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네일아트한 여성 손 만진 행위에 성추행 불인정

울산컨트리클럽 성폭력 사건에 대해 3년만에 결정

박동휘 기자 | 기사입력 2022/05/27 [12:16]

법원, 네일아트한 여성 손 만진 행위에 성추행 불인정

울산컨트리클럽 성폭력 사건에 대해 3년만에 결정

박동휘 기자 | 입력 : 2022/05/27 [12:16]

[신문고뉴스] 박동휘 기자 = 법원이 네일아트를 한 여성의 손을 만진 행위에 대해 성추행으로 인정하지 않는 판결을 내렸다.

 

울산지방법원은 지난 2021년 2월, 검찰이 '울산컨트리클럽 골프장 모 이사가 골프장 캐디에 대해 손을 잡는 등 성추행을 했다'며 기소한 사건에서 피고인의 '네일아트한 캐디의 손이 보고싶어 붙잡았다'는 항변을 놓고, 강제추행죄를 인정하지 않고 다른 캐디에 대한 성추행으로만 유죄 판결(울산지방법원 2019노1039)을 하였다.

 

그리고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2021년 8월 확정되었다. (대법원 2021도3740)

 

▲ 울산지방법원 2019노1039 판결문  © 박동휘


이 사건은 미투 운동이 확산되던 도중인 2018년 3월 울산컨트리클럽 전 캐디들이 이사 2명을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 고발하면서 불거졌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들 사건을 수사한 뒤 두 이사 모두를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했으나 고소된지 3년만에 이사 1명만 캐디 1명에 대한 강제추행죄로 유죄를 받고 다른 이사는 과실치상죄로만 벌금형을 받는 것으로 사건이 마무리되었다.

 

이사 A씨는 2017년 5월 캐디 E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허리를 감싼 사실, 2017년 6월 캐디 E의 손을 잡아당겨 자신의 성기에 닿게 하여 강제추행한 혐의와, 2017년 12월 캐디 F에 대해 양손으로 가슴을 감싼 혐의로 기소되었다.

 

해당 이사는 이에 대해 피해자의 손톱에 있는 네일아트를 보고 싶어 팔을 잡다가 피해자의 손톱에 붙어있던 큐빅에 피고인의 오른쪽 손등이 긁혀서 손을 뺐을 뿐, 뒤에서 피해자의 가슴을 잡은 사실이 없다고 진술하였다.

 

1심에서는 가슴 추행 사실이 인정되는 등 징역 6개월과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에 처해졌다.(울산지방법원 2018고단3896) 

 

하지만 항소심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의 진술과 이에 부합하는 객관적인 정황을 모두 배척하고 공소사실에서 범행일시로 특정된 2017. 12.경 피고인이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결정하여, 가해자가 주장한 행위는 강제추행죄에 해당하지 않음을 분명히 했다.

 

법원은 또다른 피고인 이사 B씨에 대해, 강제추행을 인정하지 않고 과실치상에 대해서만 벌금 50만원에 처해 강제추행을 인정했던 1심의 벌금 500만원과 40시간의 성폭력치료프로그램 이수에 비해 형을 감경했다.

 

법원은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피해자의 진술 외에는 공소사실을 인정할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경우, 사실상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유일한 증거인 피해자의 진술을 근거로 유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과 타당성을 따진다.

 

특히 객관적인 정황과 경험칙 등에 비추어 피해자의 진술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고, 피고인의 무죄 주장을 배척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신빙성이 있어야 한다고 대법원 판례는 말한다. (대법원 2015. 11. 26. 선고 2014도7945 판결, 대법원 2017. 10. 31. 선고 2016도21231 판결 등 참조). 

 

이에 법원은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의 진술과 이에 부합하는 객관적인 정황을 모두 배척하고 피고인이 이 부분 공소사실에서 범행일시로 특정된 2017. 12.경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따라서 이 사건 판결은 박원순 전 서울특별시장의 논란에 대한 그동안 언론 보도들과 프레이밍이 잘못되었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보여 준다.

 

즉 박 전 시장의 행위가 성범죄에 이르렀다는 증거가 없고 판례는 인권위에서 인정된 사실은 성폭력에 해당되나 성범죄에 해당되지는 않는다고 말하고 있음에도 언론이나 정치권이 성범죄 여부의 검토 없이 사실과 거리가 먼 주장을 편 것이란 얘기다.

 

물론 박원순 전 서울특별시장이 성폭력을 했다는 혐의 만으로도 지난해 6월 2일 민주당 대표가 공식 사과한 것처럼 '내로남불 언행불일치'로 충분히 비판받을 수 있고 피해자에게 많은 상처를 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인권위에서는 '성희롱'(성폭력)이라고 결정한 것을 언론에서 인정된 행위가 성범죄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례 검토 없이 '성추행 인정'이라고 보도하여, 언론은 망인이 성범죄를 저지른게 확실한 것처럼 왜곡하였다. 

 

물론 피해자의 주장처럼 피고소인의 사망으로 실제 일어난 혐의를 다 인정받지 못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으나, 인권위에서 인정한 행위는 성범죄에 해당하지 않음이 분명하므로,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로 비판받은 사람들의 혐의에 대해서도 '박원순 전 시장의 혐의가 성범죄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전제 하에서 평가를 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지난 4월 28일 서울동부지방검찰청은 실명이 포함된 채로 피해자가 쓴 편지를 공개했다가 나중에 실명을 지운 전 경희대학교 교수 김민웅씨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제24조제2항 규정을 위반했다며 기소했다.

 

그러나 피해자가 당한 행위가 성범죄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을 경우, 수사기관 관계자도 아닌 제3자에 대해 이 규정을 적용하는 것이 온당한지 논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성폭력을 당했다는 것은 명예가 침해될 수 있는 알리고 싶지 않은 사실인 만큼,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를 벗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제24조(피해자의 신원과 사생활 비밀 누설 금지) ① 성폭력범죄의 수사 또는 재판을 담당하거나 이에 관여하는 공무원 또는 그 직에 있었던 사람은 피해자의 주소, 성명, 나이, 직업, 학교, 용모, 그 밖에 피해자를 특정하여 파악할 수 있게 하는 인적사항과 사진 등 또는 그 피해자의 사생활에 관한 비밀을 공개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누설하여서는 아니 된다.

 

② 누구든지 제1항에 따른 피해자의 주소, 성명, 나이, 직업, 학교, 용모, 그 밖에 피해자를 특정하여 파악할 수 있는 인적사항이나 사진 등을 피해자의 동의를 받지 아니하고 신문 등 인쇄물에 싣거나 「방송법」 제2조제1호에 따른 방송 또는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개하여서는 아니 된다.

 

라고 규정하여, 성폭력범죄 피해자를 보호대상으로 삼고 있다. 따라서 성폭력범죄에 해당되지 않는 성폭력 피해자이자 고소인에 대해 위 조항을 그대로 적용하여 그대로 같은 형벌을 적용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공무원 및 공직에 있었던 자에 적용되는 1항에 대해서는 비밀을 준수할 필요성이 요구되나, 일반인이 신원을 공개한 경우에 적용되는 2항에 대해서까지 그것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으로 처벌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를 어기게 된다. 성범죄에 이르지 않은 성폭력 피해자의 신원에 대해서는 현행법상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보호하는 것이 죄형법정주의상 타당하고, 추후 법령의 개정을 통해 보호를 강화할지 논의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다만 이 경우는 해당 피해자가 회식 중 동료로부터 성폭행 피해를 당한 성폭력범죄 피해자에 해당되기는 하나, 김민웅 교수의 글에서 그러한 사실은 일체 언급되지 않았다.

 

김민웅 교수가 이와 같은 이유로 항변할 경우, 어떤 사람 A씨가 B씨를 성폭력범죄로 고소했으나 성범죄에 이르지 않은 성폭력으로 판단되고, 관계 없는 C씨에 의해 성폭력범죄를 당한 것으로 인정될 경우, C에 대한 언급 없이 B씨와의 논쟁에 관하여 A씨의 신원을 공개한 경우 성폭력범죄 특별법에 저촉되는지에 대한 공식적인 판단 기준이 정립될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그 판결에서 해당 피해자가 다른 사람에게도 성폭력 범죄를 당한 적이 없는 경우의 판단 기준에 대해서도 법원의 언급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언론이나 정치권도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범죄자로 단정짓는 언급을 멈추고, 성범죄에 이르지 아니한 성폭력 피해자의 보호에 대한 제도 개선을 논의하는데 집중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지금처럼 성범죄 여부에 논의를 집중할 경우, 성범죄 여부가 논란이 되었으나 성범죄로 인정하지 않는 판결이 나왔을때 성폭력 피해자에게 오히려 비난이 가해지는 결과로 이어질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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