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고뉴스] 김승호 기자 =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대한민국의 파병 문제가 다시 정치권의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먼저 분명히 해야 할 것이 있다. 아직 파병은 결정된 것이 아니다. 정부는 현재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로운 항행과 중동의 평화·안정을 위한 실질적인 기여 방안을 국제사회와 협의하며 검토하는 단계라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정치권에서는 마치 정부가 당장 전투병을 보내기로 결정한 것처럼 논란부터 키우는 모습이다. 더욱이 과거 미국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호응해야 한다며 해외 파병과 한미동맹 강화를 주장했던 세력이 이제 와서 정부의 검토 자체를 문제 삼는다면, 국민 입장에서는 그 판단의 기준이 무엇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파병 문제는 단순히 한미동맹의 차원에서 접근할 사안이 아니다. 무엇보다 대한민국의 국익이라는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적인 주요 에너지 수송로이며,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와 국민생활 역시 이 해상교통로의 안정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따라서 국제사회가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과 자유로운 항행을 위해 공동 대응에 나선다면 대한민국 역시 책임 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그 역할이 반드시 전투병 파병이나 직접적인 군사작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거론되는 것처럼 해상초계기나 군수지원함, 폭발물처리(EOD) 전력 등 비전투 또는 방어적 성격의 자산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수색·구조와 선박 안전 지원, 기뢰 제거 지원, 해상 감시와 정보 제공 등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의 해상안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특히 영국과 프랑스가 주도하는 다국적 해상안전 협력 구상이 논의되고 여러 국가가 참여하는 국제적 공조의 틀이 마련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을 특정 국가의 군사적 요구라는 좁은 틀에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국제적인 해상안전과 에너지 안보라는 보다 넓은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이 선택해야 할 길도 분명해진다. 미국의 요구에 무조건 따르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국제사회의 공동 노력에서 무조건 빠지는 것도 아니다. 영국·프랑스를 비롯한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의하면서 대한민국의 국익에 부합하고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 장병의 안전과 한반도 안보태세를 최우선에 놓아야 한다. 동시에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에너지 수송로의 안정이 대한민국 경제와 산업, 국민생활에 미치는 영향까지 냉정하게 따져 우리의 참여가 가져올 실질적인 이익과 위험을 함께 계산해야 한다.
실제 파병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른다면 국회의 충분한 논의와 동의 절차를 거치는 것은 당연하다. 정부 역시 국민에게 파병의 목적과 임무, 예상되는 위험과 비용, 대한민국이 얻을 수 있는 외교·안보·경제적 실익이 무엇인지 투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국민의힘 역시 정부가 최종 결정을 내렸는지조차 확인하기 전에 이를 정쟁으로 몰아가기보다 국회에서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책임 있는 자세일 것이다. 실제 국민의힘도 4일 파병에는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다며 정부가 추진 배경과 실익을 국민에게 투명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대한민국은 이제 국제사회의 책임을 무조건 외면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경제 규모와 국제적 위상이 커진 만큼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을 위한 공동 노력에도 그에 걸맞은 역할을 요구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국제연대와 군사적 개입은 결코 같은 말이 아니다.
때문에 우리의 국익을 지키면서 국제사회에도 기여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안전한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호르무즈 해협 문제를 여야의 정쟁 소재로 소비할 것이 아니라 국익·동맹·국제연대·장병 안전이라는 네 가지 원칙을 놓고 냉정하고 치밀하게 판단해야 한다.
결국 파병을 하느냐 마느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이 어떤 원칙과 명분을 가지고 국제사회에 참여하느냐는 것이다. 미국의 요구라서 따르는 것도, 정치적 반대를 위해 무조건 거부하는 것도 국익 외교가 될 수 없다.
대한민국의 국익을 중심에 놓고 국제사회와 협력하되 군사적 위험은 최소화하는 것, 그리고 필요하다면 국회의 동의와 국민적 공감 속에서 책임 있게 행동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국익 외교이며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이 보여줘야 할 책임 있는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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