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활동 진흥법(?) 알맹이는 활동 통제법

청소년 안전 도모한다며 전반적 체험활동 위축시키는 개정안 논란

이영일 | 기사입력 2013/12/28 [10:30]

청소년활동 진흥법(?) 알맹이는 활동 통제법

청소년 안전 도모한다며 전반적 체험활동 위축시키는 개정안 논란

이영일 | 입력 : 2013/12/28 [10:30]
지난 여름 발생한 사설 해병대 캠프 사건은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다. 허술한 안전대책에 무책임한 "한 껀" 해치우기식 수련활동의 참담한 결과앞에 특히 청소년지도자들의 심정은 패닉 상태 그 이상이었다. 

이 어처구니없는 청소년들의 죽음 앞에 정부와 관계당국, 국회또한 발빠르게 움직였다. 아동·숙박형 청소년활동에 대한 안전대책 강화를 골자로 한 청소년활동진흥법 개정 움직임도 가시화되어 추진됐다. 청소년계는 이를 고무적으로 받아들였고 그동안 고질적 관행처럼 흘러왔던 청소년 대상 허술한 수련활동의 질적 성장을 기대했다. 

그러나 지금, 이 청소년활동진흥법 개정안을 앞에 두고 황망함을 금할 수 없다. 현장 지도자들의 의견 수렴도 초라하기 짝이 없을뿐 아니라 본래 의도와는 달리 청소년수련활동 자체를 과도하게 제약해 청소년활동 진흥법이 아니라 되려 통제법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음에도, 국회는 지난 12월 26일, 321회 국회 임시회 2차 본회의에서 반대토론도 없이 재석 194석중 190명 찬성으로 일사천리 가결 처리했다. 

개정안은 이동․숙박형 청소년활동 사전신고제를 골자로 하고 있다. 19세 미만 청소년을 대상으로 숙박이나 야영활동을 하고자 할때는 참가 청소년 모집 14일전에 운영계획서, 지도자 명단, 보험가입 증빙서류 등을 제출해야 한다는 것. 

이 사전신고제는 그동안 미인가 또는 부실한 업체들이 아무 제약없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돈벌이에 나서는 후진국형 수련활동을 제자리로 돌려놓는다는 긍정적 요소를 분명히 포함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 개정안을 두고 전국 수백여개의 청소년단체들과 수련시설, 수천명의 청소년지도자들이 연명 참여해 그 대표단이 국회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등 황당함을 넘어 분노를 표출하고 있는 것은, 개정안이 가지고 있는 청소년수련활동에 대한 현장 상황의 무지와 비효율성, 역차별성 때문이다. 

▲ 청소년지도자들이 27일 오전, 국회앞에서 청소년활동진흥법 개정안의 문제점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이영일
 

 
해병대 캠프 사고는 해당 학교가 사설업체에 위탁해 발생했는데도, 개정안에 사실상 학교는 사전신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종교단체가 운영하는 경우도 사전 신고를 하지 않아도 되는데, 적지 않은 청소년시설들이 종교단체들이 위탁운영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전문 청소년육성단체는 사전신고 대상에 포함되고 종교단체는 빠지는 이유가 무엇인지, 종교단체가 하는 행사는 “당연히” 안전하다는 것인지 설득력도 없다. 

사설업체에서 부모와 청소년이 함께 하는 수련활동을 진행하면 사전 신고를 하지 않아도 되는 논리적 모순도 발생한다. 부모와 함께 하면 사고는 나지 않는다는 근거도 없다. 청소년들의 자율성과 사회참여가 증대되고 있는 시점에서 청소년들 스스로 기획하여 추진해 보려는 시도도 인정받지 못하고 위축될 소지도 파생된다. 

참가자 성명과 개인정보가 없이도 인원, 기간, 내용만 알려주면 사전 가입이 가능하다는 “청소년활동배상책임보험”도 미숙하기 짝이 없다. 필자가 주요 3개 대형보험사(L, S, H)본사와 지점등에 문의한 결과 “처음 들어본 상품이다”를 포함해 “이름과 주민번호를 알아야 가입이 가능하다”, “그런 상품이 있지만 우리 지점에서는 취급 안한다”등이 대부분이었다. 아직 보험업계에 안착이 안 되어 있다는 반증이다. 

이밖에도 여러 가지 문제점은 다수 존재한다. 청소년계 현장에서는 이렇게 경직되고 행정 편의 위주로 행사를 할바에야 차라리 1박 행사는 안하는게 낫겠다는 목소리다. 아무리 개정안의 취지가 좋다고 하더라도 방학의 경우 하루에도 수백여개의 행사가 진행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모든 청소년 수련활동을 이렇게 관의 입장에서 관리감독적 시각하에 획일적으로 감시하고 통제하는 것이 가능이나 할 것인지, 기초자치단체 청소년 전담부서에 청소년수련활동에 대해 전문성을 갖춘 공무원이 있기는 한 것인지, 되려 청소년수련활동을 위축시킬 우려가 높은 것은 아닌지 충분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청소년들의 안전한 수련활동을 위해 법적 보호장치는 당연히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실제 청소년 수련활동 현장의 전문성과 효과성을 저해하는 제도로 운영된다면 이는 청소년수련활동이 가진 역동성과 창의성을 침해, 벼룩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 될 수 있다. 대한민국 정부와 국회가 이렇게 청소년활동에 무지해서야 어떻게 대한민국 청소년들이 그 열정과 끼를 불태울 수 있는 환경을 창조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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