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배용준-카라' 그리고 ...'일본 대중문화'

[문화비평] '한류'.. 일본 음반시장 활성화에 역이용 하는것

최현순 | 기사입력 2011/02/12 [05:57]

'조용필-배용준-카라' 그리고 ...'일본 대중문화'

[문화비평] '한류'.. 일본 음반시장 활성화에 역이용 하는것

최현순 | 입력 : 2011/02/12 [05:57]
조용필이 일본에서 활동하던 1980년대 당시, 소설가 최인호는 자신의 수필집에서 그의 일본활동에 대해 이와같이 혹평한 일이 있다. ‘조용필은 더 이상 현역에서 가수로 활동해 봤자 잘해야 본전이고 후배들에게 망신이나 당하게 마련이니까 스스로를 거물로 이미지업 시키는 것이지요. 조용필이 일본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고 또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은 나는 한국에서 텔레비전 따위와 상대하는 가수가 아니다. 다른 세계에서 놀겠다라는 선언과 같은 것입니다... (이하생략)’

이 견해에 동의하는 바는 아니지만, 참고사항 정도로 소개하는 바이다. 다른건 몰라도 80년대의 조용필이 한국 가요계에서 얼마나 레전드급이었는지를 생생히 기억하는 필자는, 조용필이 후배들에게 밀려나는것 같아서 일본활동을 시작했다는 식의 최인호 선생의 견해 만큼은 결코 동의하지 않는다.

다만 문득 생각나는것은 조용필이라던가 김연자, 계은숙등이 일본에서 활동하던 80년대 연세드신 어르신들이 그 문제를 이와같이 지적한 바 있는 점이다.
 
일본이 이젠 무력으로 우리나라를 집어삼키려 하기 보다는 문화적으로 침략하려는 전략을 쓰고 있다고. 그 근거로 드는것이 바로 조용필등이 일본에서 일본말로 노래를 부르는 점이다.
 
일본이 조용필등 한국의 대표적인 가수나 재일교포 가수를 일본에서 띄워주는 것이 엔카등 일본문화에 대한 거부감과 일본말에 대한 거부감을 한국인에게서 완화시키려는 그 1차 작업쯤 되는 셈이라고나 할까. 요즘은 트로트가 일본 엔카와는 전혀 다른 한국인의 정서를 그대로 담은 전통가요라는 주장과 논문도 많이 나와 있지만, 그 당시에는 트로트가 엔카의 아류인 왜색가요란 지적이 지배적이던 시절이었다.

한일 대중문화 개방 당시에도 일본 대중문화가 한국 연예계를 장악하게 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만만찮았다. 허나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오히려 일본에서 한류열풍이 일어나는 계기를 만들었고, 급기야 2천년대 중반 들어서 겨울연가와 배용준이란 신화를 만들어냈다.

배용준과 겨울연가가 일본에서 통할수 있었던것은 확실히 사회적으로 소외받고, 특히 젊은층 취향 일색의 방송에서 외면받던 일본 중년 주부층의 감성과 취향을 제대로 자극시켰기 때문이란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그리고 겨울연가가 첫 물꼬를 튼 뒤 일본엔 한국 드라마가 잇달아 진출, 비록 겨울연가와 같은 신화가 계속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한류 자체를 일본 대중문화에서 일정한 흐름으로 자리잡게 만들었다. 주몽과 대장금등 한국 사극 또한 일본 중년 남성들에게서 한류 사극붐이 일어나게 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그러다 전체적으로 일본내에서 한류가 이제 시들어가는 것 아니냐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때쯤 2차로 터진것이 k-pop 그중에서도 지난해부터 시작된 걸그룹 열풍이다. 특히 카라는 2천년대 중반 배용준에 견줄만한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이라고 할 수도 있는 일본내 신드롬을 만들었다. 그리고 카라와 소녀시대등이 잇달아 일본에서 성공하자 일본에서의 k-pop 성공 가능성을 본 아이돌 가수들이 너도나도 일본진출 러시를 이루고 있다.

2천년대 중반 겨울연가와 배용준 열풍 그리고 2010년부터 시작된 걸그룹과 카라열풍은 확실히 공통점이 있다. 우선 겨울연가와 배용준이 2천년대 중반 한국 드라마 열풍의 시발점이 되었다면, 카라열풍은 일본에서 k-pop 아이돌,걸그룹 열풍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배용준은 일본 중년 주부층의 감성코드를 제대로 자극시켰다면, 카라는 일본 젊은이들의 취향에 제대로 맞아떨어졌던 것이다.

헌데 그러한 가운데 참으로 유감스러운 사건이 하나 터졌다. 카라 멤버 일부가 소속사에 전격 계약해지를 선언하는 이른바 ‘카라사태’가 일어났던 것이다. 현재는 양자가 일단 갈등을 봉합하고, 활동을 재개한 상태이긴 하지만 하마터면 일본내 신한류에 찬물을 끼얹을뻔한 아찔한 사건이었다.

하지만 정작 일본에서의 카라인기는 카라사태를 겪으면서 초절정에 달했다. 카라사태가 벌어지자마자 일본 언론,방송도 이에 많은 관심을 보이며 저마다 이 사건을 심층보도했고, 그 와중에서도 오히려 카라 음반판매는 급증하고 오리콘 차트에서도 매주 상위에 랭크되었다.
 
또한 카라사태가 일단 봉합되고 카라멤버들이 일본에서의 드라마 ‘우라카라’ 촬영에 다시 임하게 되자, 일본언론들은 활동을 재개한 카라 멤버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세세하게 보도하는등. 그야말로 카라는 2천년대 중반 배용준 신드롬을 능가하는 초 절정의 관심을 불러모으고 있는 중이다.
 
실제 일본에선 카라사태가 벌어지면서 정작 카라 음반 판매량이 증가하자 ‘혹시 노이즈 마케팅 아니냐 ?’는 우스개성 분석이 나오기까지 했다. 만약 카라의 인기가 이대로 지속된다면 어쩌면 ‘카라사태’ 자체가 잘 짜여진 시나리오였다는 음모론이라도 일본 네티즌 사이에서 나오는 것 아닐지 모르겠다.

한편 좀 주목해봐야 할 사실은 일본의 주류사회가 한류를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이전과는 분명 많이 달라져있다는 점이다. 2년전만 해도 새로이 당선된 일본총리가 당시 nhk 위성방송에서 방영중이던 한국 드라마 ‘이산’에 주인공으로 나오는 배우를 초청 그와 기자들 보는 앞에서 ‘정조같은 개혁정치가가 되고싶다’는 발언을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nhk 9시 뉴스가 이례적으로 소녀시대 쇼케이스 소식을 톱뉴스로 보도했을때는 이를 놓고 ‘일본의 산적한 현안들을 전부 뒤로하고, 하필 한국 일개 걸그룹 공연소식을 톱으로 보도하느냐 ?’는 시청자들의 항의에 시달려야만 했다.

실제 근래에는 일본 언론,방송에서도 혐한류를 조장하는 방송,보도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중국,대만의 혐한류야 워낙 오래전부터 쭉 있어왔기에 이제 그러려니 하는 정도의 수준까지 왔지만, 일본의 경우 불과 몇 년전까지만 해도 비교적 쿨하게 받아들이던 한류를 대하는 태도가 많이 달라져 있음이 느껴진다.

하지만 혐한류 현상이야 어차피 일종의 반작용이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수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 좀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할 문제가 일본이 오히려 한류를 역으로 이용하고 있는것이 아닌가 하는 부분이다. 우선 드라마만 볼 것 같더라도 언제부터인가 일본자본이 투자한 드라마에선 우리가 공짜로 일본 관광지를 소개시켜주고 있다.
 
겨울연가때는 남이섬이 범 동아시아적 관광명소가 된 것과는 달리, 아이리스 같은 드라마에선 오히려 우리가 우리 드라마를 통해 일본 관광지를 홍보하는 꼴이 되었다. k-pop의 일본진출만 놓고 보더라도 초창기부터 그런 지적이 있지 않았던가. ‘일본 자본으로 움직이면서 일본말로 노래 부르면 그게 어떻게 한국 가수인가 ? 일본가수지. ’

사실 카라사태를 겪는 과정에서도 시종 끊이지 않았던것이 이른바 일본자본 배후설이다. 일단 카라사태야 봉합되었지만, 뭔가 한가지 찜찜한 뒷맛이 여전히 남아있는 것이 바로 그런 이유다.
 
비록 배후설은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못했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정말로 일본 자본이 굉장히 치밀하고 노련한 방식으로 굉장히 방대하고 힘있는 조직을 통해 접근하고 있는것이 아닌가 하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것이, 오히려 전혀 우리가 감지하지 못하고 있는 더 큰 문제가 뒤에 숨어있는것 아닌가 하는 의혹만 자꾸 생기게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그런 이유다.

그래서 새삼 곱씹어보지 않을수 없는것이 바로 조용필,김연자 일본진출 당시 연세 드신 그리고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성향의 어르신들이 ‘일본의 문화침략 의도’라 우려하던 그때의 말씀들이다. 한류가 일본열도를 휩쓸고 있는데 무슨 헛소리냐 할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일본이 한류를 역이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
 
실제 우리야 카라,소녀시대 열풍에 힘입어 이런저런 아이돌,걸그룹들이 너도나도 일본진출을 하겠다며 나서고 있고, 거기에는 국내활동만으론 한계가 있으니, 해외활동을 통해서라도 활로를 개척해 보겠다는 속사정도 있다. 하지만 일본 입장에선 그것이 일본 음반시장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판단 계속 손짓을 보내는 것 아닌가.

한류스타 이전에 하나의 개인으로선 좁은 한국시장보다 더 넓은 해외무대에 진출 뛰어보는 것이 더 의미있고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또 한편으론 여전히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는 국내 기획사보다는 그래도 체계적으로 운영되는 선진국의 기획사에 소속되어 활동하는 것이 나을수도 있다. 그러나 k-pop 신한류에서 조차도 재주는 우리가 부리고 이익은 다른 이들이 얻게되는 결과를 보게된다면 우리로선 결코 개운한 감정을 갖기는 힘들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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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omi515 2011/02/16 [10:21] 수정 | 삭제
  • 나참 왜 이렇게 툭하면 가만히 있는 조용필씨를 들먹 거리는지 ..조용필씨 일본에서의 1집 원곡을 다 한국말로 냈었다는걸 모르는구만..글구 조용필은 더 이상 현역에서 가수로 활동해 봤자 잘해야 본전이고 후배들에게 망신이나 당하게 마련이니까 스스로를 거물로 이미지업 시킬렸고 했다고..어리석기 짝이 없는 소설가구만 .하긴 소설가가 어찌 가요사나 조용필씨같은 분을 제대로 알리가 있겠냐만은 제대로 모르면서 아는척 글좀 쓰지마라..
  • 닉네임 2011/02/14 [14:16] 수정 | 삭제
  • 인기와 가쉽거리를 착각하고 있는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