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문자 한 통에 흔들린 안보 체계

‘소통 오류’라는 말 뒤에 가려진 지휘체계의 민낯

김승호 수도권 취재본부 본부장 | 기사입력 2026/08/04 [09:55]

[기자칼럼] 문자 한 통에 흔들린 안보 체계

‘소통 오류’라는 말 뒤에 가려진 지휘체계의 민낯

김승호 수도권 취재본부 본부장 | 입력 : 2026/08/04 [09:55]

▲ 국방부가 최근 최전방 실탄 미장착, 미군 무인기 오인 소동 등 논란과 관련해 한기성 육군 1군단장(중장)을 3일부로 직무배제 조치했다고 밝혔다. 육군 1군단 제공  © 김승호 수도권 취재본부 본부장

 

[기자컬럼] 김승호 기자 = 미군 정찰 무인기를 우리 군이 ‘미확인 비행체’로 오인하고 격추할 뻔한 사건의 전말이 드러났다.

 

미군은 한미연합훈련을 위해 띄울 무인기의 비행 계획을 전날 육군 1군단 실무자에게 문자메시지로 통보했고, 해당 실무자는 이를 상급자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결국 한미 간 훈련 정보가 지휘계통을 따라 제대로 공유되지 못하면서 자칫 심각한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것이다.

 

국방부는 사태의 책임을 물어 육군 1군단장을 직무배제했다.

 

그러나 국민이 주목해야 할 것은 한 사람의 문책으로 끝낼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군의 생명은 보고와 지휘, 그리고 절차다. 특히 최전방과 공역을 관리하는 군 조직에서 ‘문자 한 통’을 공식적인 작전 절차처럼 취급하고, 이를 보고하지 않은 채 실무자의 판단으로 넘겼다면 이는 단순한 착오라고 보기 어렵다.

 

더욱이 미군 역시 정식 공문과 승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전날 문자메시지로 비행 계획을 전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양국 실무자 사이에서 이런 방식이 관행적으로 이루어져 왔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한미동맹은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 그러나 신뢰는 규정을 대신할 수 없다.

 

전시와 평시를 막론하고 군사작전에는 명확한 절차와 책임 소재가 있어야 한다.

 

특히 무인기와 드론이 일상화되고 하늘의 감시·정찰 영역이 복잡해지는 상황에서 어느 나라의 항공기가 어떤 목적과 경로로 비행하는지 명확히 확인하지 못한다면 오인 대응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이번 사건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은 ‘보고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라는 실무자의 판단이다.

 

그 판단이 틀렸을 경우 피해를 감당하는 것은 개인이 아니라 국가다.

 

더구나 군에서 실무자의 자의적 판단이 지휘체계를 건너뛰는 순간 지휘관은 정확한 상황을 파악할 수 없고, 현장 부대는 잘못된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커진다.

 

최근 잇따른 군 관련 논란까지 함께 돌아볼 필요가 있다.

 

실탄 미장착 논란에 이어 이번에는 미군 무인기를 적기로 오인할 뻔한 사건까지 발생했다.

 

개별 사건마다 사정은 다르겠지만, 국민 입장에서는 군의 기본적인 대비태세와 보고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군은 국민의 세금으로 유지되고 국가의 생명선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다.

 

따라서 책임자 한 명을 직무에서 배제하는 것만으로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기 어렵다. 왜 공식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는지, 왜 실무자의 판단이 상급부대에 보고되지 않았는지, 왜 이런 관행이 반복됐는지까지 철저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그리고 책임 소재 역시 분명히 해야 한다.

 

문자 한 통이 보고체계를 대신할 수 없고, 관행이 규정을 대신할 수 없으며, 실무자의 판단이 지휘관의 지휘를 대신할 수 없다.

 

이번 사건은 한미 간 소통체계를 다시 세우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미군과 우리 군 모두 공역통제와 훈련 정보 공유에 관한 공식 절차를 명확히 하고, 문자나 구두 통보에 의존하는 관행을 근절해야 한다. 동시에 일선 장병들이 ‘무엇을 어디까지 보고해야 하는가’를 명확히 알 수 있도록 교육과 지휘체계도 재정비해야 한다.

 

안보에는 연습이 없다. 한 번의 오판이 국가적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을 단순한 해프닝으로 넘긴다면 같은 문제가 또 발생할 수 있다. 오히려 이번 일을 계기로 보고체계, 공역통제, 한미 간 정보공유, 지휘책임의 전 과정을 원점에서 점검해야 한다.

 

국민이 군에 요구하는 것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다. 규정대로 움직이고, 정확히 보고하며, 신속하게 판단하는 군. 그것이 강한 군대의 출발점이며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안보의 기본이다.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