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만 잘하면 얼마든지 깍아 드려요"

봄철 향기 물씬 풍기는 모란 장... 삶의 활력 되찾아 가는 곳

홍애리 기자 | 기사입력 2008/04/05 [16:36]

“말만 잘하면 얼마든지 깍아 드려요"

봄철 향기 물씬 풍기는 모란 장... 삶의 활력 되찾아 가는 곳

홍애리 기자 | 입력 : 2008/04/05 [16:36]
▲ 뻥이요...     © 성남일보

[모란장 기행] 모란장이 열리는 날이다. 4월 첫 봄맞이 장이 열린 모란장은 지하철 7번역에서부터 난 장이 벌어져 장터의 거의 초입인 5번 출구까지 사람들로 물결을 이룬다.
 
그동안의 꽃샘추위도 오늘만은 살짝 비켜가 훈훈한 바람마저 부는 날이다. 봄을 알리는 다양한 꽃들은 장터 입구를 형형색색 단장하고 모란장을 찾는 사람들을 맞이한다.
 
화려한 철쭉, 수줍은 베고니아, 키 작은 데이지가 봄 향기를 가득 품고 볕에 앉았다. 

사람들은 어느 것을 구입할지 화분을 이리저리 들고 보다 바닥에 나란히 놓아 본다. 다 예쁘다. 대부분 3천원에서 5천원이면 구입할 수 있는 봄꽃들은 앞 다투어 팔려나가기 바쁘다. 식목일을 맞아 묘목을 파는 곳에도 제법 사람들이 붐빈다.
 
옷걸이에 걸려 팔랑 팔랑 바람에 날리는 여성 옷가지들 또한 여심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말만 잘하면 얼마든지 깍아 드리지요.” 구경만 하고 지나치려던 아주머니들도 귀가 솔깃해 발걸음을 멈춘다.
 
좀 더 장터로 들어서면 각종 먹 거리들, 책 , 잡화, 그릇, 곡식, 과일, 봄채소들이 장의 본격적인 모습을 드러낸다.
 
삼삼오오 짝을 이뤄 이리저리 구경거리를 찾아다니는 사람들은 꼭 물건을 사지 않아도 좋다. 손자 옷도 구경하고 양은 냄비도 구경하다가 팥 칼국수만 한 그릇 먹고 일어선다. 조, 팥, 수수, 콩 온갖 곡물을 소복이 늘어놓은 한 상인은 강원도 장과 모란 장 여주 장을 돌아다닌다.

▲ 모란장을 할머니가 장을 보고있다.     © 성남일보
 “내일이면 또 여주에 가야지, 물건은 강원도 장날에 나오는 것이 최고 좋고” 라고 한다. 이곳의 상인들은 대부분 여러 개의 장을 정해 놓고 돌아다닌다.
 
특히 모란장은 전국 각지에서 상인들이 모여들고 있어 다른 장에 비해 그만큼 물건도 다양하고 이채롭다.
 
“ 봄이 왔어요. ~”를 알리는 나물 전에는 냉이, 쑥, 취, 고들빼기, 원추리, 머위, 유채, 참나물, 비듬나물 들이 파릇파릇 봄소식을 전한다.
 
한 아주머니가 작은 아들이 참나물을 잘 먹는다며 듬뿍 참나물을 바구니에 집어 담자 함께 온 친구도 “오늘은 냉이 국을 끓여볼까” 한다.

제법 크게 좌판을 벌인 책방은 다른 곳에 비해 사람의 발길이 뜸했지만 어린이 동시집에서부터 탈무드, 꿈 해몽, 기초한자, 관상보감, 사주, 천자문 등, 읽을거리가 다양했다.

또 가끔 쓰여도 중년의 주부들에게는 꼭 필요한 대소쿠리, 대바구니, 채 등은 젊은 사람들에게는 악세사리로 종종 팔려나가고 있었다.

닭, 오리, 애완견들도 장터 한족 귀퉁이에 앉아 종일 임자를 기다리고 있다.

모처럼 부침개를 파는 가게에 둘러 앉아 세상 돌아가는 얘기로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는 할아버지들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술잔을 기울인다.
 
아까부터 뻥! 뻥! 지나가는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뻥튀기 아저씨는 잠시도 쉴 틈 없이 기계를 돌려대고 줄을 선 아주머니는 순서가 줄지 않는다고 울상이다.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겨나는 모란 장날을 찾은 사람들은 아무도 외로워 보이지 않는다.
 
그저 장에 나와 한데 부디 끼며 어우러지다 보면 모든 시름  오늘처럼 봄바람에 날려버리고 인정과 삶의 활력을  되찾아 가는 곳. 사람들은 손에 주렁주렁 비닐 봉투를 걸고 벌써 다음 장을 기다린다. 놓친 볼거리는 없는지 기웃거리며 오늘도 모란장에서 해를 넘긴다.  
 
▲ 많이 주세요~~     © 성남일보
▲ 동동주 한잔의 멋이 살아 숨쉬는 곳...     © 성남일보
▲ 어느 것이 좋을까....     © 성남일보
▲ 화초 한포기 사가세요~~~     © 성남일보
▲ 건강을 챙겨야 하는 봄철이죠...     © 성남일보
▲ 상추도 최고죠...     © 성남일보
▲ 집에는 이것이 최고죠...     © 성남일보
▲ 떡 ~ 사세요....     © 성남일보
▲ 없는 것이 없는 모란장.     © 성남일보
▲ 어디서 많이 보던 물건들도 보이고....     © 성남일보
▲ 책도 싸게 사세요....     © 성남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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