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고뉴스] 심춘보 논설위원 = 춘추시대 최고의 재상이자 '관포지교'라는 고사성어 속의 주인공인 관중의 이야기를 떠올려 봅니다.
당시 제나라 희공은 셋째 아들 소백을 포숙아에게, 둘째 아들 규를 관중과 소홀에게 맡겼습니다. 왕위 계승 다툼 속에서 신변의 위협을 느낀 포숙아는 소백을 데리고 거나라로, 관중은 규를 데리고 노나라로 피신합니다.
이후 제나라에서 소백을 군주로 세우려 하자, 관중은 자신이 섬기는 규를 왕위에 올리기 위해 제나라로 향하는 소백의 길목을 막아섰습니다. 관중은 소백을 죽이기 위해 화살을 쏘았으나, 화살이 허리띠 쇠장식에 맞으며 소백은 목숨을 건졌습니다.
결국 소백이 왕위에 오르고, 그가 바로 춘추오패의 첫 번째 패자인 제환공입니다. 자신을 죽이려 했던 관중을 처형하려던 환공에게 포숙아는 이런 말을 하며 만류합니다.
"전하께서 제나라 하나만 다스리시겠다면 저나 습붕 정도로 충분합니다. 그러나 천하의 패자가 되어 제후들을 이끌고자 하신다면 반드시 관중이 필요합니다. 지난 원한을 잊으시고 그를 과감히 등용하십시오."
환공은 이 제언을 받아들여 관중을 재상으로 삼았습니다. 그리고 관중은 대대적인 개혁을 단행하며 제나라를 춘추시대 최초의 패권국으로 만들었습니다.
요즘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지켜보고 있노라면 이 고사가 겹쳐집니다.
정청래 후보는 김민석 후보를 향해 '배신자'라는 프레임을 반복해서 씌우고 있습니다. 과거 2002년 대선 당시 정몽준 후보를 선택했던 이력을 문제 삼는 것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참으로 비루하고 옹졸한 발상입니다.
정치인의 과거 행보에 대한 검증은 당연히 필요합니다. 그러나 김민석은 이미 20년 가까운 세월 혹독한 정치적 형벌을 치렀고, 이후 민주당원 자격 회복으로 총선 출마를 통해 당원과 대중의 평가를 거쳤습니다. 정당한 검증의 영역을 넘어 이미 대가를 치른 과거를 끝없이 끌어내 공격하는 것은 검증이 아니라 구태 정치의 전형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만약 그가 배신자라면, 노무현 탄핵에 앞장섰던 이들은 어떻게 평가해야 합니까? 현 추미애 경기도지사는 당시 민주당 대표로 열린우리당에 맞서 노무현 탄핵에 앞장섰습니다. 그러나 그는 민주당 대표를 역임했고, 문재인 정부 법무부장관을 역임했습니다. 이처럼 김민석이 기준이라면 지금 민주당 안에 배신자는 한둘이 아닐 것입니다.
민주당의 역사는 포용과 통합으로 외연을 확장해 온 역사였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자신을 사형선고까지 내렸던 정적들을 품었고, 당은 분열과 갈등의 상처를 가진 수많은 인사들을 대승적으로 복당시키며 정권 창출의 기반을 다져왔습니다. 김민석을 배신자로 몰아세우는 것은 민주당 스스로가 걸어온 통합의 역사를 부정하는 일입니다.
축구에서 백태클은 동업자 정신을 훼손하는 행위이기에 예외 없이 즉시 퇴장입니다. 정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정치는 치열하게 경쟁하는 영역이지만, 동시에 민주주의를 함께 운영해 나가는 동업자적 책임을 지는 일입니다. 하물며 같은 진영 내부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상대의 오래된 상처를 후벼 파내면 지지층의 순간적인 환호를 얻을 수는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것이 국민에게 희망을 주지는 못합니다. 도리어 리더로서의 자질과 그릇을 의심 받게 만들 뿐입니다.
지금 대한민국 앞에는 산적한 과제가 놓여 있습니다. 그럼에도 여당의 전당대회가 죽기 아니면 살기 식의 살벌한 전쟁터로 변질된 것은 결코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닙니다. 이런 모습으로 어떻게 총선 승리와 정권 재창출을 장담할 수 있겠습니까?
관중이 완벽해서 품은 것이 아닙니다. 자신에게 화살을 쏘았던 치명적 과오가 있었음에도, 등용한 환공의 결단에 주목해야 합니다. 지금 민주당 지도부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그 대승적 리더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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