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지뢰 사고 진상 규명하되 한반도 평화 노력 폄훼 빌미 돼선 안 돼”

추광규 기자 | 기사입력 2026/10/01 [10:51]

“DMZ 지뢰 사고 진상 규명하되 한반도 평화 노력 폄훼 빌미 돼선 안 돼”

추광규 기자 | 입력 : 2026/10/01 [10:51]

▲ #지뢰 #수지 반보병지뢰 #목함지뢰 #강구지뢰     ©신문고뉴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최근 발생한 DMZ 지뢰 폭발 사고와 관련해 철저한 진상 규명과 후속 조치를 강조하면서도, 이번 사고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노력을 폄훼하거나 왜곡하는 계기가 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 장관은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9월 28일 독일 정부의 공식 초청으로 국외 출장길에 오른 뒤 목적지 도착 직전 공항에서 DMZ 지뢰 폭발 사고 원인에 대한 우리 군 당국의 발표를 접했다고 전했다.

 

이어 현지에서 북측의 반응까지 실시간으로 보고받으며 서울과 연락을 취해왔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은 “무엇보다 먼저 부상당한 우리 장병과 가족들에게 깊은 위로를 전한다”며 “철저한 조사에 따른 진상 규명과 함께 최종 조사 결과에 따른 조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만 그것이 한반도 평화를 향한 우리의 노력을 폄훼하거나 왜곡하는 빌미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소모적인 정쟁이 아니라 왜 이러한 불행한 일이 반복되는지 깊이 성찰하고 근본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장관은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면 무엇이 문제의 본질인지 냉정하게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도 했다.

 

 DMZ 지뢰 폭발 사고를 상징적으로 형상화한 이미지. 비무장지대의 군사적 긴장과 장병들의 위험한 현실을 보여준다.     © 신문고뉴스

 

독일·아일랜드 일정 취소하고 귀국

 

정 장관은 독일 통일 기념식 공식 참석과 아일랜드 고위 당국자들과의 면담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귀국길에 오른다고 밝혔다.

 

그는 “해당 국가에 양해를 구했지만 외교적 결례가 아닐까 염려되기도 한다”며 북아일랜드 일정 일부만 소화한 뒤 귀국한다고 설명했다.

 

통일부는 당초 정 장관이 9월 28일부터 10월 5일까지 영국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독일을 방문해 유럽의 갈등 조정과 평화 정착 경험을 살펴보고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감대를 넓힐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 장관은 귀국에 앞서 “9천㎞ 떨어진 이곳에서 한반도를 바라보며 느끼는 감정과 소회를 몇 줄 글로 남긴다”며 북아일랜드의 역사와 평화프로세스를 한반도 현실과 연결해 설명했다.

 

 아일랜드 독립과 내전의 비극을 다룬 영화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을 모티프로 한 이미지. 분단과 갈등, 그리고 평화에 대한 성찰을 상징적으로 담았다. 

 

“아일랜드의 아픈 역사, 우리의 운명과 닮아”

 

정 장관은 켄 로치 감독의 영화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The Wind That Shakes the Barley)’을 언급하면서 아일랜드가 겪어온 식민지배와 분단, 내전의 역사가 한반도의 역사와 닮아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오랜 독립투쟁 끝에 1921년 영국 식민지로부터 해방됐으나 내전의 소용돌이 속에서 형제가 서로에게 총구를 겨누어야 했던 아일랜드 현대사의 비극을 담은 영화”라며 “식민지와 분단, 내전과 폭력 갈등 등 아일랜드의 아픈 역사적 궤적은 우리의 운명과 참 많이 닮아 있다”고 했다.

 

특히 정 장관은 1998년 체결된 ‘성금요일협정’, 즉 벨파스트 평화협정의 의미를 강조했다.성금요일협정은 1998년 4월 10일 영국과 아일랜드 정부, 북아일랜드 주요 정당들이 합의한 평화협정으로, 북아일랜드의 권력분점과 자치정부 체제, 헌법적 지위 변경에 대한 주민 동의 원칙 등을 핵심으로 한다. 

 

정 장관은 이를 두고 “긴 무력 충돌을 끝내고 불가능해 보였던 평화 공존의 길을 마침내 열어젖힌 유럽의 위대한 정치적 유산”이라며 “생각이 다르고 정체성이 달라도 함께 공존하며 살아갈 수 있음을 아일랜드인들은 증명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 1998년 체결된 성금요일협정(벨파스트 평화협정)의 주요 내용과 의미를 정리한 인포그래픽. 협정은 북아일랜드 분쟁 종식을 위한 권력분점과 주민 동의 원칙, 남북·동서 협력 구조를 제도화하며 평화 정착의 토대를 마련했다.  © 신문고뉴스

 

존 흄 묘소 참배 “평화는 적과 만드는 것”

 

정 장관은 과거 유혈 충돌 현장이었던 데리(Derry)와 벨파스트(Belfast)에 여전히 남아 있는 분단의 벽을 둘러본 뒤 데리 시립묘지에 있는 평화주의 정치인 존 흄(John Hume)의 묘소를 찾아 참배했다고 밝혔다.

 

존 흄은 사회민주노동당(SDLP)을 이끌며 북아일랜드 평화협정 체결 과정에 기여했고, 데이비드 트림블과 함께 1998년 노벨평화상을 공동 수상했다. 노벨위원회는 두 사람이 북아일랜드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노력한 공로를 수상 이유로 밝혔다. 

 

정 장관은 존 흄의 정치철학을 소개하며 “평화는 적과 만드는 것이다. 친구나 동료와 평화를 협상할 필요는 없다”며 “피 흘림을 멈추려면 적과 대화해야 한다는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존 흄은 정치가 ‘깃발을 흔들며 싸우는 일’이 되어서는 안 되며 증오와 폭력을 ‘상호 존중과 제도적 공존’으로 바꿔내는 것이 진정한 정치의 힘임을 행동으로 증명했다”고 평가했다.

 

또 “불안과 증오에 편승하는 쉬운 길 대신 그것을 정면으로 돌파하는 인내와 용기만이 결국 평화를 낳는다는 진리를 보여줬다”며 “분단된 대한민국의 정치인들에게 가장 절실히 요구되는 덕목이 바로 존 흄의 정치철학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 데리(Derry)와 벨파스트(Belfast)의 분단의 벽. 북아일랜드 데리와 벨파스트에 남아 있는 ‘분단의 벽’을 형상화한 이미지. 갈등의 흔적 속에서도 평화 공존을 모색해온 북아일랜드의 현실을 보여준다.  © 신문고뉴스

 

“한반도 긴 전쟁 종식하고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정 장관은 글 말미에서 “아일랜드의 보리밭에 불던 피어린 바람은 이제 평화의 바람이 됐다. 그러나 우리의 보리밭에는 여전히 슬픈 바람이 멈추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아일랜드 시인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의 시를 떠올리며 “평화는 물방울처럼 천천히 내리는 것일지 모른다”고 했다.

 

정 장관은 “과거의 비극을 오늘의 희망으로 바꾼 북아일랜드 땅에서 한반도의 긴 전쟁을 종식하고 항구적 평화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각오를 다시금 다져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것만이 우리의 꽃다운 청춘들이 더 이상 희생되지 않고 DMZ를 넘어 대륙으로 당당하게 뻗어나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며 가장 빠른 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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