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고뉴스] 김승호 기자 = 해외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이재명 대통령이 도착 직후부터 국정 현안에 대한 긴급 점검에 나섰다. 국정의 중심을 다시 국내 현안으로 돌리며 형사사법체계 개편을 비롯한 주요 현안을 직접 챙기는 모습이다.
특히 이 대통령이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은 단순히 하나의 법률안에 대한 판단을 넘어, 우리 형사사법 시스템을 바라보는 국정철학을 분명히 한 것으로 평가된다.
핵심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다. 그동안 검찰은 수사권과 기소권, 영장청구권 등 형사사법의 핵심 권한을 광범위하게 행사해 왔다. 이러한 권한이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고 법과 원칙을 바로 세우는 데 사용돼야 하지만, 권한이 한 기관에 집중될 경우 그 자체가 또 다른 위험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 대통령이 “수사·기소 분리는 비정상적인 형사사법 시스템을 정상화하겠다는 첫 출발”이라고 강조한 배경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권력기관 개혁의 본질은 특정 기관을 약화시키는 데 있지 않다. 어떤 권력기관도 국민 위에 군림할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이 국가기관에 권한을 위임한 것은 무제한적인 권력을 행사하라는 뜻이 아니다.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공동체의 질서를 유지하라는 의미다. 따라서 권한에는 반드시 책임이 뒤따라야 하며, 권력에는 견제와 균형이라는 안전장치가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 대통령이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해 국회의 입법권을 존중하면서 거부권을 행사할 정도의 위헌적·헌정질서적 사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은 삼권분립의 원칙이라는 측면에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 검찰의 권한을 분산하는 과정에서 경찰의 수사권이 지나치게 비대해지는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권력기관 개혁이 한 기관의 권한을 다른 기관으로 옮기는 단순한 ‘권한 이동’으로 끝난다면 개혁의 의미는 퇴색할 수밖에 없다.
검찰이든 경찰이든, 또는 앞으로 새롭게 만들어질 어떤 수사기관이든 국민의 통제와 법률의 테두리 안에 있어야 한다.
특히 수사 과정에서 억울한 국민이 발생하지 않도록 수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는 제도적 장치가 중요하다. 수사권이 커질수록 그에 걸맞은 통제장치와 책임성 역시 강화돼야 한다.
검찰개혁의 목표가 ‘검찰을 잡는 것’이어서는 안 되고, 경찰개혁의 목표 역시 ‘경찰을 키우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궁극적인 목표는 오직 하나, 국민이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는 형사사법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이 대통령이 경찰 수사권 독점과 비대화에 대한 우려를 직접 언급하며 관련 법령과 제도 정비의 후속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속도보다 완성도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되 수사의 전문성과 역량을 높이고, 경찰 수사에 대한 실효적인 통제장치를 마련하며, 기관 간 견제와 협력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수사기관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 보장돼야 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수사기관의 방향이 흔들린다면 아무리 훌륭한 제도라도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대한민국의 사법개혁은 이제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다.
권력기관이 서로의 권한을 나누어 갖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국민의 기본권을 최우선에 두고, 모든 권력기관을 국민의 통제 아래 두는 구조를 완성해야 한다.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이 그 출발점이라면, 다음 단계는 더욱 중요하다.
검찰의 과도한 권한은 내려놓게 하되 경찰의 권한 역시 견제하고, 수사기관의 권한 행사는 투명하게 공개하며, 잘못된 수사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촘촘한 안전망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사법 정상화다. 권력의 주인은 기관이 아니라 국민이다. 국민이 부여한 권한은 국민을 위해 행사돼야 하고, 그 권한이 국민을 향할 때는 반드시 법과 원칙, 견제와 균형이라는 울타리 안에 있어야 한다.
이제 대한민국의 형사사법 개혁은 ‘누가 더 많은 권한을 갖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를 위해 권한을 행사하느냐’의 문제로 나아가야 한다.
그 답은 명확하다. 국민이다. 그리고 그 원칙이 지켜질 때 비로소 사법 정상화라는 말도 국민에게 신뢰받는 현실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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