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연임 불출마 선언’ 요구에 “도둑질 안 하겠다는 말 굳이 해야 하나”

임두만 기자 | 기사입력 2026/09/05 [22:15]

李, ‘연임 불출마 선언’ 요구에 “도둑질 안 하겠다는 말 굳이 해야 하나”

임두만 기자 | 입력 : 2026/09/05 [22:15]

[신문고뉴스] 임두만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개헌 추진의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 ‘연임 불출마’를 명시적으로 선언해야 한다는 정치권 일각의 요구에 대해 “도둑질은 안 하겠다고 하라고 하는 것과 같은데 그런 말을 굳이 해야 하나”라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현행 헌법상 대통령 임기 연장이나 중임제 개헌이 이뤄지더라도 현직 대통령에게 적용할 수 없는 만큼 별도의 불출마 선언 자체가 불필요하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 시민사회초청간담회에서 발언하는 이재명 대통령 (사진, 청와대)     

 

이 대통령의 발언은 지난 4일 청와대에서 열린 시민사회 초청 간담회에서 나왔다. 이날 간담회는 국민주권정부 2년 차를 맞아 시민사회와 소통을 강화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국정에 반영하기 위해 마련됐으며, 이승훈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과 주제준 한국진보연대 정책위원장 등 시민사회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간담회는 예정 시간을 넘겨 약 3시간30분 동안 진행됐다.

 

복수의 참석자에 따르면 이날 자유토론 과정에서 이 대통령에게 “연임을 안 하겠다고 좀 더 명시적으로 얘기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취지의 질문이 나왔다. 이에 이 대통령은 “도둑질은 안 하겠다고 하라고 하는 것과 같은 것인데 그런 말을 굳이 해야 하나”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이어 연임을 추진한다고 해도 “국민도 국회도 안 받아들일 텐데 그런 말을 뭐하러 하느냐”는 취지의 언급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자신이 연임을 목적으로 개헌을 추진할 가능성 자체가 헌법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성립하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발언의 배경에는 정치권에서 이어져 온 ‘연임 개헌’ 논란이 자리 잡고 있다.

 

이 대통령이 권력구조 개편을 포함한 개헌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야권에서는 개헌 논의가 현직 대통령의 임기나 연임 문제와 연결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이 대통령이 직접 ‘연임하지 않겠다’고 선언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돼 왔다.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이번 발언 이후에도 “‘연임 없다’ 네 마디면 된다”며 명시적인 입장 표명을 거듭 압박했다.

 

그러나 현행 헌법에는 현직 대통령의 임기 연장이나 중임을 위한 개헌을 현직 대통령 자신에게 적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명시적인 제한 규정이 있다. 헌법 제128조 2항은 ‘대통령의 임기 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한 헌법개정은 그 헌법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해서는 효력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청와대 역시 앞서 이 대통령의 연임 가능성을 여러 차례 부인한 바 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7월29일 이 대통령이 연임 문제에 대해 “우리나라 헌법 체계가 허용하지 않고, 국민도 용인하지 않을 것이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강 실장은 당시 이 같은 입장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이어져 온 이 대통령의 일관된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 대통령이 이번 간담회에서 ‘도둑질’에 빗대 답변한 것은 연임하지 않겠다는 별도의 정치적 선언을 하지 않더라도 이미 헌법이 이를 금지하고 있으며, 자신 역시 연임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반면 국민의힘은 5일 이 대통령의 발언을 문제 삼으며 공세를 이어갔다.

 

조용술 국민의힘 대변인은 “‘도둑질하지 않고 바르게 살겠다’는 말 한마디가 그렇게 어려운가”라며 개헌이 특정 대통령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국민의 기본권과 국가의 미래를 위한 논의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명확한 불출마 선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장동혁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인사들도 이 대통령을 향해 명시적인 연임 포기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결국 논쟁의 핵심은 헌법적으로 가능한지 여부보다는 개헌 추진의 정치적 신뢰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맞춰지는 모습이다. 청와대는 현행 헌법상 적용 자체가 불가능한 사안을 두고 별도의 선언을 요구하는 것은 불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야권은 개헌 논의에서 대통령 개인의 이해관계를 완전히 배제한다는 정치적 선언이 필요하다고 맞서고 있다.

 

한편 이날 시민사회 간담회에서 이 대통령은 개헌 문제뿐 아니라 호르무즈 해협 파병 검토, 임신중지 의약품 미프진 도입, 대북·대미 관계와 북미 대화 가능성 등 여러 현안에 대한 의견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에 대해서는 “정해진 게 없다”는 취지로 답하면서 한반도 대비태세와 국제사회의 해상안전 협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청와대의 공식 브리핑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이날 시민사회 관계자들에게 “대한민국 민주화 역사에서 언제나 시민사회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며 향후 사회 대개혁 과정에서도 시민사회의 역할을 강조했다. 또 참석자들이 제안한 사안 가운데 국정에 반영할 수 있는 내용은 적극 검토하고 앞으로도 시민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경청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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