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보다 무서운것은 ... '대화가 사라진 정치'

[6.15 경기본부 칼럼] 자주만나 대화할때 전쟁 위험성은 사라진다

수산 스님 | 기사입력 2011/02/14 [05:22]

호랑이보다 무서운것은 ... '대화가 사라진 정치'

[6.15 경기본부 칼럼] 자주만나 대화할때 전쟁 위험성은 사라진다

수산 스님 | 입력 : 2011/02/14 [05:22]
언젠가 공자가 제자들과 함께 태산 옆을 지날 때 어느 부인이 무덤 앞에서 슬피 울고 있는 것을 보았다. 제자를 통해 사연을 알아보니, 그 부인의 옛날 시아버지가 바로 그 자리에서 범에게 물려 돌아가셨는데 남편도 그렇게 죽었으며 이제 아들도 똑같이 죽음을 당해 그렇게 슬퍼하고 있었다.
 
그 말을 들은 공자가 “그렇다면 당신은 왜 이곳을 떠나지 않는가?”하고 물으니 부인은 “이곳에는 포악한 정치가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라고 답하였다. 이에 공자가 제자들에게 말하기를 “포악한 정치는 범보다 더 무섭다는 사실을 기억하라.”고 말했다.
 


oecd 회원국이요 g20 정상회의의 개최국으로 이제는 선진국으로 진입하여 세계경제발전의 주도자 역할을 기대하는 대한민국이 민주주의국가라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지만, 현실적으로 우리 국민이 느끼고 있는 상황은 상당히 암울하고 부정적이라고 하면 지나친 생각일까?
 
미네르바로 알려진 네티즌 논객에 대한 무리한 검찰수사나, g20의 포스터에 낙서를 했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오늘날의 대한민국은 서슬 퍼렇던 군부독재시절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도시의 전철이나 건축물 벽면 혹은 교각 등에 그리는 그림으로 시작된 ‘그래피티(graffiti)’가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 과정에서 에이즈 퇴치, 인종차별 반대, 반핵 등의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작품을 선보이며 단순한 낙서의 개념에서 탈피하고 현대미술의 한 장르로 자리매김 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런데 그런 예술은 아니더라도 단순한 낙서를 불순한 의도와 조직적 음모 운운하며 공안2부가 나서서 수사를 벌이는 대한민국을 세계 20위 안에 드는 자랑스러운 국가라고 내세울 수 있을까?

술자리에서 안주삼아 한 이야기 때문에 옥살이했다는 군부독재 시절이 떠오르는 것은 나만의 착각이 아닌 것 같아 참 서글프다. 그리도 소통을 부르짖으면서 정작 스스로에게는 남의 말을 귀담아 들으려는 의자가 없는 현 정부의 행태를 보며 옛날 공자시절의 ‘포악한 정치’가 떠오르는 것은 무슨 이유였을까? 무릇 민주국가라고 한다면 다양한 구성원들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이 보장되어야 할 텐데, 이제 그만해도 좋은 색깔론이 아직도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하니 참으로 안타깝기만 하다.

로마의 정치가이자 철학자 키케로는 “과거에 어떤 일이 이루어졌는지를 알지 못한다면 항상 어린아이처럼 지내는 셈이다. 과거의 노력을 무시한다면 세계는 늘 지식의 유아기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발전해 나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역사적 경험을 무시하고 간과하고 있지는 않은지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얼마전 뉴스에서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되었다 구출되었던 석선장의 몸에서 나온 총탄 문제로 벌어진 논란을 보았다. 결국 말을 바꾸어야 했던 군과 정부당국의 엉성한 대처에서 지난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사건이 떠오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어떤 사건에서든 초연하고 있는 그대로 솔직한 당국의 설명을 기대하는 것은 순진한 생각일까?

전쟁불사를 외치던 일촉즉발의 위태로운 상황이 엊그제인데 그래도 다행인 것은 냉각된 남북 상태지만 북한에서 대화를 제의해 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우리 정부에서는 북한의 진정성을 이유로 들어 그 대응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한다. 
 
사실 대화에 있어서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하는 것이 바로 ‘진정성’일 것이다. 그러나 대화란 상대를 설득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본다면 그 진정성이라는 것도 어느 정도 상대적일 수밖에 없다. 물론 진정성 없는 대화란 의미없는 공허한 메아리로 끝나겠지만, 지난 역사를 되돌아보면 못할 것도 없다는 생각이다.

▲ 수산 스님 자료사진
3년여의 지옥같은 전쟁을 끝낸 것도 대화였고, 위기의 대치상황을 풀려고 했던 7⦁4남북공동성명도 결국은 대화의 산물이 아니었던가? 어찌 되었든 자주 만나 대화를 할 때 전쟁의 위협은 사라지고 공동발전의 계기가 올 것이다.
 
북의 입장에서 남한이 북한의 빠른 붕괴를 기대하는 것 또한 진정성을 의심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서두르지 말고 차근차근 자주 만나 대화를 나누는 것이 우리 민족을 위한 급선무의 일이라고 본다.
 
 
수산 스님은 '6.15경기본부' 지도위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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