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道聽塗說)이 판치는 영국 한인사회

박필립 | 기사입력 2008/09/09 [12:05]

도청도설(道聽塗說)이 판치는 영국 한인사회

박필립 | 입력 : 2008/09/09 [12:05]



공자의 언행을 기록한《論語》陽貨篇에는 " 길거리에서 들은 말[道聽]을 마음에 간직하여 자기 수양의 양식으로 삼지 않고 길거리에서 바로 다른 사람에게 말해 버리는 것[塗說]은 스스로 덕을 버리는 것과 같은 것이다.” 라고 기록돼 있다.


후한시대, 반고(班固)가 엮은《漢書》藝文志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대체로 소설이란 것의 기원은 임금이 하층민의 풍속을 알기 위해 하급 관리에게 명하여 서술토록 한 데서 비롯되었다. 즉, 세상 이야기라든가 길거리의 뜬소문은 길에서 듣고 길에서 말하는[道聽塗說] 무리가 지어낸 것이다.
소설이란 말은 이런 의미에서 원래 패관(稗官)소설이라고 일컬었으나 나중에 그냥 소설이라고 일컫게 되었다.


순자(荀子)》〈권학편(權學篇)〉에는 다언(多言)을 이렇게 훈계하고 있다. "소인배의 학문은 귀로 들어가 곧바로 입으로 흘러나오고[口耳之學] 마음 속에 새겨 두려고 하지 않는다. 귀와 입 사이는 불과 네 치[口耳四寸]. 이처럼 짧은 거리를 지날 뿐이라면 어찌 일곱 자[七尺] 몸을 훌륭하게 닦을 수 있겠는가. 옛날에 학문을 한 사람은 자기 자신을 닦기 위해서 노력했지만 요즈음 사람들은 배운 것을 금방 다른 사람에게 고하고 자기를 위해 마음 속에 새겨 두려고 하지 않는다. 군자의 학문은 자기 자신을 아름답게 하지만 소인배의 학문은 인간을 못쓰게 망쳐 버린다. 그래서 묻지 않은 말도 입밖에 낸다. 이것을 잔소리라 하며, 하나를 묻는데 둘을 말하는 것을 수다[饒舌]라고 한다. 둘 다 잘못되어 있다. 참된 군자(君子)는 묻는 말에만 대답하고 묻지 않으면 말하지 않는다." 어느 세상에도 오른쪽 귀로 들은 것을 왼쪽 사람에게 털어놓는 수다쟁이 정보통이 많다. 더구나 그 정보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사이에 점점 꼬리를 끌게 마련이다. 이런 무리는 해가 있을 뿐이다. 《出典》論語 陽貨篇 / 漢書



어디 이 글귀가 영국 한인사회에만 적용되리오만 요즘 한인사회 흘러가는 모양세에 딱 들어맞는 듯하다.

더구나 한 사회의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할 언론들이 이러한  도청도설을 남발하고 있으니 ‘이런 무리의 해악’을 어찌 막을 것인가.

 

하루 전날까지 형님 아우님 해가며 배꼽을 맞추던 친구들이 ‘부도’라는 단어 하나로 다음날 아침 안면을 몰수하고 10여 년 넘게 쌓아온 연분을 화장실 휴지로 사용한 꼴이라니…

사업을 하다보면 ‘부도’가 날 수도 있고 경제적 압박을 못이겨 극단의 선택을 하는 사람도 있다.

 

해외살이의 공통점은 뿌리없는 부평초 신세라는 것이다. 한 번의 과오로 인해 몇 십년을 쌓아온 신뢰가 모두 사기를 위한 ‘사전음모’로 전도되기 십상이다.

이번 영국 한인사회에서 벌어진 ‘대영여행사’ 사기 사건은 ‘도청도설’을 뛰어넘어 아예 상처난 한 놈을 물어 뜯는 해외 한인사회 군상들의 잔악함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누가 더 악날하게 물어뜯는가 경시장을 보는 듯한 살벌함이 조그마한 한인사회의 초상화다.

 

모 신문은 지난 해 일어난 ‘기러기 엄마 사기사건’까지 인용하며 이번 여행사 사건을 부풀리고 있다. 이미 작년 사건은 한국 법정에서 사기사건이 아닌 것으로 판결 됐음에도 불구하고 그 당시 시기범으로 몰린 한 사람에게 던진 돌맹이의 주인공들은 애써 그 판결 결과조차 듣지 않으려 한다.

 

‘죄 없는 자가 돌맹이로 치라.; 하니 둘러서 있던 모든 자들이 돌맹이로 처 죽이니라.’ 뉴몰든 한인사회의 되풀이 되는 집단 린치 모습이다.  <박운택-必立>

 
 

원본 기사 보기:런던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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