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누구를 위한 기본소득당이며, 누구를 위한 의원직인가

김승호 수도권 취재본부 본부장 | 기사입력 2026/09/06 [13:34]

[취재수첩] 누구를 위한 기본소득당이며, 누구를 위한 의원직인가

김승호 수도권 취재본부 본부장 | 입력 : 2026/09/06 [13:34]

[신문고뉴스] 김승호 기자 =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뒤에도 비례대표 국회의원직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용 후보자는 자신이 의원직을 사퇴할 경우 기본소득당이 원외정당이 될 수 있다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이번 선택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더욱 엄격해질 수밖에 없다.

 

▲ 용혜인 의원이 국회 상임위에서 질의하고 있다     ©자료사진

 

정치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 가운데 하나는 명분을 앞세운 과욕이다. 법과 제도가 허용한다고 해서 모든 선택이 정치적으로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며, 공직자의 선택에는 법적 가능성을 넘어 국민의 눈높이와 정치적 책임이라는 더 엄격한 기준이 따라야 한다.

 

물론 현행법상 국회의원이 국무위원을 겸직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나 법적으로 가능하다는 것과 정치적으로 바람직하다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이며, 실제 정치권에서도 비례대표 의원이 장관으로 입각할 경우 의원직을 내려놓고 국무위원 직무에 전념하는 사례가 이어져 왔다.

 

더구나 용 의원이 의원직을 사퇴하면 당시 비례연합정당의 승계 순서에 따라 다른 후보가 의원직을 이어받게 되고, 기본소득당은 원외정당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이번 논란의 핵심이다. 결국 국회의원 한 석과 정당의 원내 지위를 지키기 위해 장관직과 의원직을 동시에 유지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여기에서 국민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그 의원직은 국민을 위한 것인가, 아니면 정당을 위한 것인가?” 국회의원직이 특정 정당의 원내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인식되는 순간, 국민의 대표라는 국회의원의 본질적 의미 역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기본소득을 주장하며 국민의 보편적 권리와 공정성을 강조해 온 정치인이 정작 자신의 정치적 지위와 정당의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에서는 다른 기준을 적용한다면 이를 국민에게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정치적 신념은 다른 사람에게 요구할 때보다 자신의 이해관계가 걸렸을 때 어떤 선택을 하느냐를 통해 더 분명하게 평가받는다.

 

특히 배우자가 기본소득당 당직자로 급여를 받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른바 ‘가족정당’이라는 비판적 표현까지 등장하고 있다.

 

물론 이 문제는 정치적 공방이나 추측만으로 단정할 일이 아니라, 실제 당직 수행 여부와 급여 지급의 적절성, 정당의 재정 구조 등을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검증해야 할 사안이다.

 

정치는 개인의 경력이나 가족의 생계를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국회의원도 국민을 위한 자리이고 장관도 국민을 위한 자리인 만큼, 두 자리를 모두 갖는 것이 법적으로 가능하더라도 그것이 과연 국민의 눈높이와 정치윤리에 부합하는지는 별도로 따져봐야 한다.

 

성평등과 가족 정책을 책임지는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면 국회의원직을 내려놓고 하나의 직분에 온전히 전념하는 것이 오히려 국민 앞에 더 떳떳한 선택일 수 있다. 반대로 국회의원으로서 기본소득당의 원내 활동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다면 장관직을 고사하고 의원으로 남는 것도 하나의 분명한 선택이다.

 

최근 국민 여론을 묻는 조사에서도 현직 국회의원이 장관이 될 경우 의원직을 사퇴하고 장관직에 전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응답이 80.9%로 나타났다고 한다. 다만 이 조사는 용혜인 후보자 개인을 직접 지목한 조사가 아니라 일반적인 국회의원·장관 겸직에 대한 국민 인식을 조사한 결과라는 점에서 확대 해석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용혜인 후보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자리가 아니라 더 큰 책임이다. 기본소득을 이야기하기 전에 기본적인 정치윤리와 책임의 원칙부터 돌아보고, 정당의 존립을 위해 의원직을 유지하는 것이 과연 국민에게 설득력이 있는지, 장관직까지 맡으면서 국회의원직을 유지하는 것이 자신이 강조해 온 공정의 가치와 부합하는지 스스로 답해야 한다.

 

과욕에는 브레이크가 필요하다. 국회의원직을 내려놓고 장관직에 전념하든, 장관 후보에서 물러나 국회의원으로 남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선택과 책임을 분명히 하는 것이 정치인의 자세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두 개의 자리를 동시에 움켜쥔 정치인이 아니라 하나의 자리라도 제대로 책임지는 정치인이다. 권한을 얼마나 많이 갖느냐가 아니라 맡은 권한에 얼마나 무겁게 책임지느냐가 공직자를 평가하는 기준이어야 한다.

 

“누구를 위한 기본소득당인가. 그리고 누구를 위한 의원직인가.” 이제 이 질문에 용혜인 후보자가 국민 앞에서 명확하게 답해야 할 때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성평등가족부 #장관후보자 #국회의원겸직 #비례대표 #인사청문회 #정치윤리 #공직자책임 #기본소득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