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찬옥 칼럼] 박근혜 씨에게 필요한 것은 정치가 아니라 국민에 대한 참회

조찬옥 (사)민주화추진협의회 사무총장 | 기사입력 2026/08/05 [12:07]

[조찬옥 칼럼] 박근혜 씨에게 필요한 것은 정치가 아니라 국민에 대한 참회

조찬옥 (사)민주화추진협의회 사무총장 | 입력 : 2026/08/05 [12:07]

[신문고뉴스] 조찬옥 칼럼 = 대한민국 헌정사는 수많은 정치적 갈등을 겪어왔지만, 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파면된 사례는 매우 이례적이다. 박근혜 씨는 국회의 탄핵소추를 거쳐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결정으로 대통령직에서 파면됐고, 이후 형사재판을 통해 여러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후 특별사면으로 석방됐지만 사면은 형벌의 집행을 면제하는 제도일 뿐, 역사적·정치적 책임까지 없애는 것은 아니다. 사면은 법률상 처분일 뿐 국민의 기억과 역사적 평가는 별개의 문제이며, 그 책임 역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 유세지원에 나선 박근혜 전 대통령     ©신문고뉴스

 

그런데 최근 박근혜 씨의 행보를 보면 많은 국민들은 의문을 품게 된다.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선 데 이어 최근에는 영남과 강원 지역 국민의힘 의원들과 공개적으로 만찬을 갖는 등 정치적 영향력을 드러내는 모습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 활동은 개인의 자유일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의 신뢰를 잃고 헌정질서를 훼손한 책임으로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전직 대통령이라면 정치적 행보에 앞서 국민 앞에서 충분한 반성과 성찰을 보여주는 것이 먼저라는 목소리 또한 적지 않다.

 

탄핵은 단순한 정치적 대립이나 정쟁의 결과가 아니었다. 헌법재판소는 대통령의 헌법과 법률 위반이 중대하다고 판단했고, 그 결정은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전환점으로 기록됐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은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는다.

 

더욱이 당시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인물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은 형이 확정돼 현재까지 복역 중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민들 사이에서는 왜 책임에 대한 깊은 성찰보다 정치적 행보가 먼저인가라는 의문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제는 박근혜 씨의 명예를 회복해야 할 때라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명예는 누군가가 선언하거나 돌려주는 것이 아니다. 국민의 신뢰를 잃게 만든 원인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고 그 책임을 끝까지 받아들이려는 자세 속에서 자연스럽게 회복되는 것이다.

 

더욱이 '이제는 명예회복을 해야 한다'는 주장 역시 신중해야 한다. 명예는 정치권의 선언으로 회복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 앞에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을 다하는 진정성 있는 태도가 있을 때 비로소 회복될 수 있다.

 

만약 시간이 지났다는 이유만으로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는 논리가 일반적인 원칙이 된다면 앞으로 다른 중대한 헌정질서 위반 사건에도 같은 논리가 적용돼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법적 판단과 정치적 책임의 원칙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에 대한 또 다른 사회적 논쟁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복수가 아니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진정성 있는 반성과 책임이다.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잘못을 저지른 사람에게도 법과 절차에 따른 권리를 보장하지만, 동시에 공직자의 책임 또한 엄중하게 묻는다. 특히 국가 최고지도자였던 사람이라면 그 책임은 더욱 무거울 수밖에 없다.

 

민주주의는 권력보다 책임을 먼저 요구한다. 전직 대통령이라는 이름은 명예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 앞에 더 큰 책임을 지는 자리이기도 하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과거를 끝없이 들춰내자는 것이 아니라 잘못을 인정하고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만드는 성숙한 정치문화다.

 

사면은 국민 통합을 위한 제도이지 과거를 잊자는 선언이 아니다. 용서는 피해를 입은 국민이 하는 것이며, 신뢰는 반성과 행동을 통해 다시 쌓아가는 것이다. 법적 사면이 곧 도덕적 면죄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정치권 역시 잊지 말아야 한다.

 

대한민국은 법치와 민주주의 위에 서 있는 나라다. 헌법을 누구보다 앞장서 지켜야 할 대통령이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해 탄핵이라는 역사적 결말을 맞았다면 정치적 복귀를 논하기에 앞서 국민 앞에 깊이 머리 숙이는 모습이 먼저였어야 한다.

 

역사는 권력을 가졌던 사람보다 자신의 잘못을 끝까지 책임졌던 사람을 더 오래 기억한다. 그것이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이 지켜야 할 원칙이며, 헌법과 국민 위에 설 수 있는 권력은 없다. 역사 앞에서 책임지는 자세야말로 공직을 맡았던 모든 이들이 끝까지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의무이다.

 

조찬옥 / (사)민주화추진협의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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