달아 놓으면 그놈이 오는 것을 알 수 있을 게 아닌가?”라고 말한다. 이에 쥐들은 일제히 “그것 참 좋은 의견”이라고 찬성했지만 늙은 쥐 한 마리가 나서서 “그 의견이 좋기는 하지만 누가 그 방울을 달아 놓을 수가 있겠는가?” 하고 물었으나 나서는 쥐가 없어 유야무야 되었다.

 

즉 이 설화는 실행하기 어려운 일은 애당초 계획하지 말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아무리 좋은 생각이라도 실행할 수 없으면 헛된 공론에 불과하다 뜻이다. 그래서다. 과연 지금 여권에서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쥐가 있을 것인지. 누구라도 목숨을 걸고 방울달기에 나서면 그가 영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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