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춘보 칼럼] 法, 검찰총장 징계 '적법'...사면초가에 빠진 윤석열

심춘보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21/10/15 [16:32]

[심춘보 칼럼] 法, 검찰총장 징계 '적법'...사면초가에 빠진 윤석열

심춘보 칼럼니스트 | 입력 : 2021/10/15 [16:32]

[신문고뉴스] 심춘보 칼럼니스트 = (윤석열의) 강력했던 출마 명분이 사라졌다. 법치를 바로 세우겠다는 것이 (그의 대선)출마 명분의 핵심이었다. 즉 그가 말한 바로 서지 못한 법치의 예는 자신의 징계를 염두에 두었을 것이다. 그가 느끼기에 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을 찍어내기 위해 법무부장관은 온갖 방법을 동원했었다. 그러나 번번이 실패했다. 그래서 그는 당당했다.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자신의 대선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실제 그 과정에서 윤석열은 강력한 대권후보 반열에 올라섰다. 출마 제한 규정을 신설한다는 말에 1년 전에 사퇴하는 치밀함까지 갖춘 정치검찰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그것도 알고 보니 도인의 도움을 받은 모양이다.)

 

그가 지금 강력한 대권주자가 된 것은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서(징계 결재) 윤석열을 찍어 내려 했고 윤석열은 거기에 저항했던 것이 결정적 요인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자질은 둘째치고 강단 하나가 훌륭한 출마 명분이 되었다.

 

그러나 법원은 윤석열이 낸 징계무효소송 본안 소송에서 윤석열의 팔을 비틀어버렸다.

 

추미애 법무장관의 징계는 정당했다고 추미애 손을 들어주었다. 물론 대법원 판결까지 남아 있기 때문에 이번 1심 판결 그대로 유효하지는 않지만, 1심 판결만으로도 예단하는 사회풍토, 특히 정치권 관습을 볼 때 윤석열의 대권 출마 명분은 거의 사라진 셈이다.

 

물론 지지자들의 지지가 이 판결 하나로 꺾이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결집할 수도 있다.  다만 승리에 필요한 필수 요건인 중도층 절대다수가 지지를 철회할 가능성이 있어 윤석열에게는 회복할 수 없는 치명상이 될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윤석열의 진중하지 못한 입이 또 사고를 쳤다. 이번 사고는 일조지환이 아니다. 경선 마지막까지 윤석열의 발목, 아니 목을 누를 것이다. 지지자들은 겉으로는 내색을 못하지만 얼마나 많은 설화를 만들어낼지 전전반측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번에는 당원들이 단단히 화가 났다. 기독교인이 느닷없이 머리 깎고 절로 들어오더니 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자신을 냉대한다고 망치 들고 부수려는 꼴이니 어찌 가만히 있겠는가.

 

 “이런 정신머리 바꾸지 않으면 당은 없어지는 게 맞다”

 

이런 모욕은 일찍이 들어본 적이 없다. 날벼락 같은 말이다. 귀를 의심할 지경이다. 입당원서에 잉크도 마르지 않은 신출내기가 당이 없어져야 한다고 했으니 이보다 더 큰 망언은 없을 것이다. 알량한 지지율 하나 믿고 저렇게 오만방자해도 되는가 싶을 것이다.

 

물론 외부의 시선에는 국민의힘이 해체 수준의 재창당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럼에도 경쟁상대인 민주당에서도 정신머리 바꾸라는 이런 막말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 당원의 절대적 지지를 받아야 하는 경선 후보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온다는 것은 실언이라고만 볼 수 없다. 평소에 국민의힘이라는 정당을 인식 수준의 바로미터다. 섭공호룡, 즉 겉으로는 좋아하지만 사실은 좋아하지 않은 모양이다.

 

늘 그랬던 것처럼 윤석열은 자신의 발언을 해명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해명이 일상이 되었다. 그런 취지가 아니라면서 “그따위로 하려면 검사 때려치워”라는 예까지 들어가며 무마하느라 애면글면하고 있다. 한두 번도 아니고 참모들도 애를 쓴다.

 

그러나 한번 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다. 구화지문, 설참신도라는 말이 달리 있겠는가.

 

정치인, 특히 큰 정치를 하려는 사람은 아랫도리도 중요하지만 입단속에 모든 신경을 써야 하는데 윤석열은 입 관리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수양의 문제고 환경의 문제다.

 

《주역》에서 이르기를 ‘조심하고 삼가서 행동하면 호랑이 꼬리를 밟아도 물리지 않는다’고 했는데 검찰이라는 조직에서는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고 말하고 싶은 대로 해도 누가 멱살 잡는 사람이 없다 보니 그 생활이 체화되어 필터링 없이 쏟아 내다보니 이런 구화를 일으키고 만 것이다. 이는 정치인이 갖추어야 할 자질에 있어 대단히 문제 있는 결격사유다.

 

이번 발언은 사과한다고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원의 역린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자존심과 자존감을 심각하게 훼손해버렸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진솔한 사과보다 변명하는데 급급한 것은 윤석열이 아직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음이다. 검찰의 문법으로 이해할 수 없는 불경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말이다. 겉이 달라졌다고 속까지 달라진 줄 알았던 어리석음이다.

 

한편으로 경쟁자들에게는 훌륭한 먹잇감을 던져준 셈이다. 방어하는데 역부족일 것이다. 변명하는 과정에서 어떤 막말이나 행동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일이다. 늘 선무당 작두 타듯 아슬아슬한 심정일 것이다.

 

《장자》 ‘추수’편에 한단지보邯鄲之步라는 고사성어가 나온다. 자기 분수를 모르고 다른 사람 흉내 내거나 따라 하려고 하다 본래 자신이 지닌 것마저 잃어버리는 경우를 이르는 말이다. 윤석열을 향한 맞춤 성어다. 본분을 망각하고 엉뚱한 일을 하려다 결국 검사 윤석열의 명성까지 잃게 생겼다. 물론 그 명성도 엉터리였다는 의견도 있지만...

 

어쨌든 이제 국민의힘도 고심을 할 때가 되었다. 윤석열을 본선 진출자로 결정했을 때 벌어질 일들이 충분히 예상되는 만큼 플랜b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아무리 정권교체 열망이 60%에 달한다 하더라도 본선에서 결정적 실수를 하는 날에는 도로아미타불이 되고 말기 때문이다.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다. 굳이 약점을 찾는 노력을 할 필요 없이 윤석열 자체가 약점이 되어버렸다. 윤석열 때문에 모든 것을 망칠 수는 없는 일이 아니겠는가?

 

버려야 한다면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그래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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