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교육은 왜 필요한가.

이성희 | 기사입력 2007/02/06 [10:11]

논술교육은 왜 필요한가.

이성희 | 입력 : 2007/02/06 [10:11]
대학입시에서 논술성적 반영율을 높여 감으로서, 학부모와 학생들 사이에 논술교육의 필요성은 높아만 가고 있습니다.
 
논술교육!, '논리적인 글을 쓰는 것'이라고, 그 성격을 규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논술교육이 왜 필요하고, 어떻게 해 나가야 바람직한지에 관해서는 논란이 분분한 실정이지요.
 
시흥 지역의 경우 아직 변변한 논술학원이 없고, 몇 있는 논술학원의 경우 아직 그 실력이 검증되지 않고 있는 형편이기도 합니다.
 
학부모님들이 아이들을 위해 좋은 논술학원을 골라 보고는 싶으나, 아직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우왕좌왕하기도 하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몇가지 관점에서 확고히 세운다면, 우리 아이들에게 더 양질의 논술교육의 기회를 부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 합니다.
 
   첫째. 논술은 왜 가르쳐야 할까요?
 
논술을 단순히 대학입시를 위한 방편으로 협소하게 해석하기 보다는 좀 더 큰 틀로 논술교육이 필요하다고 먼저 말하고 싶습니다. 
 
아이들이 성장해 세상속에서 살아갈때, 자신의 의사를 명확한 논리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 할 수 있다면 그 보다 바람직한 교육이 있을까요?.
 
그렇습니다.  우리가 언어를 구사하는것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 위해 서이지요. 이와 마찬가지로 글이라는 것은 자신의 생각을 일목요연하게 풀어 놓는 것이라고 규정지을 수 있다는 것 입니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단순히 대학입시라는 하나의 목표 때문에 논술교육이 필요하다고는 말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지금가지, 우리나라 중등수준의 국어 교육은 ‘말하기, 듣기, 쓰기, 읽기’의 활동을 교육 과정의 주된 대상이자 목표로 삼아왔었습니다. 논술 교육은 이 중에서 쓰기와 읽기의 활동이 결합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조금 더 나아가 오늘날 ‘말로 하는 논술’이라는 의미로 사용되는 구술(口述) 활동까지 합친다면 논술 교육은 말하기, 듣기, 쓰기, 읽기의 전 활동이 결합된 것입니다.
 
따라서 논술 교육은 애초부터 가르치고 말고의 차원에서 접근되어야 할 문제는 아닙니다.
 
조금 더 쉬운 예로 국어과의 교육 과정을 통해 논술 교육의 위상을 살펴보았지만, 이는 국어과 만의 것이 아니었다는 점도 아울러 밝혀둘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사물과 현상에 대한 정확한 이해, 이해를 바탕으로 한 치밀한 분석, 분석 결과의 논리적 구성 등의 활동 과정으로 본다면 논술 교육은 거의 모든 교과와 연관을 맺는 활동이라 할 수 있기 때문 입니다.

따라서 앞에서 말했듯이 ‘논술을 왜 가르쳐야 하는가?’ 하는 질문은 문법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성은 없는 질문입니다.
 
그러나 이 질문이 왜 지금 논술이 강조되어야 하는가 하는 물음을 내포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나면 상황은 달라질것 같습니다. 그것은 달리 표현한다면 시대 인식과 교육의 본질이 교차하는 지점을 묻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교육에 있어 자기실현을 궁극의 가치로 보는 견해가 있습니다. 이 점을 생각해 본다면 논술 교육은 자기실현을 위한 잠재력을 향상시키는 교육적 수단이자 교육과정이라 할 것입니다.
 
다원주의 시대, 민주적 가치 등을 교육의 목표로 제시하는 견해가 있기도 합니다. 이런 점에서 본다고 하더라도 논술은 의사소통적 합리성의 배양이라는 면에서 매우 큰 의미를 갖는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지나친 주지주의(主知主義)를 경계하며 인성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일각에서는 매우 높기도 합니다.
 
하지만, 타당성과 적절성 못지않게 정당성을 논란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점에서 논술 교육은 다른 교육 부문, 방법에 비하여 인성 함양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거지요.
 
또한 원론적으로는 논술 평가는 평가 도구로서 매우 큰 장점을 갖고 있기도 합니다. 수렴적 사고와 발산적 사고가 종합적으로 평가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문을 정확하게 독해하고, 논제가 요구하는 바를 바르게 파악하는 과정이 수렴적 사고라면 이를 바탕으로 구상을 하고 표현해 나가는 과정은 발산적 사고라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평가 도구로서의 특장이 시대적 요청에 부합하는 것이라면 그 의미와 가치는 더욱 배가될 것 입니다. 그리고 논술이 바로 이 경우에 해당 할것 입니다.
 
지난 세월 우리의 중등 교육은 ‘주입식 교육’의 공과(功過)를 모두 안고 있었습니다. 저는 흔히 논의되는 바처럼 주입식 교육을 폄하하거나 매도할 생각은 없습니다.
 
오히려 주입식 교육은 산업화 시대의 요청에 꽤 부응한 면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지요. 다만, 문제는 이제 시대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는 점입니다.
 
  둘째. 좋은 논술은 그러면 어떻게 지도될 수 있을까요? 
   
지금까지 논술 교육이 교육의 현장에서 구현되기 힘들었던 이유는 크게 보면 두 가지 인것 같습니다. 하나는 수행상의 난점, 다른 하나는 평가의 공정성, 객관성 확보 문제 입니다.
 
물론, 논술 교육의 수행상 난점은 우리의 교육 환경, 교사의 교수 능력 등과 연관된 문제라 할 수 있을 것 입니다.
 
흔히 논술을 교육하기 부적합했던 환경을 논할 때 학급당 학생의 수나 기타의 물리적 환경을 거론할지도 모릅니다.
 
물론 이 또한 중요한 지적이고 일리가 있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교육 환경의 문제는 단순히 물리적 환경과 관련된 문제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는 것이지요.
 
그동안 우리 교육에 드리워져 있던 ‘권위주의’의 요소는 논술 교육의 수행을 가로막는 요소라 말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 입니다. 이러한 권위주의의 요소는 일부 반이성주의를 포함하게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논술이란 무엇일까요? 사물과 현상을 논리적으로 따지고 때로는 토론을 벌이기도 하는 것을 포함할 수밖에 없는 교육 활동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결국 이 같은 논술 교육은 권위주의의 환경과는 당연히 병립하기 곤란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이러한 성격규정은 어떻게 듣는다면 매우 추상적인 으로 들리시 겠지만, 막상 수업 현장에서 논술 교육을 수행하려다 보면 많은 경우에 직면하는 문제랍니다.
 
오히려 학급당 학생의 수나 수업 시간의 운용 등이 훨씬 더 개선하기 쉬운 장애일 것 입니다.

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는 문제에 다다른다면, 결국 이 문제는 ‘좋은 논술문이란 무엇인가’의 문제로 귀결된다는 거지요.
 
결과적으로 본다면, 논술 교육을 통해 지향하고자 하는 가치나 의의 외에, 논술 교육의 현장에서 제시되어야 할 구체적인 학습 목표가 현재보다는 더 정치하게 다듬어져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 일은 단일 교과의 전문성으로 해결하기에는 부적합하고 불충분할 것 입니다. 따라서 관련 전문 영역의 협력이 절실하다는 것이지요.

논술을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눈앞에 닥친 평가 도구에 맞춘 비법(秘法)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면, 이에 대한 대답은 앞에서 언급한 수렴적 사고와 발산적 사고라는 개념으로 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이른바 논술의 전문가라고 하는 분들이 하는 말씀을 들어보면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좋은 글을 많이 읽는 것이 글을 잘 쓰는 지름길이다.’라는 것과 ‘많이 써 보는 것이 좋은 글을 쓰는 비법이다.’라는 것입니다. 
 
저도 이 말씀들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인간의 사고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우리가 창조라 부르는 것은 실상 새로운 조합의 모방일지도 모릅니다.
 
좋은 글에 담긴 창조적 사고, 사고를 객관화하는 언어의 운용, 자신의 생각을 남에게 전하기 위해 밟아야만 하는 단계들의 전범(典範) 등을 보면서 사고의 잠재력은 넓어지고 깊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글을 많이 써 본다는 것은 글을 쓰는 상황, 글을 쓸 때 겪을 수밖에 없는 사고 활동에 익숙해진다는 것을 의미 하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논술 교육의 강조 및 실천은 필연적으로 독서 교육의 강화와 맞물릴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다만, 논술과 연관된 읽기 교육 혹은 ‘독해력 향상 교육’도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흔히 읽기 능력은 독서량에 의해 형성된다는 생각을 많이들 갖고 있을 것 입니다. 절대적으로 독서량이 많다면 읽기 능력이 어느 정도 향상되는 것은 얼마든지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효율성을 고려 한다면, 읽기 학습도 체계적인 프로그램에 의하여 운용될 때 더욱 바람직한 결과에 도달하기 쉬울 것 같습니다.
 
독해의 분량, 난도, 그리고 글의 다양한 성격과 기능에 따른 단계적 프로그램은 논술 교육에 부합하는 독해 능력 향상 방안으로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기 때문 입니다.

이와 유사한 논리는 쓰기 훈련에도 마찬가지로 적용이 됩니다. 글을 쓰는 것이 습관이 되어 있지 않은 학생들은 글을 쓰는 것 자체를 ‘막막하다’고 느낀답니다.
 
막막한 느낌은 매우 정확한 표현으로서 쓰기에 관한 기초 능력이 형성되어 있지 않음을 나타내기도 하지요. 이때에도 막연히 쓰게 하는 것보다는 단계적이고 치밀하게 계획된 쓰기 프로그램에 맞추어 쓰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것 입니다.
 
글을 쓰는 힘은 하루아침에 길러지지 않습니다. 일단 글을 쓰는 게 낯설지 않아야 할 것 입니다. 짧은 이메일이라도 자주 써보면 당연히 도움이 된다는 거지요.
 
쉽고 부담스럽지 않은 단계로부터 어렵고 긴 글을 쓰는 단계로 나아가는 장기적, 단계적 훈련이 필요 하다는 것 입니다.
 
운영의 묘는 이 훈련이 훈련처럼 느껴지지 않아야 한다는 데 있을 것 같습니다. 글을 잘 쓰는데 필요한 요소는 다양합니다. 그 중에서 어휘 능력을 결코 빼놓을 수 없을 겁니다.
 
대개는 한국어는 모국어이기 때문에 별도의 어휘 학습이 필요하지 않다고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만. 적절한 어휘를 선택하여 활용하는 능력은 글을 쓰는 힘에서 가장 중추적인 요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에 이 어휘 학습을 위해서라도 꾸준한 글쓰기 연습이 필요 하다는 것입니다.

논술 교육이 강조하는 창의적 사고와 관련하여 강조하고 싶은 것을 하나 덧붙이겠습니다.
 
바로 자가 학습 습관의 중요성입니다. 우리말에도 어느 순간 귀가 트인다는 말이 있습니다. 즉 지적 각성의 체험은 자가 학습을 통해서 이루어진다는 것이지요.
 
자신의 독해력에 벅찰 듯 말 듯한 글을 읽으면서 그 의미를 숙고하고 반복해 읽음으로써 드디어 문맥을 잇는데 성공했을 때 느끼는 희열을 모르고서는 공부를 한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입니다.
 
자가 학습이 중요성은 오늘날의 교육 현실에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하루빨리 복원되어야 할 과제이기도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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