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이스라엘대사관 앞에 “모든 이스라엘 군인은 전쟁범죄자” 현수막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 74차 집회까지 이어가…이스라엘 국채 투자 철회도 요구

이재상 기자 | 기사입력 2026/08/24 [11:39]

주한 이스라엘대사관 앞에 “모든 이스라엘 군인은 전쟁범죄자” 현수막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 74차 집회까지 이어가…이스라엘 국채 투자 철회도 요구

이재상 기자 | 입력 : 2026/08/24 [11:39]

[신문고뉴스] 이재상 기자 = 주한 이스라엘대사관 인근에 이스라엘군을 ‘전쟁범죄자’라고 규정하고 철수를 요구하는 대형 현수막이 등장했다. 현수막에는 한국어뿐 아니라 히브리어와 영어, 아랍어로 같은 취지의 강도 높은 이스라엘군 규탄 문구가 적혔다.

 

‘팔레스타인 긴급행동’ 측이 공개한 게시물과 현장 사진을 보면 현수막 왼쪽 상단에는 정의당 로고와 함께 ‘정당지정 설치’ 표시가 있으며, 게시 기간은 ‘2026·8·22~9·5’로 적혀 있다. 관련 게시물은 “팔레스타인 긴급행동에 함께 하는 정의당에서 게첩했다”고 밝혔다.

 

 

현수막 중앙의 한국어 문구는 “모든 이스라엘 군인은 전쟁범죄자다. 점령군-강간범-살인범, 이 땅에서 나가라!”는 내용이다. 바로 아래에는 같은 취지의 영어와 아랍어 문구가 배치됐고 상단에는 대형 히브리어 문구가 적혔다.

 

히브리어 “כל חיילי צה״ל הם פושעי מלחמה / כובשים - אנסים - רוצחים / לא רוצים אתכם כאן!”은 한국어로 옮기면 대체로 “모든 이스라엘군(IDF) 병사들은 전쟁범죄자다 / 점령자들-강간범들-살인자들 / 우리는 당신들을 이곳에서 원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영어로 적힌 “ALL ISRAELI SOLDIERS ARE WAR CRIMINALS / OCCUPIERS - RAPISTS - MURDERERS / WE DON'T WANT YOU HERE!” 역시 “모든 이스라엘 군인은 전쟁범죄자다 / 점령자들-강간범들-살인자들 / 우리는 당신들이 이곳에 있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아랍어 **“جميع الجنود الإسرائيليين مجرمو حرب / محتلون - مغتصبون - قتلة / لا نريدكم هنا!”도 같은 취지로, “모든 이스라엘 군인은 전쟁범죄자다 / 점령자들-강간범들-살인자들 / 우리는 당신들을 이곳에서 원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번역할 수 있다.

 

현수막을 소개한 팔레스타인 연대 측은 “대사관을 방문하는 이스라엘 전·현직 군인들을 위해 히브리어도 적었다”고 밝혔다. 다만 ‘모든 이스라엘 군인은 전쟁범죄자’라는 표현은 해당 단체와 현수막 게시 주체의 정치적 주장으로, 개별 군인의 전쟁범죄 책임이 사법적으로 확정됐다는 의미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 시민사회 이스라엘 규탄 행동 장기화…74차 긴급행동

 

이번 현수막 게시의 배경에는 국내 시민사회단체들이 2023년 가자전쟁 이후 지속해 온 팔레스타인 연대 활동이 있다.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은 주한 이스라엘대사관 인근을 중심으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군사작전을 규탄하는 집회와 기자회견을 이어오고 있다.

 

가장 최근인 지난 8월 22일에는 청계천 SK서린빌딩 뒤편 주한 이스라엘대사관 인근에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집단학살 규탄 74차 긴급행동’을 열고 국민연금과 한국투자공사를 향해 이스라엘 국채 투자를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주최 측은 이스라엘의 공격과 가자지구 봉쇄가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하며 한국의 공적 투자기관 역시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앞서 지난 7월 25일 열린 72차 긴급행동에서는 요구 수위가 외교관계 문제로까지 확대됐다. 당시 주최 측은 ‘집단학살, 전쟁범죄 국가 이스라엘과 수교 파기하라!’를 집회 구호로 내걸고 한국 정부의 대이스라엘 정책 변화를 촉구했다.

 

6월 13일 열린 69차 긴급행동에서도 가자지구뿐 아니라 요르단강 서안에서 발생하는 폭력과 인권침해 문제가 제기됐다. 주최 측은 이스라엘군과 정착민에 의한 팔레스타인 주민 대상 폭력을 비판하면서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했다.

 

 ■ “군사점령 끝내라”…2023년부터 이어진 연대 집회

 

이 같은 움직임은 최근 시작된 것이 아니다.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은 2023년 11월 주한 이스라엘대사관 인근에서 집회를 열어 “일시 휴전 아닌 지속적이고 완전한 휴전”,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군사점령 끝내라” 등의 요구를 제기했다.

 

당시 집회에는 재한 팔레스타인인을 포함해 약 500명이 참여한 것으로 주최 측은 밝혔다. 참가자들은 가자지구 희생자를 상징하는 조형물과 희생자 명단이 적힌 현수막 등을 들고 행진하며 이스라엘 정부에 군사작전 중단과 팔레스타인 점령 종식을 요구했다.

 

2024년 3월에는 긴급행동에 참여한 166개 단체가 공동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중단과 군사점령지 철수, 미국의 대이스라엘 군사지원 중단 등을 요구했다. 한국 정부를 향해서도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같은 해 8월 열린 21차 긴급행동에서는 병원과 학교 등에 대한 공격과 민간인 피해를 비판하면서 국제사법재판소(ICJ)의 긴급명령과 국제법 준수를 요구했다. 당시 시민사회는 이스라엘과 이란 간 군사적 긴장 고조에 대해서도 중동 전체로 전쟁이 확대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 이스라엘 비판, ‘군사행동 책임’과 ‘개인 일반화’ 구분 필요

 

이번 현수막은 그동안 국내 팔레스타인 연대단체들이 제기해 온 ‘가자지구 공격 중단’과 ‘군사점령 종식’ 요구에서 한층 더 강한 표현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특정 정부 정책이나 군사작전을 넘어 “모든 이스라엘 군인은 전쟁범죄자”라고 규정했다는 점에서 논쟁이 예상된다.

 

전쟁범죄 여부와 개인의 형사책임은 구체적인 행위와 증거에 따라 국제법과 사법절차를 통해 판단돼야 한다. 따라서 현수막의 표현은 이스라엘군 전체를 향한 게시 단체의 정치적 규탄 구호로 보도하는 것이 정확하며, 이를 개별 군인 모두에 대한 법적 판단으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반면 팔레스타인 연대 시민사회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군사행동과 봉쇄에 대한 국제적 책임을 지속적으로 제기하면서 한국 정부와 기업, 공적 투자기관도 이스라엘과의 군사·경제 관계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단순한 휴전 촉구를 넘어 외교관계와 투자 문제까지 문제 제기의 범위를 넓히는 양상이다.

 

이번 주한 이스라엘대사관 인근 현수막 역시 이러한 국내 팔레스타인 연대운동의 연장선에 있다. 정의당이 게시한 것으로 소개된 현수막이 한국어·히브리어·영어·아랍어 등 4개 언어를 사용하면서 이스라엘군을 직접 겨냥한 만큼 향후 이스라엘 측의 반응과 국내 정치권의 논쟁 여부에도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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