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임차인은 더 이상 계약의 연장을 원하지 않는다면 특별한 사유 없이 계약을 종료할 수 있다. 즉, 계약기간의 만료는 계약 종료가 원칙이고, 계약의 연장은 예외적으로 당사자의 합의에 의해 이루어진다.
물론 임대차는 사적 재산의 이용관계를 규율하는 계약인 반면, 근로계약은 근로자의 생계와 고용안정이라는 공익적 요소가 강하게 개입하는 계약이다. 따라서 노동법은 계약자유의 원칙을 상당 부분 제한하여 근로자를 보호한다. 이러한 점에서 기간제 근로자의 계약연장 문제는 일반 계약과 동일하게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먼저 기간제 근로계약의 구조를 살펴보면, 예를 들어 계약기간이 2026년 1월 1일부터 2026년 12월 31일까지라면 계약은 약정된 기간의 만료와 함께 종료된다. 계속 근무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근로계약을 체결하거나 기존 계약을 갱신해야 한다.
따라서 계약법적으로 보면 근로자가 "계약기간까지만 근무하겠습니다."라고 하는 것은 사직이나 중도해지가 아니라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것에 불과하다. 이 점에서는 임대차계약의 구조와 일정한 유사성이 존재한다.
그러나 노동법은 일반 계약법과 다른 관점에서 접근한다. 노동법은 근로자가 경제적으로 열위에 있는 당사자라는 점을 전제로 고용안정을 보호한다.
따라서 사용자가 "계약기간이 끝났으니 더 이상 근무할 필요가 없다."고 하는 경우에는 실질적으로 해고와 유사한 효과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기간제법상 갱신기대권이나 부당해고 법리 등을 통하여 사용자의 계약종료 자유를 일정 부분 제한한다. 즉, 노동법은 계약자유보다 고용안정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
그렇다면 근로자가 계약연장을 거부하는 경우 역시 계약기간의 만료에 따른 종료로 보아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예를 들어 근로자가 "1년 계약만 근무하겠습니다."라고 하였다면, 계약기간이 종료된 후 사용자가 계속 근무를 제안하더라도 근로자는 이를 거절할 자유가 있다.
이러한 행위는 기존 계약을 일방적으로 종료하는 사직이라기보다 새로운 계약의 체결을 거부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계약법적으로는 자연스럽다. 사직은 존속 중인 계약관계를 근로자의 일방적 의사표시로 종료시키는 것이지만, 계약기간 만료는 애초에 약정된 종료사유가 실현된 것이므로 양자는 법률행위의 성격이 다르다.
그러나 고용보험법은 이 문제를 계약법과는 다른 기준에서 평가한다. 고용보험은 계약이 어떠한 형식으로 종료되었는지보다 실업이 누구의 의사에 의해 발생하였는지를 중시한다.
따라서 사용자가 동일하거나 사회통념상 수용 가능한 근로조건으로 계속 근무를 제안하였음에도 근로자가 이를 거절하였다면, 계약은 기간만료로 종료되었더라도 실업의 직접적인 원인은 근로자의 선택으로 평가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구직급여와 관련해서는 자발적 이직으로 판단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처럼 사용자의 계약연장 거부와 근로자의 계약연장 거부는 법적 효과가 완전히 대칭적이지 않다. 사용자가 계약을 갱신하지 않는 경우에는 근로자가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실직하게 된다.
반면 근로자가 계약연장을 거절하는 경우에는 계속 근무할 기회를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고용보험은 바로 이러한 점을 중요하게 고려한다. 즉, 계약 종료의 형식보다 실업의 원인에 주목하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제도에 대해서는 비판도 가능하다. 계약연장을 원하지 않는 근로자가 구직급여를 받을 수 없게 된다면, 오히려 계약갱신을 피하기 위하여 사용자가 계약을 갱신하지 않을 정도의 사유를 의도적으로 만드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반복적인 지각이나 업무태만, 규정 위반 등을 통해 갱신을 거절받는 방향으로 행동하려는 왜곡된 유인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정책적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경우에는 사안에 따라 중대한 귀책사유에 의한 이직으로 평가되어 구직급여 수급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실제 제도 운영에서는 이러한 악용 가능성이 반드시 현실화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결국 현재의 고용보험 제도는 계약법적으로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는 사실보다, 사회보험의 관점에서 계속 근무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이를 본인이 선택하지 않았다는 점을 더욱 중요하게 평가한다.
그러나 계약법적 관점에서는 계약 종료와 사직은 명백히 구별되는 법률행위이다. 기간제 근로자는 애초에 계약기간까지만 근무하기로 약정한 것이므로, 계약기간 만료 후 새로운 계약의 체결을 거부한 것을 자발적 사직과 동일하게 평가하는 것은 계약자유의 원칙과 일정한 긴장관계에 있다는 비판도 가능하다.
반면 제도 옹호론은 고용보험은 계약법이 아니라 사회보험이므로, 실업의 원인이 근로자의 자유로운 선택이라면 보험급여를 지급하지 않는 것이 제도의 목적에 부합한다고 설명한다. 결국 계약법과 사회보험법은 서로 다른 정책 목적을 추구하기 때문에 동일한 사실관계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법적 평가를 내릴 수 있는 것이다.
종합하면, 계약법의 구조만 놓고 본다면 기간제 근로계약은 약정한 기간의 만료로 종료되는 계약이므로 근로자가 계약연장을 원하지 않는 것은 새로운 계약 체결을 거부한 것이지 기존 계약을 중도에 종료하는 사직과는 개념적으로 구별된다.
반면 고용보험법은 계약 종료의 형식보다 실업의 원인을 중심으로 구직급여 수급 여부를 판단한다. 따라서 사용자가 계속 고용할 의사가 있었음에도 근로자가 계약연장을 거절하였다면, 계약은 기간만료로 종료되었더라도 구직급여와 관련해서는 자발적 이직으로 평가될 여지가 있다.
이는 계약법의 논리를 부정한 것이 아니라 사회보험이라는 별도의 정책 목적에 따라 서로 다른 평가 기준을 적용한 결과라고 이해하는 것이 가장 논리적으로 정합적이다. 따라서 겉으로는 모순처럼 보이는 두 제도 역시 각각의 법체계 안에서는 나름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현재의 제도는 사회보험의 목적을 우선한 결과이지만, 계약자유 원칙과의 긴장을 완전히 해소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리하여 양 가치의 조화를 위한 입법론적·해석론적 논의는 앞으로도 계속될 필요가 있다고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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